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을 조계종 비구니로 살다간 묘엄 스님은 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비구니 강사이자 비구니 율사이다. 현대 한국불교, 특히 비구니 승가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이야기할 때 묘엄 스님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묘엄 스님은 20세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이자, 조계종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청담(1902~1971) 스님의 딸이기도 하다. 출가 초기에 묘엄 스님은 당대 최고의 선사인 성철 스님에게서 선, 자운 스님에게서 율, 운허 스님에게서 경을 전수 받았다.이는 20세기 불교사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여기에는 세 분 큰스님이 묘엄 스님을 통해 한국불교의 발전에 꼭 필요한 비구니 지도자를 키우기 위한 계획이 숨어 있었다.
최고의 스승이 있더라도, 열네 살에 한글을 겨우 익힌 소녀가 한문으로 된 경전의 뜻을 읽고 이해하고 외우고 엄격한 계율을 따르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묘엄 스님의 앎에 대한 의지와 성실함,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줄탁동시, 스승과 제자의 어우러짐으로 가능한 공부와 수행이었다. ‘내가 아는 것을 모두 가르쳐주겠다’며 출가의 길로 이끈 성철 스님, 공부하고 싶은 열정으로 스스로 봉암사를 찾아간 어린 묘엄, 어떤 억울함도 견디라고 매섭게 꾸짖은 아버지 청담 스님 등. 한국불교사에 정진과 수행의 모범을 세운 비구니 묘엄 스님의 탄생 과정은 만화 한 칸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님의 삶을 만화로 담아낸 것은, 엄격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 수행자의 이야기를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연꽃 향기로 오신 묘엄 스님(상권)┃글‧그림 배종훈┃감수 이미령┃불광출판사┃1만1000원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cetan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