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노스님 협박하는 조계종 총무원
88세 노스님 협박하는 조계종 총무원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06.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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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법부장 진우 스님 “단식 계속하면 비리 조사할 터”설조 스님 “대가 원치 않아, 목적 성취까지 개의치 않아”
▲ 조계종 호법부장 진우 스님이 27일 새벽 단식정진단을 찾아와 "단식을 중단하고 법주사로 내려가면 대종사와 원로의원을 모시겠다. 그렇지 않으면 비리를 조사해 처벌하자고 한다"며 단식 8일째인 설조 스님을 겁박했다. 지난 21일 단식 2일차 아침 설조 스님을 찾아온 호법부장 진우 스님.

조계종 총무원이 88세의 노스님을 겁박했다. 총무원 호법부장 진우 스님은 27일 새벽 단식 8일째인 설조 스님을 찾아와 “단식을 중단하지 않으면 비리를 조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64세의 호법부장이 종단 소임을 앞세워 88세의 노스님을 협박한 셈이다. 설정 총무원장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진우 스님은 사실을 부인했다.

진우 스님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아무도 없는 설조 스님의 단식 천막에 찾아왔다.

설조 스님은  <불교닷컴> 과 인터뷰에서 “호법부장이 당근과 채찍을 가져왔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법부장이 ‘단식을 중단하고 법주사에 내려가 계시면 대종사와 원로의원으로 모시겠다’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설조) 스님의 이런 저런 비리를 호법부에서 조사해 징계하자고 한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설조 스님이 단식을 시작하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 조계종 총무원은 호법부장 명의 담화문을 통해 종단 문제를 제기하는 종도들의 의견을 “공동체의 안정과 화합을 해치고 분란을 조장하는 일체의 행위”로 보고 비판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이날 진우 스님의 발언은 청정한 종단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단식하는 노스님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설조 스님이 대가를 바라고 단식에 들어간 것으로 취급했다. 

은처자 파문 등 바라이죄를 지은 설정 총무원장의 집행부가 ‘대종사’와 ‘원로의원’이라는 당근으로 설조 스님의 단식을 중단케 하겠다는 접근 방식은 비판에 직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설조 스님은 진우 스님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설조 스님은 “진우 스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단식을 시작한 것은 이후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종단이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상당한 책임이 있어 나의 원죄를 참회하고 내 몸뚱이를 바쳐 종단이 바로 정립되도록 큰 움직임의 촉발제가 되려는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스님은 “나는 설정 집행부가 무엇을 해도 개의치 않는다. 단식을 계속해 소위의 목적을 성취할 것”이라며 “(총무원이 비리 조사 등을 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호법부장의 제안은 곧 설정 총무원장의 뜻으로 종단 공식입장일 수밖에 없다.

설조 스님은 진우 스님의 말이 종단 공식입장이었냐는 질문에 “호법부장이 와서 말한 것이니 종단 공식입장 아니겠느냐”며 “호법부장이 와서 ‘저 누군지 아시죠’라 묻기에 ‘호법부장 스님이시네요’라고 했다. 그러자 진우 스님은 ‘아시네요’라고 한 후 이야기를 꺼냈다. 호법부장인지 확인까지 하고 이야기를 꺼냈으니 종단 공식 입장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그런 협박도) 괜찮다. 그런 거야 각오한 일”이라며 “적주비구 두 명을 총무원장으로 세운 것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한다. 적주비구가 총무원장할 때마다 종단에 큰 소란이 일었다. 종단을 이렇게 망가지게 한 내 죄도 적지 않다. 그래서 단식을 시작했으니 각고해야지”라고 했다.

호법부장 진우 스님은 설조 스님이 단식을 시작한 다음날인 21일 아침에도 찾아왔다. 당시 진우 스님은 직접적이지 않지만 단식을 만류하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설정 총무원장과 면담 주선 의사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설조 스님은 “(단식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지난번에 찾아와 건강 잘 챙기고 단식을 얼른 끝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그러면서 설정 총무원장을 총무원이나 제3의 장소에서 만나도록 자기가 주선해 보겠다고 제안하더라. 하지만 오늘은 면담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그분들이 대화하자는 게 어떻게 보면 진전된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말로 그럴 사람들이 아니고, 만나면 구구한 변명이나 단식 중단하라고 하지 않겠냐”며 “아마도 단식하는 사람에게 대화를 요청했는데 거절하더라 뭐 이런 상황을 만들려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은 더 우습지 않냐”고 했다.

이어 “이미 내 뜻은 단식하면서 밝혀 더 할 말도 없다. 내가 적주비구라는 말로 현 종단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라며 “나는 뜻이 관철되거나 목숨이 끝나거나 양단을 선택했다. 그런데 더 뭘 중언부언 하겠나”라고 했다.

 또 "내의지는 이전에 단식할 때보다 더 결연하다. 불퇴전"이라며 "자승 원장 때 법주사서 단식하니 총무원에서 주지에게 압력을 가하더라. 이젠 서울에 와서 단식을 해 신도들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고 했다.

도정 스님은 “사람이 없는 새벽에 노스님을 찾아와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것은 회유와 협박일 뿐”이라며 “설정 총무원장은 어른을 협박하지 말고 즉각 퇴진하고 참회하라”고 했다.

부명 스님도 “큰스님께 (호법부장의 협박 이야기를) 들었다. 목숨을 걸고 단식 정진하는 노스님에게 당신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것은 총무원이 가서는 안 될 곳까지 가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포기하고 상식 밖에서 살아가는 몰염치와 후안무치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호법부장 진우 스님은 설조 스님 등의 주장을 부인했다. 진우 스님은 “오늘 아침 연세가 많으신 스님이 걱정돼 인간적으로 방문해 30~40분 간 이야기를 나눴다”며 “호법부장이 어떻게 대종사나 원로의원을 주겠다고 할 수 있겠냐”고 했다. 또 “비리는 이미 다 나와 있는데, 뭘 또 조사하겠냐”며 “인간적으로 찾아가 나눈 대화를 정치적으로 왜곡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종사와 원로의원 자리를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단식을 중단하고 가시면) 좋은 일이 있으시지 않겠냐, 어른으로 잘 모시는 기회가 있지 않겠냐고 그랬을 뿐”이라며 “내(호법부장)가 대종사 원로의원을 말할 자격이 안 된다. 스님과 동향이라 고향이야기와 만암 스님, 금오 스님 등 정화 당시에 활동했던 스님들 이야기를 인간적으로 나눴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적인 것을 배제한 이야기였다. 이런 주장들이 자꾸 나오면 서로 불신만 깊어지고 결국엔 좋지 않은 것만으로 대결하게 된다”며 “스님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추려 하고 있다”고 했다.

설정 총무원장과의 면담 제의에는 “언로가 막혀있다고 말씀하셔서 스님의 주장과 말씀을 허심탄회하고 듣고 심사숙고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는 뜻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단식정진단에서 철야한 단지불회 정경호 법사는 "진우 스님은 단식장 앞 도로 쪽에서 올라와 설조 스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총무원 쪽으로 들어갔다. 30~40분간 머물다 갔다"며 "천막 밖에서 모든 이야기를 명확히 들을 수는 없었지만 설정 원장과 면담을 추진하고 원로의원에 추대를 긍정적으로 할테니 단식을 중단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스님 과거의 잘못을 드러내겠다는 등 취지의 말이 전달됐다"고 했다. 

한편,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28일 오후 7시 조계사 일주문 건너편에서 ‘설정 총무원장 퇴진과 자승 전 총무원장 구속을 요구하는 ’사부대중 촛불집회‘를 연다. 두 단체가 공동주최하는 촛불집회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봉행될 예정이다. 두 단체는 토요일에도 ’촛불집회‘를 개최하자는 대중들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추가 집회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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