인간불교란 무엇인가
인간불교란 무엇인가
  • 조현성
  • 승인 2016.10.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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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 근본에서 세상을 바꿔라'

100년 전 중국은 제국주의 침탈에 무릎을 꿇고 강요된 개방과 개혁을 통해 근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불교 역시 밑동부터 흔들리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 시절 ‘인간불교’를 창도하며 불교 혁신과 불교를 통한 사회 개혁을 부르짖은 고승이 있었다. 태허 대사이다.

“근자에 사회는 타락하고,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온 세계는 전쟁이 일어나고, 약육강식이 넘치고, 인간성은 파괴되고 야심의 불길에 휩싸여 짐승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인승(人乘)으로 바른 인간의 도리로서 대승불교의 기초를 세워야 한다.”

태허가 주창한 인간불교란 무엇이며, 불교를 통한 사회 개혁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종교의 바른 모습과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 사회이기에 태허의 자취를 살펴보는 것은 더욱 의미가 있다.

인간불교는 모든 사람을 출가시켜 산속에서 승려로 살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봉건적 습속에 빠져 현학(玄學)이나 미신에 치우쳤던 기존의 중국 불교를 반성하고, 사람들의 삶에 직접 도움을 주는 불교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즉 불교를 근본으로 하여 사회를 개량하고 인류를 진보하게 하자는 것이 인간불교요, 인간정토의 구현이다.

태허의 이러한 주장은 중국 승려들에게 삶의 지표가 되었고, 현대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 등에서 불교의 사상적 기반이 되고 있다. 태허의 가르침을 직접 받은 인순(仁順) 대사는 대만으로 건너가 불학원을 개설하고 학인들을 지도하며 대만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다.

인순 대사는 “인간불교는 불법의 중심이고, 모든 성스러운 가르침에 통한다. 이 인간불교의 핵심은 ‘사람이 보살이고 부처님’이다. 사람에서 발심하여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행을 배워서 성불에 이른다. 현실의 인간에게 불법을 널리 알리고,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복된 사회를 건설한다.”라고 말한다. 복지사업으로 큰 업적을 이룬 자제공덕회와 자제병원의 설립자인 증엄 스님은 인순 대사의 제자이다. 불광산사를 설립한 성운 대사도 인간정토 건설을 실천한 스님이다. 현재 대만불교의 부흥은 태허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6세에 출가한 태허는 불교 개혁에 앞장서고 있던 팔지두타 기선 스님 아래서 정식 승려가 되어 참선을 하고 경전을 공부했다. 불교를 통한 세상 구제를 주창한 개혁적 사상가인 강유위, 양계초, 장태염, 엄복, 담사동 등의 저술을 통해 불교를 근본으로 세상을 변혁하고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하겠다는 염원을 품게 되었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이 무너지고 1912년 중화민국이 건국되는 정치적 변화를 겪으며, 태허는 불교협회를 조직하여 불교 개혁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비록 이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1913년 갑자기 입적한 기선 스님의 추도회에서 “불교 교리 혁명, 불교 제도 혁명, 불교 재산 혁명”이라는 “불교 3대 혁명”을 발표하며 새로운 불교에 대한 강한 염원을 드러냈다.

이후 불교 개혁 선봉에 선 태허는 먼저 ‘새로운 승려’를 길러내야 ‘새로운 불교’를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무창불학원을 필두로 민남불학원, 세계불학원, 중경한장교리원, 서안팔리삼장원, 북경불교연구원 등 가는 곳마다 불학원을 세워 승려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고, 월간지 <해조음>, 주간지 <각군주보> 등을 창간, 발행하며 불교 개혁을 주도할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태허 대사의 노력으로 인순, 축마, 법방, 법존, 지봉, 대성, 대용 등 근현대 중국불교를 이끈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개혁 행보는 불교 안에 국한되지 않았다. 태허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국공내전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삶을 보살피기 위해 여러 사찰에 고아원을 설립하고, 중경 자운사에 중의자제원이라는 불교병원과 약제를 만드는 불교제약창을 설립하여 운영했다. 태허의 이러한 사회복지사업은 이후 대만 등지에서 승려들이 사회사업에 적극 참여하게 된 근간이 되었다.

또한 태허는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항일구국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는 항일 투쟁을 위한 강연을 하고 불교청년호국단을 조직하는 한편, 자금을 모아 전선의 병사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1939년에는 불교국제방문단을 조직하여 태국,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등지를 방문하여 항일 구국의 의지를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1949년 공산화 이후 중국 본토에서는 재가자들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했는데 그 중심에 있던 조박초는 젊은 시절 태허를 만난 이후 불교 개혁에 참가했다. 임종 전의 태허 대사로부터 당신의 인간불교를 계승하여 완성시켜 줄 것을 부탁받은 조박초는 중국불교협회의 지도 방침으로 인간불교 사상을 제출하며 인간불교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대 중국에서 태허 대사의 업적은 “인간불교는 20세기 중국불교의 결정체”라는 한마디로 표현되고 있다.

불법의 근본에서 세상을 바꿔라┃태허 대사 지음┃조환기 옮김┃불광출판사┃1만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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