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가 열어주는 공존의 길
자비가 열어주는 공존의 길
  • 조현성
  • 승인 2017.06.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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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석의 ‘불교의 종교학적 이해’

금강학술총서 32번째 책, <불교의 종교학적 이해>(최종석 저)가 나왔다. 한국에서 불교를 종교학적 관점으로 다루고 분석한 거의 첫 번째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책에서는 붓다와 예수의 웃음을 통해 종교 간 갈등과 충돌을 넘어 화해와 이해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했다. 생태계 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석을 통해 모든 존재가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음을 자각한 불교의 자비가 열어주는 공존의 길을 사유한다.

또 ‘환경보살’, ‘생태보살’ 개념어를 조어하면서 현대사회 생태보살이 지녀야 할 생태의식을 정리했다. 과학만능시대에 불교의 인간관을 새롭게 조명하고, 불교가 동북아시아로 전래되면서 변용되는 과정을 살폈다. 마지막으로 현대사회 속에서 불교의 위상과 미래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1부 ‘불교와 그리스도교’에서는 주로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비교하면서 두 종교가 갖는 유사점에 주목하였다. 「붓다와 예수의 웃음」은 종교 편향의 문제로 두 종교 간의 갈등과 대립의 문제가 대두되던 때 쓴 글이다. 종교 간의 갈등과 대립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주문을 받았다.

어떻게 그런 방안을 세울 수 있겠는가? 각각 종교가 갖는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웃지 못하고 경직된 수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교조들의 웃음이야말로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라 생각했다. 붓다가 경전 속에서 빙그레 미소 짓는 장면은 자주 등장하지만 신약성서에서 예수가 웃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리스도교의 신학 중에 ‘웃음의 신학’이 있는 반면 붓다의 미소에 대한 연구로는 불상에 대한 미학적 연구가 있을 뿐이다. 아마도 이 글은 붓다의 웃음이 갖는 의미를 정리하고 밝힌 최초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보살과 의인의 현대적 구원관」에서는 평소 그리스도교의 예수를 보살과 비교하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기에 나온 글이다. 불교의 보살과 그 성격이 유사한 존재를 그리스도교의 의인이라고 생각하며 논지를 전개했다.

「연기와 공의 종교신학적 이해에 대한 고찰」에서는 팔정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시도하였다. 팔정도의 근본적인 의미와 가르침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새롭게 해석·변주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 불교의 현대화와 생활화가 이 시대의 불교가 직면한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평화」에서 주목한 점은 붓다의 입멸 원인에 대하여 독버섯인가, 썩은 돼지고기인가에 쏠려 있는 전통적 관심에서 벗어나, 왜 붓다는 춘다의 공양을 통해 자신이 입멸할 것을 이미 알면서도 그 음식을 거부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왜일까? 춘다의 공덕을 빼앗지 않고 무아의 실천을 보이기 위해서이다. 무아는 “모든 존재를 사랑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존재 사이의 벽을 허물고 그들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무아의 실천이라고 보았다. 붓다는 춘다의 공양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무아의 실천을 보여 주고 있다. 무아는 곧 위대한 사랑의 실천이다.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누구나 알고 있는데, 과연 무엇을 깨닫는다는 것인가? 무아를 통한 위대한 사랑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무아는 모든 존재와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기 위한 철저한 자기부정이다. 무아를 통한 진정한 평화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간의 올바른 관계가 정립된 상태이다.

2부 ‘불교와 생태 그리고 과학’에서는 생태계의 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석을 다루었다. 이 시대의 불자는 개인의 깨달음에 머물지 말고 전 생태계를 향한 의식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환경보살’, ‘생태보살’이라는 개념어를 조어하면서 현대사회의 생태보살이 지녀야 할 생태의식을 정리하였다.

「과학시대의 과학격의불교」에서는 과학만능시대에 불교의 인간관을 새롭게 조명하려고 하였다. 한편 서구사회에서 받아들인 불교는 과학적으로 격의시킨 불교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였다.

3부 ‘불교와 동양문화의 교섭’에서는 불교가 동북아시아로 전래되면서 변용되는 과정에 관심을 두었다. 「신라 미륵신앙과 첨성대」에서 첨성대가 미륵신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미륵신앙이 한반도에 전래되면서 기존의 토착신앙인 용신신앙과의 습합과정에 주목하였다. 즉 미르=용=미륵=왕의 도식을 세워 그 관계를 살펴 첨성대의 성격을 규명하려고 하였다. 「불교의 한국화 과정」에서 한반도에 전래된 불교는 이미 중국에서 충(忠)과 효(孝)의 문제가 해결되어 중국화된 불교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토착화 과정을 살폈다.

4부 ‘현대사회와 불교’는 현대사회 속에서 불교의 위상과 미래에 관하여 비교적 가볍게 스케치한 글들이다. 앞에서 언급된 내용이 변주되어 중복되기도 하고 송두리째 따온 부분도 있다.

불교의 종교학적 이해┃지은이 최종석┃민족사┃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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