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희생 없이 안 돼…시신 수습할 사람들 지정”
“적폐청산 희생 없이 안 돼…시신 수습할 사람들 지정”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07.1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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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조 스님, 12일 촛불법회서 “교단정상화가 마지막 보람”
▲ 설조 스님은 교단정상화를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지난 9일 법구의 처리 등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위임했다.

“교단의 적폐를 청산하고 정상화하려 하지만 예측할 수 없고, 어려운 상황을 타계하려면 어떤 희생 없이는 안 된다. 제 의지대로 단식 정진하다가 생을 마칠 것이다. 단식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은 제가 수용하지 않는다. 부처님께 약속한 대로 교단이 정상화된다면 제 생의 보람으로 알고 즐겁게 임종을 택할 것이다.”

설조 스님은 단식 23일째인 12일 저녁 사부대중 촛불법회 참석자들에게 이 같이 강조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를 비롯해 설조 스님에게 찾아오는 각계 인사들은 단식을 중단하고 몸을 보전해 종단개혁에 나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12일 촛불법회 직후 대중 앞에선 설조 스님에게 한 불자가 “단식을 중단하고 함께 종단개혁 운동에 나서달라”고 청했지만, 스님은 “그건 안 될 말”이라고 단호히 대답했다.

설조 스님은 “여러분, 베트남 사태를 보지 않았나. 몇몇 비구 스님들의 소신공양으로 고딘지엠(응오딘지엠) 정권을 무너뜨렸다”며 “예측이 불가능하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떤 희생 없이는 안 된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촛불법회 참석대중에게 “여러분의 고생은 대가를 기대하는 일이 아닐 것”이라며 “우리 교단이 맑아져서 여러분들의 신행이 바르게 되고, 나아가 부처님 말씀의 은혜로 우리 국민의 정서가 순화되길 바라는 심정에서 밤중에 모여 결의를 다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성인들의 말씀이 있다. 교단의 대표적인 분들이 자격을 갖추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세상에서도 부끄러워야 할 행동을 저지르면서도 추호의 부끄러움이 없다”며 “많은 불자들은 얼굴을 들고 이웃을 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교단이 큰 수난을 맞게 됐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사정에도 교단의 높은 종정 스님, 원로 스님, 율사 스님이 침묵하고 계심은 저 무뢰배들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 설조 스님은 정부 당국에 조계종은 치외법권이 아니며, 사회법과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면 성역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설조 스님은 오영훈 더불어민주당불자회장과 장덕수 전 청와대불자회 총무와 이야기를 나눴다. 설조 스님은 오 의원과 장 총무에게 당부한 이야기를 대중에게 설명했다.

스님은 “저는 요즘 걱정이 있다. 제 일신의 걱정이 아니다. 교단은 대한민국 밖에 있지 않다”며 “여러분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이다. 여러분의 신행에 영향을 주는 무뢰배들이 교단 뿐 아니라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혀도 관리나 정부 담당자들은 종교 내부의 일이니 우리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변명을 한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여당이니 야당이니 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어지럽힐 때 국민이 무슨 상관이냐고 외면해도 노무현 정부가 탄생했을지, 또 현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단과 시민들 정서가 어지럽혀지고 일반 사회법에 저촉되는 일을 자행해 그 추태가 공영방송을 통해 국민이 접해도 그 진상을 규명하고 그 불의를 저지른 사람에게 정당한 제재를 가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자나 정치인들은 종교 집단의 일은 종교 내부에서 해결하라고 한다”며 “ 만약 한 집안에 강도가 들어와 난행을 저질러도 경찰과 검찰과 정부가 무슨 책임이냐, 그 집안 식구들이 스스로 보호해야지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스님은 “저는 교리나 신도나 스님이 지켜야 할 계율이나 종단 내부 운영에 관여해 달라고 정부에 말하는 게 아니다”며 “무자격자가 우리 교단의 성스러운 자리를 작당해 점유하고 그 어지럽힘으로 말미암아 불자들이 불안해하고 국민이 불안해 할 때 적절하게 대응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간절히 기도해 엄청난 불의와 비리가 다시는 교단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불의와 사회법상 어긋난 일이 사법당국 행정당국에서 외면당하는 일이 없도록 정당한 주장을 해서 우리 신앙생활이 저해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단식을 하다 목숨을 다 하면 이후 법구 수습과 처리를 대리인을 선정해 맡도록 했다고 공개했다. 설조 스님은 지난 9일 장례 집행 및 유해의 수습과 처리, 보관에 관한 사항 등을 친지와 법률가 등에게 위임했다.

스님은 “제가 단식 정진하다가 숨이 멎으면 제가 평소에 앉던 자리에 유골을 놔두고 교단이 정화될 때까지 투쟁하길 바란다고 했다”며 “제 젊은 도반들은 불충한 종단 당국자들이나 산중의 문중 스님들이 내 시신을 수습해 장례하겠다며 탈취하려할 수 있어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전에 변호사의 도움으로 제 시신을 수습할 몇 분을 추천해 공증하기로 했다”며 “제 목숨이 다하고 난 뒤 시신은 제가 위임한 사람들과 협의해 처리하면 된다. 총무원이나 인연 있는 스님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변호사와 상의해 결정해 뒀다”고 했다.

스님은 “오늘 도반들을 위해 이 자리에서 제 의지를 발표해 주변을 안심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조 스님은 ‘살아서 함께해 달라’는 한 불자의 요청에 “그것은 저도 원하는 것이지만, 저도 이 목숨이 귀한 줄 알고, 이 시간이 제게도 어려운 시간”이라며 “제 생전에 교단이 정상화 되지 않아도 여러분은 주저하지 마시고 제가 앉던 자리에 유골을 놔두고 소원이 성취되도록 부처님께 기도하고, 정당한 주장을 계속해 비금과 비슷한 불행한 일이 우리 국토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진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촛불법회에는 대불련 동문행동, 불청사랑, 길상사거사림회, 불광사불광법회 명등 등 사부대중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촛불법회 직후 조계사 대웅전에서 설조 스님 살리기와 설정 총무원장 퇴진 및 자승 전 원장 구속 등을 염원하는 108참회 기도를 올리려 조계사 대웅전으로 가려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 상임감찰들과 경찰에게 진입이 봉쇄됐다. 대웅전에 가려던 불자들과 호법부 상임감찰 간의 마찰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단식정진단에서 자원봉사하는 혜명화 보살이 여러 명의 호법부 상임감찰의 압박에 밀려 실신해 땅바닥에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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