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사 세계유산 등재 득과 실
한국 산사 세계유산 등재 득과 실
  • 마성 스님
  • 승인 2018.07.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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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
▲ 세계문화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된 '한국의 산사' 가운데 해남 대흥사. (사진=문화재청)

어제(6월 30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개최된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 이하 ‘한국의 산사’)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를 사전 심사하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한국이 신청한 산사 가운데 안동 봉정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를 제외하고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만 등재하기를 권고했으나,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곱 개 사찰 모두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한국의 문화재청이 바라던 대로 모두 성취된 것이다. 이러한 쾌거는 국력, 외교력, 로비의 힘에 의한 것임은 말할 나위없다.

나는 문화재청이 주관한 ‘한국의 산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자문회의에 두 차례 참석한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한국의 산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는가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다.

첫 번째 자문회의는 지난 해 국립 고궁박물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회의의 안건은 이코모스로부터 ‘한국의 산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신청서에는 그러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한국의 수많은 사찰 가운데 왜 일곱 개의 사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는 선정 기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공문을 받은 직후였다.

문화재청에서는 급히 산사의 신청서 작업에 직접 참여한 스님과 학자 외에 객관적 시각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자문받기 위해 초청했기 때문에 필자를 비롯한 몇 명의 학자들이 참석하게 되었다.

나는 사전에 보내준 신청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신청서 내용을 검토해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다른 학자들도 신청서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연구비를 받고 이 작업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지적에 감사하기보다 변명하기에 급급했으며, 그것을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그 후 신청서의 내용은 대폭 수정되어 다시 이코모스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번째 자문회의는 올해 2월 21일 국립 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회의는 이코모스에서 일곱 개의 사찰 중에서 세 곳을 제외하고, 네 개의 사찰만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 받은 직후였다.

이 회의에는 신청서 작성에 관여한 사람은 배제하고, 어떻게 해야 일곱 개의 사찰을 다 등재할 수 있을까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회의는 황권순 문화재청 세계유산 팀장과 김지홍 사무관이 주관했는데, 동국대학교 사학과 최연식 교수,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이정수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민 교수와 필자 등 4명이 참석했다. 이코모스에서 지적한 사항을 보안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여 신청서를 작성한 팀에게 전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이러한 과정을 거처 최종적으로 작성된 신청서를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하여 쾌거를 얻게 되었다. ‘한국의 산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한국인으로서는 마땅히 기뻐해야 할 경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한국의 산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한국불교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은 일체의 증축이나 개축 등 산사의 환경을 변경시킬 수 없다. 돌 하나 나무 한 그루도 마음대로 옮길 수 없다. 세계유산 보존을 위한 명목으로 관람객의 숫자를 통제하게 된다. 정해진 연 인원을 초과할 수 없다.

둘째, 사찰의 고유 기능인 수행과 교화를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은 유네스코와 국가의 문화재청, 관할 지방 자치단체장으로부터 감시를 받는다. 산사에 거주하는 승려들은 외국에서 오는 관람객들에게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눈요기 감으로 전락하게 된다.

셋째, 국가 보조금과 지방 자치 단체로부터 막대한 문화재 보수비를 받기 때문에 신도들의 보시에 의존하지 않아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재가신도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된다. 자연적으로 승려들은 문화재 관리인으로 남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넷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산사’는 지금까지는 불교의 소유였으나, 이제는 국민 혹은 전 세계인의 소유라는 개념으로 변경된다. 종단에서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을 마음대로 운용할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세계유산이 됨으로써 불교도의 손을 떠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세계유산을 관리하기 위해 문화재 담당 공무원이 상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동남아시아 불교국가의 사례를 보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은 군인과 공무원이 상주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그 사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이교도들이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사찰의 종교적 기능은 점차 퇴색되고 화석화된 문화재로만 남아있는 것을 나는 많이 목격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한국의 산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붓다의 가르침이 사라진 사찰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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