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승려대회 참석해야 하는 이유
23일 승려대회 참석해야 하는 이유
  • 조계 사문 문수
  • 승인 2018.08.1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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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 선원에서 정진 하는 선후배 수좌스님께]

제방 선원에서 정진 하는 선후배 수좌스님께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 제방선원에서 정진하는 선후배 도반 스님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저는 통도사 승려 문수입니다.

근간 일어나고 있는 종단 생태와 23일 예정된 승려대회에 한 생각이 일어나 저의 단견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16년 만에 지난 동안거를 총림 선원에서 결제를 했습니다. 결제하기 전 제 승납과 개인 토굴을 갖고 있는 형편, 통도사 재무 소임 본 것을 고려해 유나스님에게 대중 공양금을 얼마 정도 내겠다고 농담반 진담반 약속하고 결제에 임했습니다.

막상 결제를 하고나니 이 약속이 참 부담스러워 여러 군데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하다 보니 제 꼴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웠습니다.

16년 만에 선원에 나온 것이 정진하려고 왔는지 대중공양비 내려고 왔는지 헷갈리기 시작 했습니다. 다음 결제는 봉암사나 무문관으로 가야지 일반 대중선원은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중공양이 부담스러워 선원에 다니기가 어렵다는 도반스님들 말들이 가슴에 절실히 와닿았습니다.

제가 처음 선원 다닐 때만 해도 주지하다 선방 온 스님들은 구참 스님들에게 사판으로 흠 잡히지 않으려고 구참스님 눈치를 봤습니다.

요즘 선원은 거꾸로 외길로 선원만 다녀 반연이 없는 구참스님들은 후배스님들 눈치를 봐야 합니다. 주지하다 한 철 나온 스님들은 많은 신도 반연으로 대중공양을 많이 내니 어깨 힘주고 다니는 것이 현실입니다.

외길로 선원에서 수행해 온 스님들은 몸 아프면 어디론가 이름 없이 사라져야 합니다. 젊은 스님들도 서로 눈치 보며 대중공양비 만들어 내기 바쁜 것이 오늘날 선원의 현실이라는데 저 또한 동의합니다.

이렇게 물질이 난무하는 선원, 정진보다 대중공양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선원이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는지, 언제까지 선원이 이렇게 운영돼야 할 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전 봉암사 도반스님의 부탁 반 명령 반으로 승려대회를 준비하는 모임에 잠시 참석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인가 제도적인 틀을 바꿔야 하고 또 바꿀 때가 됐다는 생각입니다.

세속의 정치도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위정자를 주시하고 요구 할 때 위정자는 국민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합니다.

종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사판승은 수행승을 외호하는 외호 대중입니다. 수행승들이 사판승을 주시하고 비판하고 제도적 개선을 요구 할 때 사판승은 수행승을 두려워하고 수행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 하게 됩니다.

현 조계종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종도는 종단 운영에 대해 남의 일처럼 무관심 하고, 수행자는 자기 생존을 자기 스스로 무겁게 책임지고 있을 뿐입니다.

사판승 권력승들은 자기네들만의 카르텔을 만들어 삼보정재가 마치 본래 자기 소유이었던 것인 양 누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삼보정재로 도박하고 은처를 두고 서로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속인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있습니다.

수행승들은 점점 왜소해지며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종단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비판 하면 소위 '해종'으로 불리고, 징계를 통해 신분에 재갈을 물리며 있습니다. 종단운영을 비판하는 언론은 취재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며 광고를 제약해 경제적 재갈을 물립니다.

대명천지 밝은 오늘날 이같은 실태는 마치 전두환 제 5공화국 시절이 재현되고 있는 듯 한 현실입니다.

다행히 몇몇 뜻있는 스님들이 모여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수행승들의 경제적 뒷받침들 고민하고 위기의 조계종의 장래를 걱정하며 승려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방 후 정화 불사 때처럼 좌복을 박차고 앞서 나가지는 못할지라도 다함께 모여 박수라도 쳐 주며 그들을 격려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승려대회가 분명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다음 구성될 조계종 집행부는 분명 승가 공동체 개념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승려대회만이 오늘날 선원의 현실을 근원적으로 개선해 가는 시발점이며, 우리 수행공동체가 살아남는 근간이 된다는 생각에 감히 이 글을 제방 선원스님들께 내 놓습니다.

깊이 깊이 사려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조계 사문 비구 문수 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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