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이 쇠진한 승려의 선택
영험이 쇠진한 승려의 선택
  •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 승인 2018.06.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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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단 지도자 파행은 탐욕, 몰염치 탓

어느 음력 초하루 굳게 닫혀있던 전통사찰의 대웅전 문을 구청 직원이 연다.
불자들이 법당 안에 집결하자 구청직원이 불공을 인도할 새로운 직업인 「불교의식 집전 전문가」를 소개한다.
법문은 과거에 녹화 된 것이라며 어느 스님의 법문 영상이 상영된다.
법회가 끝나자 구청 직원은 수입을 챙겨서 정부의 통장에 입금한다.

스님이 사라진 미래의 어느 초하루 법회의 모습이다.
오늘의 조계종을 냉철하게 진단할 때 망상이라 할 수 있을까?

역사발전에 대한 불교적 세계관은 인간의 노력에 의해 발전과 퇴보도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발전이고 퇴보인가?

발전은 그 사회의 지도층이 윤리의식이 투철해서 세상이 더 낫고 좋은 상태로 돼 가는 것이고 퇴보는 그 반대의 현상이다.

어느 시대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지도자(층)에 의해 사단이 일어난다. 조계종도 예외가 아니니 종단 지도층의 윤리와 책임의식, 준법정신에 의해 발전과 퇴보를 하게 된다.

종단 지도자의 파행은 그들의 마음에서 탐욕과 몰염치(沒廉恥)가 준동하기 때문이다. 탐욕과 몰염치가 준동하는 세태를 통해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출가자들의 거창한 수행이력이란 것이 결국 포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일 게다.

현 우리의 상황이 아수라(阿修羅 /다툼이 끊이지 않는 혼란의 세상)의 집단과도 비교된다.

<천수경>에 “아약향수라 악심자조복(我若向修羅 惡心自調伏)”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내가 만약 아수라의 세계에 가면 , 악한 마음이 저절로 누그러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과연 우리가 아수라의 세상을 향할 때 영험에 의해 그 악한 마음이 누그러질까? 필경 “너희가 우리 아수라보다 더 나은 것이 무엇이냐?”고 되레 문책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심각하게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스님들에 관해 말한다면, 설령 당신들께서 무고하다는 주장이 진실이라 해도 현 상태에서 그 무고를 밝히기에도 버거울진대, 하물며 여러 증인과 정황적 증거가 동반된 의혹이 공중파 방송을 타고 나간 마당에 과연 어느 누구의 신뢰와 존경심을 바탕으로 종무를 여법하게 끌고 갈 수 있겠는가?

나 역시 가슴 아픈 일이나 사실 여부와 별개로 지도자로서의 업무 동력을 상실해버렸다. 이 엄중함을 생각지 않고 계속 자리에서 연연한다면 세상과 대중 그리고 불조를 능멸함이다.

종교지도자는 영험이 생명이다. 영험이 쇠진한 종교지도자는 이미 그 생명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짐이 국가’라는 봉건시대도 아닌데 지금의 종단은 무엇엔가 집단적으로 최면에 걸린 듯하다.

돌아보건대 1994년도와 98년의 종단사태 시 엄밀히 말해서 당시의 사태를 종결시킨 것은 결국 공권력이었다. 출가인으로서 자긍심과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으나 개혁의 흐름으로 나아가길 빌며 스스로를 위안해 왔다.

이번의 사단도 내부적으로 성찰하고 자정하는 모습을 기대해 왔으나 작금 종단의 움직임을 보노라니 그 모든 기대를 접어야 하겠다. 솔직히 누가 교권을 침해했으며, 누가 종단 자주권을 박탈했다는 말인가? 모두가 자업자득 아닌가?

영험이 쇠진한 종단 지도자는 물러남이 우선적 선택이다. 그것이 그동안 함께해온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훗날 불교를 망친 주인공으로 끝까지 기록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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