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성파 스님 "일상생활이 문화요 예술이다"
통도사 성파 스님 "일상생활이 문화요 예술이다"
  • 김원행
  • 승인 2017.04.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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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좌가 몇 분? 물음에 "씨아릴 필요 있나. 내 호주머니에 있다"

훗날 후손들의 역사책 문화 분야에 '16만도자대장경(16萬陶瓷大藏經) 승려(僧侶)'로 기록될 영축총림 통도사 수좌 성파(性坡) 스님의 생활신조는 '일하며 공부하고, 공부하며 일한다.'이다.일로 시작해서 일로 끝을 매듭해 도(道)를 깨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수좌 성파 스님은 붓 잡아 '비지지난이행지난(非知之難而行之難, 아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행하기가 어렵다)'이라는 경구를 즐겨 쓴다.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으로 불리는 수좌 성파 스님 주석처(主席處) 서운암 무위선원을 찾아가는 길에 발걸음 재촉하라는 듯 화우(花雨)가 솔솔 뿌렸다. 지난 11일 오전 10시께다. 

스님은 영축총림 통도사 수좌로서 지난 3월 26일부터는 산중 최고 어른인 방장 직무대행까지 맡고 있다. 성파 스님께 친견(親見) 청원 끝에 우문(愚問)했다.(기자 주=수좌 성파 스님과의 인터뷰는 두 개 언론사가 참여했다. 참고로 영축총림 통도사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일체 질문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다음은 수좌 성파스님과의 인터뷰 내용

- 손은 청년의 그것과 같이 강건해 보이고, 신체연세가 50대 같아 보인다. 손수 운전하나?(참고로 수좌 성파 스님의 세납은 팔순을 바라본다.)

 중(僧)에게 손이란, 흙 만져 농사짓고 물레 돌려 도자기 굽고 붓 잡아 글 쓰고 목탁치고 기도하라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관점이다. 하하하. 서울까지(경남 양산에서 서울까지 거리는 약 520㎞) 직접 운전해 간다. 평양, 신의주까지도 가고 싶지만 길이 막혀서 못 간다.

- 언제 보아도 서운암 야생화 밭은 개방형 자연학습장 같다.

 사찰림(寺刹林)은 우리나라에서 국유림 다음으로 넓다. 서운암은 4만여평(14만여㎡)의 사찰림을 보유하고 있다. 사찰림 자연환경을 잘 가꾸는 것도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다. 또한 국가를 위하는 것이다. 서운암 야생화 밭은 불자(佛子) 여부를 떠나 모든 이가 과거·현재·미래를 느끼도록 조성했다. 시줏돈으로 먹고 사는 스님은 몸으로나마 시주하신 분들의 고마움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몸으로 가꾸다보니 좋아졌나 보다. 더욱이 인간은 승속(僧俗.승려와 속인)을 떠나 꽃과 나무, 동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접하다 보면 마음이 정화된다. 인위적으로 꾸미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다. 우리 집(서운암) 공작새도 찾는 이들과 잘 어울려 논다.

- 언제부터 야생화 밭을 가꾸기 시작했나?

 통도사 주지 임기를 마친 지난 1985년껜가...여튼 32년 전 처음 서운암에 왔을 때 조경전문가에게 야생화 밭 조경 견적을 의뢰했는데, 서운암 땅 규모가 크다보니 비용이 천문학적이더라. 당시에 돈도 없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는 것이 더 낫겠다 생각했고, 그래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 심혈을 기우리다보니 오늘에 이르렀다. 자연이 곧 부처님이다. 종교를 넘어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포교도량이 아니겠나? 무언지중(無言之中)에 모든 이가 부처님 말씀을 체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서운암 야생화 밭을 혼자 가꾸지는 않았을 것이고, 상좌들의 도움을 받았을 것인데 상좌가 몇 분 되는가?

 하하하. 상좌들은 내 호주머니에 다 있다. 굳이 씨아릴('헤아린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 필요가 없다. 상좌들은 내 체온을 느끼며 잘들 있다. 그러면 됐지. 나는 상좌들에게 남의 잘못을 보지 말고 순리에 맞게 살라 한다.

- 시시비비가 많은 세상이다.

 특정인을 향해 달리 말할게 뭐 있나? 남 얘기 할 것 있나? 난, 없다고 생각한다. 현상을 그냥 보면 되는 것 아닌가! 행(行)이 우선돼야 하는데 쓸데없이 말이 많아서들 탈이지. 아는 게 많아서 탈이야 탈.  

-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함. 경제적 관점) 보다는 홍익자연(弘益自然. 널리 자연을 이롭게 함. 불교적 관점)의 삶을 사는 것 같다.

 그 역시 주장할 필요 없다. 이름 없는 잡초부터 곁의 사람까지 그들을 위해 나를 낮춰 행하면 되는 것 아닌가.

- 도예와 옻칠·염색 등 예술에 조예가 탁월하다는 평가다.

 일상생활이 문화요 예술이다. 수행과 예술이 결코 다른 게 아니다. 걷다 보면 발자국을 남기려 하지 않아도 남는 이치처럼. 출가 전에도 선천적으로 예술적인 취향이 어느 정도 내재돼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화와 예술에 묻혀 살았던 것 같다. '일하며 공부하고, 공부하며 일한다.'를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오히려 일을 더 중시해온 것 같다. 

- 서운암 된장 맛이 일품이다.

 뭐! 특별할 게 있나. 옛날에 된장 담그는 날이면 경봉 노스님께서 지팡이 짚고 나오셔서 물을 얼마나 붓는지, 소금을 얼마나 넣는지 깐깐하게 챙기셨다. 노스님의 가르침처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서운암 된장 맛의 원천이다.  

- 요즘 대통령탄핵과 대통령선거 북한 핵 문제 등 나라 안팎이 매우 어지럽다.

 먼 곳을 보기보다 가까운 곳을 정확하게 보고,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봐야 한다. 순리대로 살고 행동해야 하는데...이치를 그르치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인터뷰 내내 각종 현실과 통도사 현안에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던 수좌 성파 스님은 딱 한 번 일갈했다. 非知之難而行之難.

한편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직무대행 수좌 성파스님은 월하스님을 은사로 1960년 통도사로 출가해 1971년 통도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총무원 사회부장과 교무부장, 통도사 주지와 제5·8·9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원로의원이다.

 통도사 서운암 토굴에서 수행하고 있는 수좌 성파스님은 문화포교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민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불후(不朽)의 대작(大作)인 '16만도자대장경(16萬陶瓷大藏經)'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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