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보다 더 빛난 불자들…그대가 ‘우중불화(雨中佛花)’
등불보다 더 빛난 불자들…그대가 ‘우중불화(雨中佛花)’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05.13 0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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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연등회’ 봉행…관람객 크게 줄면서 외국인 더 주목
▲ 불기2562년 2018연등회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일대에서 개최됐다. ⓒ불교닷컴

봄비 속에 불화가 활짝 폈다. 각종 장엄등이 빛날 때 연등행렬에 참가한 불자들은 더욱 빛이 났다. 12일 서울 도심은 하루 종일 내린 비에 젖었지만 흥인지문(동대문)을 출발해 조계사 앞까지 4.5km구간을 걷는 연등행렬의 불자들은 마치 신심과 원력에 흠뻑 젖어 행진했다. 수개월 동안 준비한 장엄등을 앞세우고 계속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힘찬 걸음으로 비에 젖은 아스팔트길을 행진했다. 비속에서도 불자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예년, 같은 구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관람객이 몰렸지만, 새벽부터 내린 비는 거리를 한산하게 만들었고, 흥인지문에서 종로 3가까지는 시민 참여가 매우 저조했다. 연등행렬이 지나는 도로 좌우에 배치된 많은 의자들이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비에 젖었다. 탑골공원에서 종각네거리 사이에는 시민들의 참여가 다른 구간에 비해 많았다. 시민 참여는 줄면서 오히려 외국인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외국인들은 저 마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각종 등과 장엄물을 촬영했다.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가락에 우산을 흔들고 몸을 들썩였다.

▲ 중앙승가대학교 학인 스님들의 행진.ⓒ불교닷컴

동국대학교 운동장에서도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어울림 마당이 취소됐다. 연등회가 12일 오후6시에 시작한다고 공지한 연등행렬은 7시 10분께 장엄물을 앞세우고 흥인지문을 출발했다. 의장대도 없었다. 이전에 비해 꽹과리와 징, 북소리와 함성이 부쩍 줄었다. 하지만 불자들은 당당했다. 손을 흔들고, 춤을 추고, ‘석가모니불’을 염송하고 ‘성불하세요’를 외치며 이 땅에 부처님 오신 의미와 우리나라 최대 거리축제이자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22호 연등회의 찬란한 역사를 증명했다.

▲ 연등회 봉행위원단.ⓒ불교닷컴

이미 예고된 비 소식에 각 사찰과 단체는 만만의 준비를 했다. 연등행렬 참가자들은 모두 우산 대신 비옷을 입고 걸었다. 손에든 등에는 투명비닐이 씌워졌고, 투명 우산 안에 등을 걸고 행진하는 단체도 있었다. 금륜사 신도들은 등을 들고 얼굴 부분만 도려낸 긴 투명 비닐을 우산 대신 쓰고 걸었다.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 스님,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 회성 진각종 통리원장, 홍파 관음종 총무원장, 지홍 조계종 포교원장,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 집행위원장 정우 스님, 동국대 한보광 총장 등 연등회 봉행위원단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노란 우산을 쓰고 연등을 들고 연등행렬 선두그룹에 섰다. 중앙승가대학교 학인과 동국대 석림동문회 스님들은 우산과 비옷도 없이 행진했다.

▲ 연등회 봉행위원단.ⓒ불교닷컴

연꽃수박등, 학등, 물고기등, 호로등, 사자등 등 19점의 북한등도 등장했다. 1956년경 출간된 <북한의 공예>에 실린 이미지를 토대로 재현한 등이다. 동국대학교 부속 고동학교 학생들은 목탁을 치며 걸었고, 복지법인 승가원 소속 신도들은 ‘연꽃돌이등’을 들었고, ‘휠체어 연꽃돌이 장엄물’을 앞세웠다. 조계사는 반야심경 한 글자 한 글자를 등으로 만들었다. 

조계사 어린이법회 학생들은 ‘조계사 아이좋아등’을 들었다. 행렬에 참가한 불자들은 조계사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귀엽다” “기특하다” 등의 말로 환영했다. 조계사는 유모차 팀까지 참여시켰다. ‘조계사 성역화 원만성취등’도 등장했다.

태국·베트남·스리랑카·네팔 등 국내 거주 외국인 불자들이 눈에 띠었다. 태국불교 알림막을 앞세우고 수백 명의 태국불자들이 등을 흔들며 ‘사와디캅’을 외쳤다. 태국불자들 뒤로는 50여 명의 태국 스님들이 주황가사를 입고 행진했다. 스리랑카는 사리탑등, 네팔불자들은 네팔부처님과 보다나트등, 룸비니 마야대비등과 같은 장엄등을 선보였다. 미얀마, 베트남 불자들도 전통의상을 입고 대거 참가했다.

총지종은 평화통일한반도등, 군종교구는 평화의등을 앞세웠다. 매년 움직이는 대형장엄등으로 박수를 받은 천태종은 ‘경제회복등’ ‘금강저’ ‘금동대향로등’ 등 아기자기한 중형등을 다수 선보였다. 수국사는 스키점프등과 스노보드등이 눈에 띄었다. 진각종은 대형 ‘거북선등’을 선보였다. 거북선 옆 포구멍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의 등장인물인 폴리, 로이, 앰버, 헬리 등도 나왔다. 동국대 학생들은 역시 대형 흰코끼리등을 앞세웠고, 각 대학 불교학생회 회원들은 학교의 상징물을 드러낸 등을 들었다. 강아지등, 사자등, 탈춤등, 놀이패등, 마하반야바라밀등, 발우등, 마지등, 보리수등도 등장했다. 약사여래불등, 옴마니반메훔등, 녹야전법상등, 연꽃수레등, 용등, 별등, 수박등, 공부하는 소년소녀등, 법고등 등의 장엄물이 도심을 가로질렀다.

▲ 조계사 어린이법회 아이들.ⓒ불교닷컴

연등행렬 마지막 단체인 태고종은 500명이 동시에 영산재 바라춤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에 참여해 조계종 자정과 개혁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정의평화불교연대도 연등행렬에 참가했다. 이도흠 상임대표를 비롯해 김광수 공동대표, 이병욱 사무총장 등 10여명의 불자회원들이 깃발과 등을 들고 행진했다.

태고종이 종각 네거리 보신각 앞을 통과하자 폭죽이 터지면서 연등행렬이 회향한마당으로 전환됐다. 회향한마당에서는 오늘은 좋은날 부처님오신날 노래가 랩과 함께 흘러나오자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몸을 흔들며 환호했다. 회향한마당 역시 계속내리는 비에 시민들의 참여가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연등법회를 시작으로 연등행렬과 회향한마당으로 이어진 불기2562년 2018연등회는 12일 저녁 9시 30분께 봄비와 함께 꽃비가 내리면서 회향했다.

▲ 수국사의 스키점프등과 스노보드등.ⓒ불교닷컴
▲ 정의평화불교연대ⓒ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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