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연습
비우는 연습
  • 조현성
  • 승인 2017.02.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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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승이 말하는 58가지 정리법

‘이건 비싸게 주고 산 거라 못 버려….’
‘언젠가 쓸지도 모르는데….’
‘조금만 살을 빼면 입을 수 있는 옷이니까.’

마음의 소리를 들어 보면 알 수 있다. 집과 일상을 엉망으로 만드는 주범은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물건에는 죄가 없다. 문제는 불필요한 물건을 자꾸 사들이는 마음,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에 있다. 그 마음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남보다 잘나 보이고 싶은 허세,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 더 많은 걸 갖고 싶은 집착이 보인다.

일본에서 선(禪)을 수행하는 승려이자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저자 마스노 슌묘는 이 같은 부정적인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인생을 편안하고 가볍게 해 준다고 말한다.

<비우는 연습>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정리 비결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진짜 정리해야 할 건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불필요한 물건을 자꾸 사들이는 허세와 욕심 ․ 집착을 비우는 방법을 비롯해 몸 ․ 공간 ․ 생활을 정리하며 인생을 편하고 가볍게 살아가는 58가지 지혜를 전한다. 

다음은 저자가 제안한 여러 연습법 중 두 가지이다.

하나, 비교하지 않는다. ‘신상’ ‘스페셜 에디션’ ‘1+1 특가’에 자꾸만 현혹되는 마음을 비우려면 우선 남과 비교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저자는 “남과 비교해 봐야 결국 자기 자신만 괴롭히는 일”이라고 했는데, ‘엄친아’ ‘아친남(아내 친구의 남편)’ 사례를 생각해 보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도 괴롭히는 일이다.

둘, 나만의 안목을 기른다. 무엇보다 주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안목’을 기르는 연습이 필수다. 안목을 높이면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자신과 가족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잘 고를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여행을 가면 단 하루라도(가장 저렴한 방이라도) 꼭 “최고급 호텔에서 묵어 보라”고 권한다. 또 가끔은 동네 커피숍이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고급 호텔 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 보라”고 제안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공간에서 좋은 것을 많아 봐야” 좋은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훌륭한 것이 무엇인지 보는 눈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 비우기와 더불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절제된 생활’이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기본적으로 인간은 게으름뱅이”이며,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몸이 편한 쪽으로 생활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절제’라고 해서 시간 계획표대로 생활하라거나 욕망을 꾹꾹 눌러 참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며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을 담담히 해내는 생활 태도다.

집을 정리해도 금세 엉망이 되는 이유는 불필요한 소비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바로 이 ‘절제’, 달리 말하면 ‘지금’에 충실하지 못한 탓도 크다. “귀찮은데 나중에 하지 뭐”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뭐 이대로 살지” 하는 태도는 귀차니즘, 무기력함으로 이어져 단순히 집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는다.  

저자가 오랜 세월 좌선을 비롯한 선(禪) 수행을 통해 터득한 마음과 몸 ․ 공간 ․ 생활 정리법을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 바로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정리법은 “현관의 신발부터 가지런히” 하는 일이다. 3초만 투자해 신발을 정리하다 보면, 집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고민을 훌훌 털어내고 ‘지금 여기’로 마음을 돌려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 집을 청소할 때도 현관을 가장 먼저 청소하는 게 좋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불교에서 유래한 말인 현관(玄關)은 깊고 묘한 이치에 드는 관문(關門)으로서 “현관을 철저하게 청소하면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자신의 기분마저 새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좌선으로 잡념을 떨쳐 버리기’ ‘충동구매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아침 5분 청소’ 등 저자가 제안하는 여러 정리법 중 자신에게 맞는 것 몇 가지만 꾸준히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레 행복의 선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비우는 연습┃지은이 마스노 슌묘┃옮긴이 김지연┃담앤북스┃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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