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정학 김건중, 국회의원 최재성에 편지
무기정학 김건중, 국회의원 최재성에 편지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8.07.1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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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 총장과 함께? "부디 동국대에 필요한 것 고민해 달라"
▲ 사진=한 동국대 동문의 페이스북

표절 총장, 낙하산 총장 퇴진을 촉구하다가 2년째 무기정학 중인 동국대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이, 학교선배인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최재성 의원은 동국대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학원자주화 투쟁위원장 등 민주화항쟁에 앞장 섰던 동국대 학원 자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리고 최재성 의원에게 싶은 말이 있어서 쓴다면서 글을 남겼다.

김 전 부총학생회장은 "독재정권 폭력과 암울한 우리나라 현실에 분노해서 학생운동을 시작한 선배, 두 차례 투옥에도 굴하지 않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한 선배를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했다.

이어서 (김 전 부회장 자신이 하고 있는)"논문표절 교비횡령 낙하산 총장을 물러나게 하고, 학교의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직접 총장을 선출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학원자주화' 투쟁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전 부회장은 "부디 현재 동국대 상황과 학생들의 처지, 그리고 지금 동국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단 한번이라도 고민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논문표절 교비횡령 낙하산 총장이 동국대의 동문이자 교수이자 승려라면, 대체 이 학교에서 그 무엇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 전 부회장은 최재성 의원에게 "설조 스님 단식 29일째이다. 조계종 적폐청산이 곧 이 사회의 적폐청산이며, 그래야 동국대에도 부처님 광명이 가득해질 것"이라면서 국회의원이 된 최재성 의원이 조계종 적폐청산에도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호소했다.

이 글은 김 전 부회장이 한 동문의 페이스북에 소개된 최재성 의원의 일정을 보고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한 동국대 동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6일 광화문 모처에서 최재성 의원을 위해 동국대 이사장 자광 스님, 보광 한태식 총장, 전영화 총동창회 회장 등 50여 명이 참석해 훈훈한 축하행사를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의 최재성 의원에 쓴 공개편지 전문이다.
 

최재성 선배님께

  삼보에 귀의하옵고,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부생 10학번 김건중이라고 합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무턱대고 직접 연락을 드리거나 찾아뵐 방도를 찾을 수 없으니, 여기다가 쓰면 혹시 누구라도 봐서 전달해드리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적어봅니다.

  선배님은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역임하시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학원자주화 투쟁위원장까지 맡으시며 민주화항쟁에 앞장서신 자랑스러운 분입니다. 일전에 선배님의 인터뷰 내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독재정권의 폭력과 암울한 우리나라 현실에 분노해서 학생운동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두 차례 투옥에도 굴하지 않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신 것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존경스러운 선배님이십니다.

  저는 2010년도에 동국대학교에 입학하고 2015년도에 동국대학교 부총학생회장 임기를 수행했습니다. 선배님처럼 깊은 뜻과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총학생회는 아니었습니다. 비할 바가 못 됩니다는, 저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학생대표자로서의 직분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공부도 캠퍼스 라이프도 열심할 수 있는 동국대학교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제 발원이었으나 쉽지는 않았습니다.

  2014년 겨울, 동국대학교의 새로운 총장을 뽑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를 거쳐 이사회에서 임명하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제도였으나, 그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문제지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발생했습니다. 그 비민주적인 간선제의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로 우리 동국대학교의 총장이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한불교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이 총장 후보자들과 이사장 (당시 정련 이사장) 과 함께 점심을 먹습니다. 저에게는 익숙한 ‘코리아나 호텔 회동’입니다. 그러면서 자승 총무원장은 “이번에는 스님이 총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후보자 중 유일한 스님이었던 보광 현 총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후보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사퇴를 하고, 단독 후보가 된 보광 당시 후보자는 총장이 되어 현재까지 동국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그리고 보광 총장의 논문표절이 밝혀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시리라 감히 추측하고 생략하겠습니다. 그래서 47대 총학생회, 48대 총학생회는 조계종의 낙하산이자 논문표절자인 보광 총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뜨겁게 싸웠습니다. 두 번의 학생총회도 성사하여 보광 총장의 퇴진과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사는 묵살당했습니다. 47대 부총학생회장이었던 저는 학생총회 명부 파기라는 명목으로 무기정학을 당했고(현재 2년째 정학 중), 48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 대표자들은 보광 총장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고소는 취하). 그리고 그 고소비용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써야 할 교비로 충당된 것임이 밝혀져 현재 보광 총장은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입니다.

  동국대가 이런 상황입니다, 선배님. 저도 이 암울한 현실에 분노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물론 제가 민주화 항쟁을 한 것도, 투옥을 당한 것도 아니지마는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논문표절 교비횡령 낙하산 총장을 물러나게 하고, 학교의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직접 총장을 선출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학원자주화’ 투쟁 아닙니까? 맞지 않습니까? 동국대 학생들이 그것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 선배님께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되지 않겠습니까?

  부디 현재 동국대 상황과 학생들의 처지, 그리고 지금 동국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단 한번이라도 고민해주십시오.

  논문표절 교비횡령 낙하산 총장이 동국대의 동문이자 교수이자 승려라면, 대체 이 학교에서 그 무엇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겠습니까? 까마득한 후배의 건방진 말이지만, 그래도 그만큼 절실하고 결기에 찬 것이라 봐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 짧막하게 글을 적었습니다.

  아울러 현재 세납 88세의 설조 스님이 조계종 적폐청산과 설정 현 총무원장 퇴진을 위해 단식을 하고 계십니다. 오늘(7월18일)부로 단식 29일차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무자비하고 암울한 현실에 항거하고 있는 불자들이 조계사 옆 우정총국 뒤 단식정진장에 모여있습니다. 부디 여기에도 작은 관심을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조계종의 적폐청산이 곧 이 사회의 적폐청산이며, 그래야 동국대학교에도 부처님의 광명이 가득해질 것입니다. 후배의 작은 목소리가 선배님께 닿기를 바라며, 또한 제 바람이 부디 실현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줄입니다. 늘 부처님의 가피가 선배님과 함께 하기를 두 손 모아 발원합니다.

불기 2562년 7월 18일

최재성 선배님의 동국대학교 후배 김건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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