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부장·기획실장·사서실장·종책특보단장 총무원 떠나
총무부장·기획실장·사서실장·종책특보단장 총무원 떠나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05.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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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원장, 인사 난항…‘교권 수호’서 ‘교권 자주’로 전환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기획실장, 사서실장, 종책특보단장이 공석이다. 설정 총무원장 체제가 은처자 문제 등 비위와 현응 교육원장의 성추행 의혹 등 파문으로 사실상 붕괴됐다.

총무부장 정우 스님은 22일 불기2562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참석을 끝으로 총무원을 떠났다. 기획실장 금산 스님 역시 지난 18일 짐을 정리하고 주석 사찰로 돌아갔다. 사서실장 금곡 스님은 정우 스님과 금산 스님 보다 앞선 17일 총무원을 떠났다. 총무원을 떠난 스님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스님은 <불교닷컴>에 “건강이 안 좋다”고만 전했다.

지난 5월 1일 MBC PD수첩 ‘큰 스님께 묻습니다’ 편이 방송된 후 지난 9일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은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PD수첩 방송 후 설정 총무원장은 새 집행부 인선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으로 전해졌다. 총무원 부실장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이후 본격적인 새 집행부 구성을 위해 인선 작업에 나섰지만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총무원장은 PD수첩 방송 이후 일부 부실장들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총무원을 떠난 부실장 스님들은 MBC PD수첩이 방송한 설정 총무원장의 비위에 크게 실망했고, 한편으로는 PD수첩 방송에 ‘교권 수호’라는 논리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종무회의 등에서 부실장들과 논의한 사안들이 수시로 뒤집어지는 상황이 반복된 것도 사퇴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 부실장 스님들은 MBC PD수첩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교권 수호 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적극 동의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개인비위에 ‘교권 수호’라는 논리로 ‘범종단 기구’를 구성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16일 21차 종무회의에서 제정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 설치 운영에 관한 령’의 명칭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계종 총무원은 MBC PD수첩 방영 후 ‘교권 수호’라는 명칭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교권 수호’를 포기하고 ‘교권 자주’라는 표현으로 바뀐 것은 개인 비위에 종단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총무원 내부의 분위기를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 설치 운영에 관한 령’은 총무원법 9조 17호의 ‘위원회 구성에 관한 사항’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광범위한 법 해석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공영방송이 우리 사회 지도층인 조계종 총무원장과 교육원장 개인 비위를 보도한 것을 ‘법난’이라고 규정한 것도 상식 밖의 행위여서 논란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한국불교 근현대사에서 ‘법난’은 비구-대처 분규(대처 측에서 법난이라고 본다)와 10·27법난 정도에 불과하다. 일개 승려의 비위 보도를 법난이라고 규정하고 종령까지 제정해 종단 차원의 대응을 하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여서 불자는 물론 국민들의 비난을 살 것으로 보인다.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는 ▷MBC 방송 법난 사태에 대한 교단 자주권 수호 ▷방송 등에서 제기된 의혹 규명 및 해소 ▷기타 위원회에서 필요하다고 결의한 사항이 주요 업무이다. 이 종령이 정한 업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PD수첩 방송을 법난이라면서 방송에서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고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의혹 당사자가 종령을 만들고 위원회 운영과 구성을 규정지었다. 퇴진 또는 직무가 정지가 되어야 할 총무원장이 주도해 만든 위원회여서 출발부터 ‘불신투성이’다. 지난 11일 열린 원로회의에서도 “당사자가 어떻게 위원회를 꾸리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총무원장에게 내리는 하교의 말씀(지시사항)‘으로 교시를 내렸다. 이 교시의 핵심은 설정 총무원장을 지목해 “의혹을 소상하게 해명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설정 총무원장은 위원회에 오히려 방점을 두고 대응하고 있다. 총무원 주장처럼 종정 스님이 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MBC 방송을 ’법난‘으로 규정하라는 지시는 없다. 더구나 이 교시는 ’제목까지 삭제‘되면서 훼손 논란이 일었고, 이에 대해 총무원은 해명하지 않았다.

한편, PD수첩은 설정, 현응 스님 보도 이후 종단의 대응과 미투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등 후속취재와 또 다른 비리 등을 집중취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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