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두려워하고 가해자 재기 꿈꾸는 까닭
피해자 두려워하고 가해자 재기 꿈꾸는 까닭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8.06.0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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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평론’ 여름호, ‘한국사회 성윤리와 불교’ 특집 “사법처리 않는 탓”

최근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큰스님께 묻습니다’ 편을 통해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과 직지사 주지 법등 스님의 성폭력 의혹이 방송됐다. <불교평론>은 2018년 여름호에서 ‘한국사회의 성윤리와 불교’를 특집으로 다뤘다.

공적 문제 제기 왜 공적 처리 안따르나

김영란 소장(나무여성인권상담소)은 ‘욕망과 권력 그리고 성담론의 상관관계’를 통해 “성폭력은 공적인 공간에 나와 있는 여성을 여전히 사적 존재로 여기면서 공적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적 대상, 폭력의 대상으로 볼 때 일어난다”고 했다.

김 소장은 “미투는 성폭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공적인 문제 제기이다. 사적으로 희롱한 것이 아니라 공적인 문제라고 공표하는데도 공적으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적 처벌과 같이 공적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는 두려워하고 가해자는 재기를 꿈꾼다”고 지적했다.

성별 초월 사람으로 보는 훈련 필요

이필원 교수(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욕망으로서 성욕에 대한 불교적 관점’에서 “성욕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욕망이다. 그런 만큼 성욕은 자칫 사람을 대상화하기 쉽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성욕에 사로잡히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욕망의 대상으로 본다. 그래서 여자를 혹은 남자를 사람으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반열반경>의 “세존이시여 저희는 어떻게 여인을 대해야 합니까? / 아난다여, 쳐다보지 말라. / 세존이시여, 쳐다보게 되면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 아난다여, 말하지 말라. / 세존이시여, 말을 하게 되면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 아난다여, 사띠를 확립해야 한다”는 구절을 예로 들었다.

승려의 성적 행위는 철저히 금기

이자랑 HK교수(동국대 불교학술원)는 ‘율장을 통해 본 성욕과 성윤리’를 게재했다. 이 교수는 “불교에서 성욕은 다른 어떤 욕망보다 진지하게 다뤄진다. 출가자는 성욕 기반의 모든 성적 행위가 철저하게 금기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출가자에게는 직접적인 성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위행위나 성적 접촉, 음담패설, 음욕 공양을 부추기는 말 등이 모두 중죄로 다스려진다. 수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교계 자정 없다면 사회 지탄 받는다

조승미 외래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학)는 ‘성폭력 문제 이해와 한국불교 권력구조’를 통해서 “(성폭력 문제 관련) 불교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 없다면 불교는 사회 지탄을 받는 종교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불자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조 외래교수는 “(불교계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 연민(karuna)에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고통 또한 실체가 없으니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조언은 연민을 잃어버린 불교이다. 연민 기반의 성폭력 피해자 고통에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범죄, 다양한 인식과 해결 방법 필요

권최연정 선생(서울대 종교학과 박사과정)은 ‘기회와 공모: 종교계 성범죄의 발생과 은폐’ 주제 기고문에서 “악은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권최 선생은 “성범죄가 단일한 이유로 일어나지 않듯이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는 단순하지 않다. 성범죄가 단순하지 않은 만큼 문제를 대하는 인식과 해결 방법도 다양해야 한다”고 했다.

2600년 전부터 불교는 성평등 주장

옥복연 소장(종교와젠더연구소)은 ‘순결담론과 성의 상품화에 대한 불교적 관점’을 통해 “2600년 전 붓다는 사랑을 나눔에서 잘못된 행위는 파멸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천한 사람이라고 이미 지적했다”고 밝혔다.

옥 소장은 “불교는 고를 강조하기 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이다.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를, 남이 아니라 ‘나’를 중시하는 종교”라면서 “불교는 성평등을 주장하는 종교”라고 했다.

성윤리관 지혜로 재해석 필요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는 ‘불교윤리의 관점에서 본 한국인의 성윤리’에서 “불교의 성윤리관은 성욕을 금기와 극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전통적 성윤리관을 형성하는 보수주의의 그것과 가깝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인간의 성욕 발휘 과정은 그 자체로 금기의 대상이 아닌 수행의 과정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불교의 성윤리관이 일상의 지혜로 재해석 수용돼야 현대 한국인 성윤리 실천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오죽했으면' 헤아릴 줄 알아야 불교

이혜숙 <불교평론> 편집위원은 머리말에서 “미투 운동가들이 얼마나 오래 고민하고 호소하고 결단하는 순간을 거쳐서 여기에 이르렀는지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불의를 불의로 덮어두고 가는 세상이 아니다. 과거의 낡은 습관에 사로잡혀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것은 불교가 강조하는 정견의 깨우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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