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 주체되는 새 불교운동 하자"
"재가불자 주체되는 새 불교운동 하자"
  • 이도흠/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
  • 승인 2017.10.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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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

재가불자가 수행과 구제의 주체가 되는 새로운 불교운동을 하자

35대 총무원장으로 설정 스님이 당선되었다. 새로운 지도자의 선출에 응당 기뻐하고 축하해야 하지만, 허탈과 냉소뿐이다. 모든 적폐의 근본 책임자인 자승 전 총무원장이 단 한 건의 적폐도 청산하지 않은 채 자신의 사후 안전판으로 사실상 내정한 승려이기 때문이다. 자승 전 총무원장이 종헌과 종법을 위반하며 선거에 개입하였고, 금권선거 등으로 자격이 없는 마곡사, 용주사, 법주사의 주지가 30인의 선거인단을 사실상 추천하였기 때문이다. 설정 스님 자신도 학력위조, 억대 재산 보유와 은처 의혹 등의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 범계승이기 때문이다. 설정 스님의 당선은, 그리 수많은 불자들이 종단개혁과 정청승가 구현을 외쳤음에도 하나도 변화하지 않은 채 ‘범계승 총무원장 시대’가 또 4년 연장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필자로서는 4년 전의 데자뷰다.

'범계승 총무원장 시대' 4년 연장, 4년 전 데자뷰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지도층 승려들의 은처, 도박, 폭력행위, 성폭행이나 성매매, 금권선거 등의 범계 및 범법행위가 도를 넘은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정의평화불교연대는 2012년 5월 24일에 참여불교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참여불교재가연대, 민불동지모임 등과 함께 ‘청정성 회복과 정법구현을 위한 4부대중 연대회의’를 조직하여 2013년 10월 10일 경까지 1년 5개월 동안 포럼,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철야정진, 9보 일배, 법회, 1인 시위, 108배, 피켓시위, 릴레이농성 등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종단개혁운동과 자승 총무원장 연임반대운동을 했다. 그러는 새 적광스님이 기자회견을 하려다가 대낮에 끌려가서 종단의 종무원 및 스님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리 큰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언론도, 대중도 이 사건과 종단 개혁 및 연임 반대 운동을 철저히 외면하자 <중앙>, <한겨레>, <경향>에 자승 총무원장의 퇴임과 종단개혁을 주장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자승 총무원장은 연임하였고, 성찰하기는커녕 종단을 더욱 파국으로 이끌고 갔다. 자기편으로 종단과 종회, 본사 주지를 채움은 물론 자기 사람은 범죄자라도 옹호하고 다른 편은 징계 등으로 철저히 배제하는 당동벌이(黨同伐異)를 가속하였고 적폐는 더욱 심화하였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탐욕이 내면화하고 탈종교화하는 흐름 속에서 종단의 적폐와 자승 총무원장의 독단이 더해지면서 승가 공동체는 무너지고 각자도생이 만연하고 300만 명에 이르는 불자가 절을 떠났다.

변하지 않는 종단, 개혁 가능성 없어

종단개혁과 자승 원장의 연임 반대운동을 하던 이들, 적광 스님의 폭행, 용주사와 마곡사, 동국대 사태, 언론탄압 등의 적폐를 청산하던 운동을 하던 이들, 직선제 쟁취 운동을 하던 승/재가들이 모여 적폐를 청산하고 청정승가공동체를 구현하자는 운동에 나섰다. 올해 6월 7일에 승/재가들이 함께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를 발족시켜 운동을 하던 중 8월 10일에는 사회 각 분야의 원로들과 시민단체들이 재가단체와 더불어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를 결성하여 운동을 함께 전개하였다. 연인원 2만에 이르는 종도들이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보신각 광장에서 촛불법회를 개최하여 지난 7월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10차례에 걸쳐 조계종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 청정 승가 구현을 촉구하였다.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단 한 번도 빠짐이 없이 참석하였고, 일로 바쁜 분들도 멀리서 당진, 천안, 대전, 부산 등에서 올라와 자리를 함께 하였다. 허정 스님, 대안 스님, 문영숙 보살, 송재형 거사를 비롯한 용주사 신도 비대위의 신도들, 김명희 위원장, 김병관 거사, 가루라 보살, 보명 김용배 거사 등이 3달이 넘게 매일 조계사 앞에서 1인시위, 피켓시위, 농성, 전국 순회 홍보 등 현장투쟁을 하며 운동의 출발과 토대를 형성하였고 거점을 사수하였다. 8월 18일부터 명진 스님이 우정총국 앞에서 조계종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단식에 돌입하였고 이어서 효림 스님, 용상 스님, 연천 스님, 대안 스님은 물론 비구니 스님인 선광 스님, 석안 스님까지 단식정진을 하였다. 9월 14일에는 스님과 재가불자, 시민이 함께 어울려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 범불교대회’와 한바탕을 개최하였다. 이어서 지난 10월 11일에는 범불자결집대회를 열어 총무원장 선거의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자승 총무원장의 퇴진과 설정 스님의 사퇴를 외쳤다. 그동안 길게 5년, 짧게는 3개월에 걸쳐 2만이 넘는 종도들이 직접 집회에 참여하여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외쳤음에도 종단은 조금도 변화가 없다. 아니, 개혁의 가능성도 없다.

"범계승 카르텔, 개혁 목소리 계속 외면할 것"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종단이 자승 체제의 연장일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절들도 마찬가지다. 범계승끼리 카르텔을 형성하여 정권과 자본과 야합하며 서로 밀어주고 묵인해주며 대신 권력과 이권을 나누어 갖고 있다. 조금이라도 깨끗한 이는 자신을 언제든 비판하거나 칠 수 있기에 철저히 배제한다. 지금 조계종단과 총무원, 큰 절은 거의 모두 범계승의 카르텔들이 지배하고 있다. 범계승의 카르텔은 안수정등(岸樹井藤)처럼 종단이 망하고 자신마저 파멸함에도 그리 권력과 돈의 맛에 흠뻑 취하여 개혁의 목소리를 계속 외면할 것이다.

더 이상 종단과 스님들에게 기대할 것도, 미련을 가질 것도 추호도 없다. 이제 종단 바깥에, 스님 바깥에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붓다처럼 살려는 재가불자들로 새로운 불교를 건설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승가와 대립하는 재가불자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직장이면 어떻고, 학교면 또 어떻고, 동네 카페면 또 어떻겠는가. 오직 붓다처럼 살겠다는 이들이 모이면 그 자리가 바로 절이다. 거기서 스님이 없는 법회, 하지만 스님보다 올곧게 깨달음과 열반, 중생구제를 수행하는 이들의 맑고 향기로운 공동체를 건설하자. 그리고 범계승의 카르텔에 속한 승려들은 스님으로 예우하지도, 공양을 올리지도 말자. “거룩한 승가에 귀의합니다”라는 것이 “스님에 귀의한다”는 것으로 잘못 불리고 있는 <삼귀의>부터 수정하자.

사부대중 평등한 수행과 중생구제 실천공동체되어야

이제 스님들도 종단과 총무원체제, 가부장적 가족제도 바깥으로 진정한 ‘출가’를 해야 한다. 총무원과 교구본사제도 자체가 일제가 불교를 국가 체제 아래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식민지 잔재다. 이제 각 절이 총무원과 교구본사제도를 해체하는 운동에 나서야 한다. 세속의 가족을 떠나면 출가인가. 승려들이 비구, 그 중에서도 주지만이 권력과 자본을 독점한 채 절과 문중을 가부장적 권위에 의해 지배하는 새로운 가족제도 속으로 들어가 세속의 대중보다 더 권력과 돈과 성을 탐한 것이 출가인가. 무엇보다도 그들이 구제해야 할 대중들은 물화와 소외, 경쟁과 이기심, 기복과 입신양명, 개인의 쾌락과 행복만을 추구하며 탐진치의 삼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승려의 생활세계 또한 신자유주의 체제에 포섭되어 승려 또한 신자유주의적 탐욕과 경쟁심을 내면화하면서 승가공동체는 붕괴되고 각자도생이 만연하고 있다. 절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극복한, 청정한 불자들이 주체가 되고 사부대중 모두가 평등하게 깨달음과 열반에 이르기 위하여 수행하고 중생구제를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들도 성찰하자. “불교의 수행은 깨달은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수행이고, 부처로서 살기 위한 수행이고, 열반을 완성하기 위한 수행이어야 한다.”(홍사성) 운동을 하면서 서로 비난을 하기도 하고 억지스런 사유를 들어 단체나 개인을 배제하기도 하였으며 민주주의 원칙과 절차를 어기고 독단을 행하기도 하였다. 운동을 하다 보면 노선과 전략과 전술을 놓고 당연히 이견이 있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맞서기도 한다. 이 차이가 운동의 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차이들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토론과 숙의를 거쳐야 하고 합의를 한 후에는 다른 의견에 대해 뒷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서로 약점을 품어주고 보듬어 주는 동지애와 불자답게 타인의 고통에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동사섭하는 것이 부족하였다.

지금은 포스트세속화 시대다. 세속화를 하여 주술의 정원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공론장을 만드는 근대화를 추구하였는데, IS 테러나 각 종교의 근본주의화와 종교의 상품화에서 잘 나타나듯 이것이 완성되기도 전에 재주술화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종교는 3차 서비스산업으로 전락하여 명상 또한 상품이나 개인적 치유의 방편으로 전락하였다. 종교는 의미와 실존, 공동체와 연대, 구원/구제라는 본래의 가치를 상실하였다.

탐욕스런 세계에 저항하는 공론장 형성

이에 승/재가 모두 내재적 초월과 입전수수(入廛垂手)의 화쟁이 필요하다. 승려들은 절 안에서 삼독을 지멸하는 수행을 통하여 내재적 초월, 깨달음, 열반을 지향해야 하며, 절 밖의 중생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이에 공감하여 입전수수라는 말대로 다시 사회로 들어와 중생구제를 수행하여야 하며, 이럴 때 시민으로서 각성이 필요하다. 재가불자 또한 공공영역에서 시민주체로서 삶을 영위하되, 깨달음과 열반을 지향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절이나 모이는 광장이나 마당을 시장과 신자유주의 체제가 포섭하지 못하는 의미와 지혜, 윤리와 덕성의 원천으로서 수행 공동체인 동시에 공론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승/재가자들은 절이나 마당에서 자신의 탐욕과 경쟁심, 이기심을 지멸하는 성찰과 수행을 행하고 깨달음과 열반을 지향하며, 동시에 타인에 대한 공감/자비와 연대를 바탕으로 탐욕스런 세계에 저항하는 공론장을 형성해야 한다.

필자는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과 주체성을 억압하고 신의 복종을 강요하는 신앙, “신자의 마음이 아니라 외부의 명령에서 온 신앙,”(헤겔), 시민사회의 소통적 합리성과 결합하지 못한 채 주술의 정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종교, 마음의 평안보다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는 종교, 종단이 권력(주권권력, 생명권력, 훈육권력)이나 자본과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채 유착관계를 맺은 종교, 교리의 새로운 해석을 거부하는 종교, 사적 이익과 소망 실현에 급급하는 종교, 대중의 구원/구제를 하지 않은 채 개인의 거듭남/수양에만 집착하는 종교, 권위에 의해 지배되는 종교집단, 이웃종교의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 과학과 부합하지 않는 종교를 거부한다. 대신 이와 반대의 지향을 하는 종교, 특히 공감과 자비가 모든 실천의 동력이 되고 개인의 윤리적 수양/깨달음과 중생 구제를 종합한 종교와 시민으로서 주체들이 차이의 공동체를 추구하는 종교 집단을 지지한다. 과학과 대량학살이 신을 회의하게 만드는 탈종교화와 포스트세속화의 시대에서도 내재적 초월로서, 타자성과 의미의 원천과 힘으로서 종교는 필요하다. 소욕지족의 눈부처 주체들이 서로를 자유롭게 하고 깨닫게 하는 연합을 구성하여 탐욕스런 세계를 혁파하는 마당으로서 절은 필요하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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