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승려대회 개최하자"
"4년마다 승려대회 개최하자"
  • 허정 스님
  • 승인 2018.02.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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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 스님] 종단구성원 모여 축제처럼 직선제로 총무원장 선출

4년마다 승려대회를 개최하자

승려대회하면 종단의 위기사항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알기에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겠죠. 우리종단은 하나의 종헌종법으로 규율되고 있는 단일승가이지만 승가구성원 전체가 함께 모이는 일은 없었어요. 이제부터라도 몇 년마다 한번씩 모여 승가의 앞날을 토론하고 화합을 시간을 갖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처님은 릿차위족이 자주 함께 모여서 나라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것을 보시고 승가도 “자주 모여서 토론하고 탁마하라. 그러면 승가는 쇠퇴하지 않으리라”는 유훈을 남기셨어요. 이제 우리가 그 유훈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왜 유훈은 실현되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한 지역에 너무 많이 모여살면 그 지역에서 탁발하기가 어려워지기에 스님들은 서로서로 떨어져 지내야만 했죠. 그렇게 흩어져 살다 해제하면 대중들은 부처님을 뵈러 갔는데 이 때 자연스럽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그 만남도 각자 거주지의 거리차이로 인해 승가전체가 같은날 같은시간에 모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교통통신의 발달로 조계종처럼 하나의 종헌종법으로 규율하는 단일승가는 같은시간 같은 장소에 모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종단의 수계와 승가고시와 법계품수는 단일승가의 종헌종법으로 이루어지며 평상시에는 사찰승가와 교구승가에서 살아갑니다. 마음만 먹으면 몇시간 안에 같은 장소에 모일 수 있는 조건에서 이제 최소 4년마다 한 번이라도 함께 모여 승가교육과 포교, 지도자를 선출, 종단의 발전방향등에 대한 논의를 해야합니다.

"4년마다 함께 모여 종단 대소사 논의"

모이는 방법을 제안하자면 이렇습니다. 첫 회에는 스님들이 연수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주의 한국문화연수원에 오전 9시에 모입니다. 9시부터 야외 잔디밭에서 참선, 무차대회, 포살등을 여법하게 진행합니다. 포살이 끝나면 종정스님은 법계품수식을 거행하고 불자대상, 포교대상 시상식도 합니다. 10시부터는 총무원장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의 연설을 5분~10분씩 듣고 11시부터 대강당에서 투표를 시작합니다. 해마다 서울에서 개최되던 불교박람회가 이 때 만큼은 한국연수원에서 개최되고 스님들의 물물교환장터인 승시도 열립니다. 스님들 승가단체와 재가자 신행단체들이 승려대회 자원봉사를 돕고 자신들의 단체를 홍보합니다. 12시부터 맛있는 점심공양을 하고 공양후에는 산책, 박람회와 승시관람, 도반들과 차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동안 중앙무대에서는 창작염불대회, 스피치대회, 설법대회등이 펼쳐집니다. 오후 2시쯤 다수의 표를 얻은 총무원장이 발표되고 참석대중의 축하속에 새로운 총무원장 취임식이 거행됩니다.

오후 4시가 되어 스님들이 처소로 돌아갈 때에는 종단에서 마련한 의료지원비등을 지급합니다. 필요한 금액은 6천명이 참석할 경우 1인당 백만원씩 총 60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비구니회에서 실시한 직선제는 제적인원 6,000명중에 약1,000명이 투표함) 이 비용은 스님들이 일년내내 사용할 의료지원비(50)+수행지원비(30)+교통비(20)이므로 많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4년에 한 번 베푸는 보시인 만큼 금액은 점점 늘어나야 하고 종단에서 4년동안 종도들에게 보시를 받고 모금을 하되 부족한 부분은 종단의 예산으로 충당합니다. (단체장선거처럼 본사별로 다른 투표용지를 배포한다면 총무원장 선거와 더불어 종회위원 선거도 한번에 할 수 있음)

"승려대회, 총무원장 선거 모두 축제로 치르자“

승려대회를 축제처럼 개최하면서 직선제도 하나의 축제가 되도록 치루자는 게 이 글의 요지입니다. 2017년 여름 종회‘직선특위’에서 10년이상의 스님들에게 실시한 여론조사가 말해주듯이 대중스님들 81%가 직선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일체 선거를 부정적으로 보며 추대제를 거론하는데 94년도에 이미 추대제의 부작용 때문에 간선제를 도입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94년도에 개혁회의 법제분과위원장으로서 직선제법을 통과시킨 분이 현설정 스님입니다. 그때는 원로회의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직선제가 시행되지 못했지만 24년이 흐른 지금 승가의 요구가 무르익었습니다.

승가의 전통은 대중에게 물어 대소사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전체 대중인 종단승가에게 묻는 것, 이것이 직선제가 갖는 정통성이자 정당성입니다. 예전에는 3번 물어 침묵으로 통과시켰다면 지금은 투표로 1번에 통과시키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간선제는 대중들에게 묻지 않습니다. 기득권끼리 밀약하여 승려를 각자도생하게 만들고 돈으로 표를 매수하고 이권을 약속하여 선거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듭니다. 직선제를 비판하는 자들은 만장일치를 문제 삼지만 지금의 종헌종법 운영도 만장일치는 없습니다. 현재의 종헌종법은 종회와 각종 위원회의 제적 3분의 2찬성이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되고 있어요. 후보가 2인 이상이 나오는 직선제에서 만장일치를 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거나 몰염치한 짓이죠. 율장과 경장(M104)에는 다수로 해결(yebhuyyasikāsamathā)하는 대중공사 방법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붓다는 대중갈마 방법을 7가지로 설명하면서 어떤 문제를 현전승가에서 해결할 수 없으면 그 보다 많은 대중들이 참여하게 해서 다수결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찰승가와 교구승가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를 종단승가에서 해결하라는 의미이며 대중이 원하면 소도 잡는다는 말처럼 다수대중의 뜻이 무거움을 상징합니다.

지도자 선출은 다수결로 결정되더라도 승가분열을 초래하지 않을뿐더러 4년마다 새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종단승가 대중이 참여하고 승가대중이 다수결로 선출하는 방법은 지금의 직선제와 같은 맥락입니다. 직선제는 승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도를 자유롭게 표출하고 승가의 일원으로서 권리와 가지는 공동체의 운영원리입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애종심이 생겨납니다.

▲ 허정 스님.

"직선제는 승가 구성원 권리 갖는 공동체 운영 원리"

어떤 분들은 직선제를 하면 문중과 인맥을 중심으로 투표, 특정본사가 유리해진다고 염려하는데 돈선거를 하지 않는 이상 많은 대중이 모여사는 곳이 유리한 것은 자연스런 일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종단의 절반인 비구니스님들에 의해 종단이 좌지우지 될 수가 있다고 걱정하는데 그것도 자연스런 일입니다. 절반이면 그 절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왜 나쁜가요? 구성원의 절반인데도 절반의 권리를 제한하는 현 간선제나 추대제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승가의 구성원들이 성숙하여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기에 숫자가 많은 문중이나 특정본사가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대중의 손으로 선출된 총무원장은 대중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되어 종단을 중흥시킬 것이며 공동체를 회복시켜서 더 이상 각자도생의 우울한 승가가 되지 않게 할 겁니다. 그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았기에 대중이 원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테니까요. 이제 대중이 원하는 직선제를 두고 더 이상 거부하며 대중과 싸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간선제하에서 개인이 돈을 쓰면 많이 쓸수록 비난받지만 직선제를 시행하여 종단이 선거비용을 쓰면 많이 쓸수록 칭찬 받습니다. 이것이 개인이 사사롭게 행동하는 것과 공의(公義)로서 행동하는 것의 차이겠죠. 종단의 수입을 몇몇 개인이 차지하는 이 풍토를 바꿔보자는 것고 직선제가 가져다줄 중요한 이득입니다.

"선입견, 기득권 내려놓고 출가정신으로 진지하게 고민"

이러한 승가공동체가 구현되면 그 자체로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고 젊은이들은 불교에 호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요즘 출가자가 줄어든다고 걱정하지만 지금처럼 각자도생 해야하는 종단의 현실속에서는 출가를 문의하는 젊은이들에게 출가를 권하기가 미안해서 꺼려집니다. 출가자 감소를 걱정 할 것이 아니라 ‘출가에서 다비까지 수행생활이 안정적인 종단’, ‘승가는 풍족해도 스님은 가난한 종단’을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제 선입견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출가 정신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생각해 봅시다. 대중의 요구는 명확합니다. 지금 우리승가는 앞으로 종단이 추락(墜落)하느냐 혹은 비상(飛翔)하는 중요한 기로에 직면해 있다고 봅니다.

/인도에서 허정 스님.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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