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가 망하는 방법
한국불교가 망하는 방법
  • 남상욱
  • 승인 2018.07.1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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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설조 스님 단식과 참담한 한국불교권승 축출, 기복 제거, 민중의 삶 보듬어야

나는 종교적 감수성이 남다른지 일찍이 여러 종교를 기웃거렸다. 교회에도 조금 다녀봤고 대학때는 천주교회를 스스로 찾아가 영세도 받았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근원적 의문에 대한 목마름은 해소되지 않았고, 나이 마흔에 이르기까지 온갖 명상서를 섭렵하면서 요가, 단전호흡,  도가 등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던 중 숭산 스님의 책을 읽고 간화선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몇 명의 도반들과 <마조록>, <임제록>, <본지풍광> 같은 책을  근거로 나름대로 화두를 참구하며 간화선을 해 보았다.

그러나 말이 수행이지 재가자로 간화선을 한다는 것은 참 요원한 일이었다. 명색이 간화선의 전통을 이어왔다는 한국불교에 일반 재가자를 대상으로 가르쳐주는 스승도 없고 마땅한 수행처도 찾지 못한 채 쓸데없이 '할'과 '방'을 외치는 구두선이나 일삼은 게 전부다.

허구한 날 헛다리만 짚으며 반평생을 헤매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남방불교(테라와다 불교)와 위파사나 수행법은 오랜 사막을 헤맨 끝에 만난 감로수와 같은 것이었다.

그 후 미얀마를 오가며 수행하면서 배울 스승과 수행할 수행처가 넘치는 고마움에 눈물이 났고, 내 나라 불교와 수행법을 두고 이역만리 가난한 나라에까지 와서 과분한 신세를 지며 수행해야만 하는 한국불교의 현실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미얀마 불교의 잘 짜여진 수행 이론과 체계에 감복했고, 위파사나라고 하는 수행법이 대중화 되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주변의 사원과 선원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부러웠다.

각설하고,  요즘 설조 스님께서 목숨을 걸고 한국불교를 개혁하고자 하신다. 부디, 많은 불자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추악한 권승들을 모두 몰아내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분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고질적인 문중타파와 스님들의 후생복지 등의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불교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불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미신적인 요소와 천도제, 49제 같은 돈벌이, 수능100일 기도같은 기복불교에서 벗어나 실다운 부처님의 진리를 탐구하는 불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타락한 권승들을 몰아내고 종교적 도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겠지만, 제도개혁과 아울러 올바른 교리의 정립과 수행에 대한 체계적 이론과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 또한 시급한 일이다.

한국불교가 더 이상 불자들의 기복과 스님들만의 수행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승속을 막론하고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실천하고 수행으로 입증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간화선이든 위파사나이든 진리에 목마른 자들이 더 이상 낯선 미얀마나 태국,  인도 등지를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중에 틀어 박혀 입으로만 대승을 외치며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불교는 갈수록 외면 받고 더 이상 발붙일 땅을 잃게 되어 마침내 불종자가 멸종되는 길을 걷고야 말 것이니,

부디 설조스님의 고귀한 생명이 헛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dasan25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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