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빗나간 미국 실세 공략
한미정상회담 빗나간 미국 실세 공략
  • 김종찬
  • 승인 2018.05.24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찬의 안보경제 블로그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한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에서 미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을 같은 자리에서 면담하는 특이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답한 두 미국의 대외전략 담당자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한국의 협상대상자를 각기 다르게 공개 지명했고, 한국 언론이 앞다퉈 실세로 부각시킨 국무장관과 달리 볼튼 보좌관이 실세임을 밝히는 발언이 나왔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서훈 국정원장을 공개했고, 볼턴 보좌관은 “지금 한국 측과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하고 있다”며 강경화 외교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워싱턴의 한국대사를 명확히 밝혔다.

반면 문 대통령 방미 비행기안 기자회견에서 정의용 실장은 “북미 회담이 99% 성사됐다고 본다”고 말해 자신이 실세임을 직접 나타냈다.

문 대통령에게 정 실장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존 볼턴 보좌관이 실제 북미회담의 주역임을 과시한 것으로 보여지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서훈 국정원장만을 거론해 전략의 주역이 아니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과 두 미국 관리와의 대화는 <경향> 등 한국 언론만 보도하고 사진은 청와대가 공급해 청와대에서 관련 내용만큼은 그대로 전했다고 보여진다.

한미정상회담 직전 문 대통령은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50분간 이 두 미국 관리를 만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짧은 정상회담 열면서 극히 이례적으로 더 긴 기자회견을 먼저 가졌고, 백악관은 외신에 한미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트럼트 대통령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 회담 연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음을 전했고, 이는 싱가포르 언론에서 잇따라 보도했다.

관련 기사들은 기자들이 정 안보실장의 비행기내 발언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고, 이 정 실장 발언에 대해 오후 국무장관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 질의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앞의 두 미국 관리에게 “많은 사람들이 지난 25년 간 북한과 협상에서 기만당했다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나 이번은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를 공언하고 체제안전과 경제발전을 희망하는 북한 최고지도자를 대상으로 협상한다는 점에서 이전 협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고 이를 국내 언론에 공급했다.

정상회담 직후인 오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의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기 가능성’과 관련 ‘개최 확신’으로 포장해 날짜의 연기에 대해 모호한 답변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질의에 나왔던 ‘정 실장 99% 발언’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폼페이오의 기자회견은 볼턴의 실세 역할을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볼턴 보좌관은 문 대통령과 면담에서 “지금 한국 측과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워싱턴의 한국대사, 우리가 상대한 모든 분들이 대단히 협조적이었고, 투명했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우리 역시 여러분에게 그러했기를 원한다. 오늘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을 위해 또 미국을 위해, 전세계를 위해 우리가 이것을 잘 해내기를 바란다”며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더불어 문 대통령과 더 많은 협조로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직접 팩트는 없이 추상적 내용만 말했다.

한미정상회담 취재 기사에 볼턴의 '소외'를 다룬 보도가 한국 언론에 집중됐다. 연합뉴스는 <'리비아모델' 밀던 볼턴, 심각한 표정으로 한미정상 응시 '포착'> 기사에서 "한미정상 모두발언·문답 내내 오벌오피스 뒤쪽 벽에 기대 서 있어, 트럼프의 '리비아 모델' 폐기로 입지 더 좁아져…폼페이오 '비상'과 대조" 등의 내용을 미국 언론의 사진을 근거로 한국만 쏟아냈다.

한미정상회담이 북미회담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과 다르다는 점에거 접근한 반면, 한국 언론들의 '볼턴 밀어내기형' 기사는 한미정상이 북미회담을 결정하려 열린 것으로 각색하면서 만들어진 인위적 팩트들로 채워졌고, 청와대의 언질에 한국 언론들이 보조자로 동원된 방식이다.

한국에서 싫어하는 미국 관리가 북미회담에 대한 미국 전략에 영향을 끼쳤다는 근거로 보기 어려운 팩트를 동원한 한국형 언론플레이는 미국행 비행기에서 정 실장이 '성사 99%' 발언하고, 이를 문 대통령 앞에서 볼턴이 '정 실장과 협상한다'고 말하며 처음부터 성사 가능성이 없었다.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직전 문 대통령이 두 미국 관리를 면담한 자리는 청와대의 이런 전략에 의해 백악관에 요청해 성립된 것으로 보여진다. 청와대의 이런 접근으로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앉혀 놓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기자회견을 40분 진행했다.

이는 정상회담 의제가 처음부터 존재 의미가 없다는 외교행태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정상회담은 형식상 열린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청와대의 '백악관 권력 흔들기 접근'을 무산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에서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의 대외전략 갈등은 1970년대말 카터 민주당 정부에서 이란 쿠데타 기도가 대표적이며 안보보좌관이 승리했다.

카터 대통령의 민주당 외교전략이 매파로 변질되는 과정에는 벤스 국무장관과 브레진스키 안보보좌관의 경쟁에서 이란과 중남미 니콰라과 내전 개입사태로 잘 알려진 이란콘트라 사건의 뒤에는 키신저 주동과 록펠러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키신저는 브레진스키 보좌관이 주도해온 대소련 반공 대외전략 강화를 통해 밴스 국무장관의 외교중시 노선을 밀어내고 카터 대통령을 매파로 바꿔, 이란 혁명 직전 혁명 세력을 분쇄할 군사 쿠데타 주선에 집중했다. 브레진스키는 공산세력이 이란 접수를 CIA 정보로 각색했고, 그 결과는 이란 혁명 공화국 탄생과 무자헤딘의 강화를 불러들였다.

브레진스키의 강권에 카터는 1980년 말 엘살바도르에 좌파 민족해방전선(FMLN)이 승리할 조짐이 보이자 독재정권에 군사원조를 재개했다.

브레진스키가 카터 대통령을 매파로 이끈 ‘카터 독트린’은 1979년 말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대해 “2차 대전 후 평화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카터독트린에 “페르시아만을 장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미국의 사활적 이익에 대한 공격이며, 그에 대해 군사력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 격퇴할 것”이 명시됐다.

그 결과는 브레진스키가 직접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를 1980년 2월 방문해 재정 군사협조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카터 대통령은 당선 당시 국방비 삭감 공약을 바꿔 취임 때 1천152억 달러에서 4년 후 1천800억 달러로 증액하며 재선에 실패 레이건 공화당에 정부를 넘겨줬고 부통령에 CIA국장인 조지 H W 부시가 들어섰다.

밴스 국무장관은 1980년 4월 테헤란 억류 미국인 인질구출작전에 반대하며 사임했다.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을 매개로 이란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속했고, 민간인 군수업자들이 더 활발해졌고, 미국 무기 공급으로 이란-이라크 8년 전쟁에서 10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전비는 1조 달러가 넘었다.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는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가 무기인 미국 스텔스 F-35 전투기가 최초 실전에 사용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스라엘 공군사령관 아미캄 노르킨 소장은 22일 이스라엘에서 20개국 공군 최고사령관들에게 “우리는 F-35를 중동 전역의 상공에 날렸으며 이미 두 곳의 전선에 두 번 공격을 행했다”고 말했다. 공격 목표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상공이었고 이 전투기 사진은 공개했다.

앞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3월 4월 시리아 내 이란 군사기지와 공군기지를 기습 공격했었다.

미국 이외 이스라엘은 대당 1억 달러의 F-35 전투기 첫 보유 국가로 실전을 통해 대외 구매력과 군사력 과시 양면을 보리고, 이미 50대 주문에 9대를 받았고 75대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연간 40억 달러를 이스라엘에 군사지원하고, 최대의 적 이란의 부각에 F-35가 군사력 판세를 결정한다고 밝혀왔고, 동아시아 최대 구매자 일본에 이어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차순위 구매자이다.

한국이 북미회담에 국제적 긴장을 분할하며 트럼프발 예루살렘 미대사관 이전과 이란핵협정 흔들기를 주도한 신네오콘은 레바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 재발 전략에 장애물을 제거하고 있다. 

애초 볼턴의 초청으로 한미정상회담을 합의한 정의용 실장은 불과 20일만에 태도를 바꿔 당사자인 볼턴 보좌관을 기피하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 경도되면서 험로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