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라…내 목숨 연연 말고 진실하게 개혁하라”
“용기 내라…내 목숨 연연 말고 진실하게 개혁하라”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07.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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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조 스님, 잇따른 단식중단 간청 거절 “기침에 항생제 투여”
▲ 설조 스님이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과 법륜승가회 회원들의 단식 중단 간청을 거절했다.

설조 스님이 주변의 단식중단 요청을 또 거절했다. 설조 스님은 폭염과 모기, 주변의 소음과 싸우면서 조계종단 개혁을 위한 마지막 힘을 내는 상황에서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과 설조 스님 살리기 국민행동 연석회의, 영담 스님 등이 단식 중단을 호소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18일 오후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은 이날 정오 ‘설조 스님 살리기 국민행동 연석회의’ 발족 및 1차 모임직후 별도 회의를 열어 설조 스님에게 단식중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모임은 단식 정진단을 찾아가 설조 스님에게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의 현진 스님과 원인 스님, 그리고 중앙종회 법륜승가회 회원들은 “스님께서 살아서 개혁에 앞장서 달라”면서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하지만 설조 스님은 “법주사 부처님들께 고하고 올라올 때와 지금 제 마음은 한결같다”며 “시간을 더 끌지 않고 종단에 바람직한 변화가 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제 단식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기침이 심해지면서 주변에서 말을 아껴달라는 청을 받고 있는 설조 스님은 “여러분의 열정과 재가불자들의 원력이 모여 교단의 바르게 정립되면 저는 그것으로 제 큰일을 다한 것이 될 것”이라며 “내 숨이 다할 때까지 단식을 할 것이며, 단식을 계속하기 위한 감기 치료는 받겠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치료는 받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도 내 뜻을 받아들여 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원인 스님은 “스님의 뜻은 잘 알고 있지만, 스님께서 살아서 종단개혁이 완수될 때까지 지켜봐달라”고 했지만, 설조 스님은 “이달 말까지 이 상태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 후의 일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제 유골을 천막에 두고 종단 개혁을 위해 계속 힘써 달라”고 했다.

어 “제 사후는 이미 공증까지 받아 맡겼다. 대중들은 그 뜻을 살피시면 된다”며 “여러 스님들이 지금처럼 계속 힘을 모아 애써 주시면 제방의 뜻 있는 분들이 진실하게 동참할 것이며 재가불자들도 일어날 것이다. 여러분들이 진실하게 동참하시도록 하는 게 더 큰 일이니 저를 연연하지 말고 하셔야 할 걸 하세요”라고 했다.

법륜승가회 광전 스님은 “법륜승가회가 스님의 뜻을 받들어 단식을 이어가겠다. 스님께서는 이제 단식을 중단하시고 건강을 살펴서 종단 개혁에 나서는 저희들을 이끌어 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설조 스님은 “그러지 말라. 제 단식을 이어서 동참해 주시려는 것은 고맙지만, 단식은 제 목숨이 다할 때 하세요”라며 “그 전에는 더 많은 대중을 설득하고 선량한 대중이 종단 개혁에 나서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광전 스님은 “스님의 뜻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스님께서 살아서 옆에 계셔서 함께 종단 개혁을 이루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단식을 중단해 주실 것을 간청한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교단 안팎의 분위기는 제가 부처님께 약속한 대로 끝까지 단식해야 한다”며 “7월 말까지 제가 버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뜻을 같이 할 분들을 더 설득하시고, 제가 생을 달리할 때 단식을 승계해 이어가시면 잠자던 대중이 분발할 것 같다”며 “그렇게 뜻을 정리해 달라. 제가 죽을 힘을 다해 단식하겠다. 모두 힘을 내달라”고 했다.

▲ 설조 스님은 17일 영담 스님에게 용기를 내서 종단개혁에 힘을 내라고 당부했다. 스님은 영담 스님의 단식 중단 간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에 이어 영담 스님도 찾아와 단식을 만류했다. 영담 스님은 94년 개혁회의 시절 설조 스님을 모시고 활동했었다.

영담 스님은 “늦게 와 죄송합니다”라며 삼배를 올렸다. 설조 스님은 “더운 데 장삼은 벗고 가까이 앉으세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고 귀도 어두워졌어요”라며 반색했다.

영담 스님은 “일찍 와서 봬야 하는 데, 죄송하다. 몇일 단식하시다 중단하실 거라는 불경스러운 마음을 가졌다”며 “사후의 일을 잘 수습해 달라고 전화까지 하셨지만, 건강을 회복하셔서 정화와 개혁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94년 개혁 때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 눈물 나도록 종회에서 싸웠던 기억이 새롭다”며 “지금은 개혁정신이 무너졌다. 완연히 진흙탕같이 변해 버렸다. 그나마 스님이 이렇게 자리 잡아 주셔서 저희는 든든하지만 스님의 건강이 우선이고 중요하다. 건강을 챙겨 달라”고 간청했다.

설조 스님은 “용기내세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스님은 “우리가 원하는 종단이 정립되는 일은 우리의 힘에 비해 무척 큰 일”이라며 “적폐를 청산하고 바르고 뜻 있는 분들이 제 자리를 찾으려면 상당한 희망이 따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금 전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과 법륜승가회도 단식 중단을 이야기하고 갔다”며 “저는 제 단식 이후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늙고 추한 몸이라도 이 개혁불사에 바치면 선량한 대중들이 일어나고 신도들이 승가 잘 외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기침 때문에 말을 잠시 쉬었다.

그러면서 “그러면 사회도 바른불교를 희망할 때 교단이 바르게 정립될 것”이라며 “좀 전에 말한 것처럼 저는 명이 다할 때까지 단식을 할 것이다. 영담 스님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을 제가 이생을 떠났을 때를 대비해 달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착한 분들은 용기가 없다. 점잖고 선량한 분들을 일으켜 94년 개혁 때보다 철저하게 개혁해서 이런 불행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

스님은 “자승 원장을 빼고 저 총무원에 있는 궁상들은 대부분 94년 개혁에 동참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이젠 반개혁적으로 교단을 처참하게 몰고 가고 있다. 그것을 좋은 본보기로 삼아서 다시는 이런 폐단이 없도록 스님들께서 노력하셔서 교단의 기본적인 틀을 이전과 달리 정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설조 스님은 “수행풍토도 달리 정립해야 하고, 94개혁 때 못한 사찰재정투명화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재정은 공개하고 통제해야 하고 투명하게 쓰이게 해야 한다. 스님들이 돈을 만질 수 없도록 하고 스님과 신도, 외부전문가를 모아 구체적인 내용을 잘 정비해 부패가 후대에 이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 영담 스님이나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어이 제 목숨이 붙어있는 동안 단식을 할테니, 앞으로 2주는 잘 버틸 것”이라며 “그 후는 제가 할 일이지만 스님이 여러분들과 잘 상의해 개혁불사에 정진해 달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영담 스님의 은사인 고산 스님의 건강을 염려했다. 그러면서 “큰 스님을 잘 모셔서 장수하시도록 해야 한다. 어른을 잘 모시고 이를 염두에 두면 큰 복”이라며 “제가 마음 아픈 것 중 하나가 제자들이 자기 어른에게 소홀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른을 소홀하게 대하는 표본이 용주사다. 어느 세상에서 자기 집안 어른을 문 밖으로 내치나. 그러고도 부끄러움이 없다”며 “영담 스님은 어른 스님을 잘 시봉하면 남 보기에도 좋고 스님에게도 큰 복이 될 것이니 잘 모시고 교화를 잘 하시라”고 당부했다.

영담 스님은 “건강이 많이 염려된다. 작금의 사태에 우리 승가가 왜 이렇게 됐는지, 반성하게 된다”며 “무력감에 젖은 건지 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설조 스님은 “영담 스님 용기를 내세요. 일은 자연이 성사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제 자리를 잘 지켜야 선량한 대중이 따라 올 것”이라며 “모든 일을 잘 부탁한다”고 했다.

영담 스님도 더 이상 단식 중단을 말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 18일 오후 설조 스님을 진찰하는 이보라 인의협 사무총장(목색병원 내과 전문의). 이날 이보라 전문의는 스님의 목이 붓고 기침이 심해지자 기침 완화와 추가 질병 발생을 막기 위해 설조 스님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다.

설조 스님의 건강은 악화되고 있다. 사흘 전쯤 시작된 기침이 단식 29일째인 18일에는 더 심해졌다. 이날 주치의인 이보라 인의협 사무총장(녹색병원 내과 전문의)은 설조 스님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다. 목이 붓고 기침이 심해지고, 다른 질병이 발생할 수 있어 항생제를 투여했다. 설조 스님의 단식 전 몸무게는 81.9Kg이었지만 단식 28일째인 17일 현재 약71Kg으로 10KG 이상이 줄었다.

설조 스님 단식장에는 매일 단식중단을 호소하는 불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고,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역시 매일 단식중단을 호소하지만 설조 스님은 대중들이 걱정하지 않게 환한 미소로 거절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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