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치외법권 아니다…성역 없이 수사해야”
“조계종 치외법권 아니다…성역 없이 수사해야”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07.12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일 오영훈 민주당불자회장·청와대 관계자 설조 스님 면담
▲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불자회장이 12일 설조 스님을 찾아와 면담했다.

“지금 우리 종단에서 상식에 어긋나고, 사회법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종교는 치외법권이 아니다. 조계종이 부패하고 멍들면 국가도 멍든다. 종교 내부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서 불교가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이 있다면 정부가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한다.”

단식 23일째 12일 설조 스님이 오영훈 더불어민주당불자회장과 청와대불자회 관계자에게 이 같이 당부했다. 설조 스님은 전통사찰방재예측시스템 사업 등 국가보조금 횡령, 사기, 도박 등 그동안 조계종단에서 발생한 적폐를 설명하고, “종교 교리나 율장의 문제가 아닌 상식과 사회법에 저촉되는 문제는 종교인이라도 눈 감아 줘서는 안 된다”며 “불교가 더 이상 국민들에게 무뢰배 집단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원칙대로 엄정하게 바라봐 달라”고 했다.

오영훈 의원은 “단식이 길어져 건강이 많이 걱정된다. 건강이 좋아지셔야 역할을 하실 것 같다”며 “젊은 스님들이 돌아가면서 단식을 하시고 노스님께서는 이제 단식을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후일을 기약하지 않은 단식이니 저는 건강에 마음 두지 않는다”며 “불자의원으로 걱정이 많으실 텐데, 교단의 참사로 불자는 물론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현실이 걱정된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말로 할 상황이 아니다. 교단의 난맥상을 종결하지는 못해도 중지시켜 볼까 했는데, 저들(권승)이 하는 일로 봐서는 고쳐질 기미가 영 없다”며 “이 와중에 교리와 스님들의 삶을 지탱하는 율장의 문제에도 총무원장이 자의로 태고종과 통합한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더 문제는 크고 작은 종단의 부끄러운 일에도 종정 방장 원로 율사 스님들까지 침묵한다”며 “몇 사람의 비리와 부정보다 이를 방조하고 묵인하는 교단의 현실이 더 참담하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우리 교단은 몰염치하다. 자존심 있다면 저런 후안무치한 짓을 할 수 없다”며 “정부 당국자들은 지금 조계종단의 문제를 ‘종교 내부문제’라고 생각하는 데 조계종은 나라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조계종이 부패하고 멍들면 조계종이 차지한 국가의 한 부분이 멍들고 병이 든다”고 했다.

"교단도 사회의 일원 사회법 저촉한 것 관심있게 살펴야"

또 “교단이 병이 들면 조계종도에게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이웃까지 혼탁하게 한다”며 “교리나 율장 등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법에 저촉되고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것은 정부 당국자가 관심 있게 살펴야 한다. 교단도 사회의 한 일원이다”고 했다.

오영훈 의원은 “저희가 해야 할 역할을 말씀하셨지만, 종교나 종단 문제에 정치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조계종단도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단체여서 법에 저촉되는 일이 있는지, 일이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좋은 것은 종단 스스로 사회현실을 반영해 종교인으로서 제 역할 하는 게 좋은 데 현실 그렇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스님의 염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불자의원들과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 의원은 국회에서 종교관련 부문을 담당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다.

김영국 "검찰, 전통사찰방재 사업 성역없이 수사해야“

함께 한 김영국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오 의원에게 “검찰이 수사 중인 전통사찰방재시스템 사업 비리,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배임·횡령 의혹 등 조계종 관련 문제에 대해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화재예방을 위한 전통사찰방재시스템 사업은 국고보조금 2500억 원이 투여되는 대형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측은 50개 사찰을 수사했으며 그 중 20여개 사찰의 주지를 횡령 혐의로, 공사를 한 A업체가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며 “하지만 이 사업을 사실상 도맡았던 자승 전 총무원장, A업체의 대표 등 책임자들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남부지검은 국비와 지방비 자부담 등으로 시행하는 전통사찰방재시스템 사업과 관련 사찰 20여 곳을자부담금 대압 등 사기, 횡령, 상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3기가 발대식을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개최했던 배경이다.

김 대표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설정ㆍ현응스님도 성역 없는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11일) 검찰이 현응 교육원장을 조사했다. 그런데 소환조사가 아닌 방문조사 형식으로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전직 대통령도 소환조사를 하는 요즘 세상에 피의자가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공식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설정 원장의 숨겨진 딸로 지목된 전O경 씨에게 지난 10년간 거액의 돈을 보내고, 사찰 법인카드로 유흥업소 출입 등의 문제가 불거진 현응 교육원장은 지난 5월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됐다.

오 의원은 “말씀하신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서 수사가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왜 그런지 등에 대해 관심 기울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 장덕수 전 청와대불자회 총무가 12일 설조 스님을 면담했다.

"시민이 세운 문재인 정부, 사회법 어긴 불교 엄정하게 다뤄야“

같은 날 오후 11시 장덕수 전 청와대불자회 총무가 청불회를 대표해 설조 스님을 찾아왔다.

청와대불자회장은 현재 공석이다. 청와대불자회장에 취임하면서 설정 원장에게 수계를 받은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지난 6월 청와대를 떠나면서 청와대불자회장도 공석이 됐다. 사회혁신수석 자리가 없어지고 시민사회수석으로 바뀌면서 이용선 수석이 맡고 있다.

장 전 총무는 설조 스님에게 3배를 하고 “불교는 무엇보다 생명과 자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인데, 스님께서 단식을 하시는 모습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제도권 안에서 일을 하실 수 있도록 몸을 보중하셔야 한다”고 우려했다.

설조 스님은 “제도권 안에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면 제가 왜 단식을 하겠나. 지금 종단은 정상적인 의식 자체가 마비된 상황”이라며 “총무원 당국자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종단의 어른들조차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님은 “저도 제 생명 소중함을 안다. 내 목숨이라도 바쳐서 이 교단의 부패를 청산하고 일반 시민의 정서를 순화하는데 이바지하면 한 목숨 버린 그 이상의 값이 아니겠느냐”며 “도저히 상식으로 생각할 사람들이 아니다. 신도들 성금을 축적해 작당하고 함부로 뿌리내리고 주변 정부 언론기관 물들이고 무풍지대서 만행을 자행해 왔다는 것을 제가 안다”며 “제가 죽어도 저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다. 제 죽음이 선량한 시민과 바른 믿음을 원하는 불자들이 종단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청와대 당국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조계종은 치외법권이 아니다”며 “교리와 전통 율장을 어떻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저들은 우리 스스로 만든 종헌·종법을 총무원 당국자가 어기고 일반 사회법령에도 어긋나는 짓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 당국, 특히 청와대 당국은 종단내부 자력으로 자정하길 바란다”면서 “조계종이 부패하면 그만큼 국가의 영역은 병들고 썩어간다. 교단만 썩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설조 스님은 “종단 내부 질서 문제 관여해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조계종이 병들면 시민 정서를 혼란하게 한다. 그래도 청와대는 조계종 내부 일이니 자치적으로 해결하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전 종단 책임자나 현 종단 책임자들이 종단 질서뿐 아니라 사회질서에 어긋나게 한 부분에는 적절한 대응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만약 여당과 야당이 극한 대치를 할 때 국민이 정치권의 일이니 우리와 상광없다고 하고 청와대가 괜찮다고 말한다면 내가 죽어서 영혼이 되더라도 정치권 문제는 정치권 문제니 국민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겠다”고 했다.

"사회규범에 어긋나면 법대로 엄정하게 처리"

스님은 또 “과거 노무현 정부나, 현 문재인 정부가 정치하는 사람이나 당원들만의 도움으로 대통령됐느먀”며 “저는 국민들이 소망하고, 이 나라가 민주화되길 바라는 정의로운 시민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열망에서 탄생한 정부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종교는 종교이니 내부에서 해결하라고 한다면 문재인 정부도 ‘정치꾼들의 정부’고 ‘민주시민의 정부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단의 내정을 간섭하라는 게 아니다. 사회규범에 어긋나면 법대로 엄정하게 처리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장덕수 전 총무는 “전해주시는 스님의 말씀과 뜻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전달하도록 하겠다”며 “종교문제에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방금 가르침을 주신대로 세세히 살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대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설조 스님은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어렵게 탄생한 정부냐, 문재인 정부가 잘 해서 국민들의 여망인 남북통일 성취해 주시고, 문재인 정부 이후까지 민주진영이 국민을 살림을 잘 보살피는 그런 정부가 되기를 저도 원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아린 마음을 잘 헤아리고 소망을 널리 살펴 백성의 정부가 되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장덕수 총무는 “잘 알겠습니다. 건강을 보전하셔야 합니다”고 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