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원장, ‘자승 장막’에 고립무원…상좌마저 등 돌려”
“설정 원장, ‘자승 장막’에 고립무원…상좌마저 등 돌려”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08.18 03: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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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호법부장 임명하려다 부·실장국장·재가종무원에 쫓겨나"“자승 전 원장 원치 않는 인사하려다 발생한 일"
▲ 설정 총무원장이 머무르고 있는 서울 사간동 법련사에 몰려온 조계종 총무원 종무원들이 건물 로비에서 서성이는 모습.

설정 총무원장이 고립무원이다. 자승 전 총무원장이 쌓아 둔 적폐의 인의장막에 둘러싸인 설정 원장은 총무원에서 쫓겨나 가끔 숙소로 이용하던 서울 법련사로 홀로 갔다. 총무원 부실장·국장·일부 재가종무원들까지 설정 원장의 종무행정 지시를 거부했다.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불신임을 가결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자승 적폐 세력이 또 다시 종권 장악을 위한 민낯을 똑똑히 드러냈다.

설정 원장은 17일 오전 정범 스님을 사서실장에 임명하고, 오후 총무부장과 호법부장을 임명하려 했다. 설정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원로급 스님과 중진 스님 등 수명과 회동했다. 이어 총무부장에 대구불교방송 사장 법일 스님, 호법부장 서리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을 지낸 효림 스님을 내정했다. 설정 원장은 법일 스님과 효림 스님을 총무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법일 스님은 조금 일찍 도착해 오후 4시께 총무원에 먼저 들어갔고, 효림 스님은 5시께 총무원에 들어가려다가 호법부 직원 등 종무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효림 스님은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몇몇 스님들과 총무원으로 향했지만 이내 저지당했다. 그즈음 설정 원장이 감금되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효림 스님은 112에 신고해 신변보호요청을 하고 경찰을 대동하고 총무원에 들어가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 사이 법일 스님은 총무원에서 나왔다.

설정 원장, 총무부장 호법부장 임명하려 하자 부실장 항명

효림 스님은 “총무원장과 사서실장과 약속하고 총무원을 들어가려 했지만 몇몇 스님들과 종무원들에게 막혀 들어갈 수 없었다. 업무 시간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문을 걸어잠그는 바람에 총무원에 들어 갈 수 없었다”며 “무슨 일인지 총무원장과 사서실장 모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할 없었다.”고 했다.

총무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비슷한 시각 총무원에서는 불신임을 당한 총무원장이 새로운 집행부 인선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총무원 부실장들에게 사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총무원 부실장들은 항명했다. 총무원 차팀장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중앙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에 따라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종무 지시를 이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명장을 주기 위해 설정 원장이 총무부에 임명장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면서 사달이 났다. 총무원 부실장들은 사표 제출 요구에 항명하며 총무부장 등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며 설정 원장을 압박했다. 총무부에서는 임명장이 올라오지 않았다. 심지어 총무원장 직인이 보관된 금고의 비밀번호가 교체되고 이를 관리하는 담당직원은 사라졌다는 것. 여기에 법일 스님이 총무원 4층에 들어간 후 부실장과 국장 스님, 재가종무원 등 20~30여 명이 설정 원장을 에워싸고 총무부장과 호법부장 임명을 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 설정 원장이 집무실에 가거나 접견실에 가거나, 4층 로비로 갈 때고 부실장 등 수십 명은 설정 원장을 에워싸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 와중에 조계종 총무원 출입문이 잠겼다. 찻집은 갑자기 문을 닫았다. 오후 5시가 갓 넘은 시간에 퇴근 시간이라고 총무원 내부에 있는 법일 스님 등을 청사에서 나가도록 했다. 문은 굳게 걸어 잠겼다.

법일 스님은 17일 저녁 <불교닷컴>에 “총무부장 임명을 이야기해 무슨 이유에서 나를 임명하려 하는지 듣기 위해 총무원장의 만남 요구에 응했다”며 “4층에서 부실장을 비롯한 일부스님들, 재가종무원까지 떼로 달려들어 설정 원장을 둘러싸고 ‘법일 스님을 총무부장에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몰아세우는 것을 목격했다. 실랑이가 길어져 나는 그냥 밖으로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 법련사로 들어가는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

총무원 빠져 나온 설정 원장 사간동 법련사로 

총무부장 등 임명에 실패한 설정 원장은 홀로 서울 사간동 송광사 서울포교당 법련사로 갔다. 설정 원장은 이곳에서 몇몇 중진 스님들과 난국 타개책을 논의했다. <불교닷컴>과 <MBC> 뉴스데스크 취재팀, <MBC> PD수첩 취재팀, KBS 취재팀까지 도착했다.

<불교닷컴>과 <MBC> 취재진은 설정 원장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설정 원장의 개인홍보 담당자라고 밝힌 장 모 씨는 “설정 원장을 현재 상황으로 빠뜨린 것은 PD수첩 때문이다. 스님은 MBC와는 인터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인터뷰를 거절했다.

대신 장 씨는 이날 총무원에서 일어난 상황 등을 솔직하게 인터뷰했다. 장 씨가 인터뷰하는 동안 총무원 홍보팀 직원 수 명이 법련사로 달려왔다. 또 주경·수암 등 설정 원장 상좌들과 총무부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총무원 부실장들이 속속 도착했고, 이어 총무원 국장 스님들, 불교신문 기자, 호법부 재가종무원까지 현장에 도착했다. <MBC>와 <불교닷컴> 취재진과 장씨의 40여 분 동안의 인터뷰는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주경·수암 스님, 그리고 현장에 있던 사서실장 정범 스님은 장 씨의 인터뷰를 막지 않았다. 또 급하게 차량에서 내리면서 법련사로 들어가던 부실장 스님들도 인터뷰를 힐끗 처다 보고 지나갈 뿐 막지 않았다. 부실장 스님들보다 먼저 도착한 총무원 홍보팀 역시 인터뷰를 막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며 감시했다. 다만 이날 한 스님은 MBC PD수첩팀의 카메라를 뺏으려다 취재진과 설전을 벌이고 들어갔다.

"자승 전 원장 원치 않는 스님 임명하려다 벌어진 일"

장 씨는 이날 “설정 스님이 쫓겨난 게 맞다”며 “그 이유는 자승 전 원장이 원하지 않는 스님을 총무부장에 임명하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임명을 받으러 오는 스님을 총무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미리 들어온 법일 스님이 임명장을 받지 못하도록 부실장 스님들과 국장 스님들, 그리고 재가종무원 등 20~30여 명이 설정 스님을 에워싸고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전화통화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무부에서 임명장을 가져 오지 않았다 원장 스님의 영(명령)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설정 총무원장이 휴대폰까지 뺏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장 씨는 “휴대폰을 뺏어갔다. 설정 스님은 자승 전 원장이 절대 원하지 않는 스님을 임명하려 하자, 수십 명이 설정 스님을 이 정도 거리(취재진과 장 씨가 인터뷰하던 약 2미터 거리)에서 둘러쌌다”며 “밖으로 나와도 둘러싸고, 접견실에서도 둘러싸고 운신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한 스님(효림 스님)은 아예 총무원 건물에 들어오지 못했다. 오후 6시가 되니까 법일 스님에게 업무가 끝난 시간이라고 나가라고 하더라”고 했다.

장 씨는 “전화 통화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원장 스님을 둘러싼 스님 중 한 분이 ‘이런 통화를 하면 안 된다’며 휴대폰을 가져간 것이 맞다”며 “다른 스님이 통화하는 도중 원장 스님에게 바꿔주려 하자 에워싸고 있던 스님들이 버럭 화를 냈고, 총무원장 스님이 전화를 받겠다고 하고 나서야 저지가 풀어 졌다”고 했다.

▲ 법련사로 들어가는 조계종 홍보팀 직원 등 종무원들.

"부실장 스님 등과 재가종무원들에게 에워 싸이고 휴대폰 뺏기고"

장 씨는 부실장 스님들과 국장, 재가종무원들이 설정 총무원장을 포위하듯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부장스님들과 국장 스님들이다. 재가종무원들도 함께했다. 모두 총무원 직원들이다”며 “총무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100% 자승 전 원장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총무원 건물의 카페(1층 나무찻집)는 오후 6시까지 영업하는 데 갑자기 문을 닫고 총무원 입구도 막았다”고 했다.

장 씨의 입에서 나온 이날 일들은 충격이었다. 설정 원장은 총무원장 불신임이 중앙종회에서 가결돼 단핵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오는 22일 열릴 원로회의에서 인준 절차를 밟기 전까지는 어쨌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었다. 조계종 총무원은 설정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불교계시민사회에 종단의 대표를 폄훼하지 말라거나 희롱하지 말라는 등의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총무원 부실장과 국장 스님들, 그리고 차팀장들이 포함된 재가종무원들까지 나서 설정 원장의 종무행정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일반사회로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경향신문>의 한 기자는 칼럼을 통해 조계종을 취재하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썼다. ‘상상하든 그 이상의 일’이 이날도 발생한 것이다. 장 씨에 따르면 이날 부실장들이 항명하는 과정에서 설정 원장 상좌들도 가세했다.

"상좌까지 등돌려…상상하는 그 이상이 또 벌어졌다"

장 씨는 “방금 들어간 분이 화계사 주지 수암 스님이다. 설정 스님이 (화계사) 주지 연임까지 해줬지만 절대적으로 설정 스님 편에 있지 않았다”며 “상좌인 주경·수암 스님 모두 오늘 임명장 수여에 반대했다. 지금 온 것은 밤중에라도 원장 스님이 임명을 단행할까봐 못 하도록 하려고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설정 스님은 탄핵 표결에서 가결됐다. 하지만 원로회의 인준까지는 총무원장 업무를 볼 수 있다. 불신임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님들과 재가종무원들이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은 조계종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 홍보팀을 비난했다. 최근 조계종 홍보팀은 설정 원장의 유전자 시료 채취 사진을 언론에 뿌려 질타를 받고 있다.

"유전자 시료 채취 사진 누가 제공했는지 화가 난다"

그는 “그동안 홍보국은 원장 스님의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설정 스님이 유전자 검사를 하려 한 것을 막은 것도 조계종 총무원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유전자 시료 채취도 누가 사진을 찍고 언론에 제공했는지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홍보도 규칙이 있다.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이기 전에 종교인이고 수행을 해 오신 분”이라며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는 사진을 언론에 나가도록 한 것은 매우 의도적이다. 나는 100% 자승 전 원장 지시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총무원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던 스님을 몇 번이나 찾아와 추대하고는, 개혁을 하려 대적하니 이렇게까지 한다. 사회의 대통령 선거 보다 더 한 것 같다”고 했다.

▲ 사서실장 정범 스님과 이야기하는 장 모 씨. 장 씨는 자신을 설정 스님 개인 홍보담당이라고 밝혔다.

"지난 8, 9개월 모든 인사는 자승 전 원장이 컨트롤"

그러면서 “오죽하면 설정 스님이 개인적으로 홍보를 부탁했겠나. 2주전부터 합류했다.”며 “지금 설정 스님은 팔다리 역할을 해야 할 상좌도 없다. 외로움 섬이 됐다”며 “지난 8, 9개월 동안 인사도 스님 맘대로 못했다. 모든 것을 자승 전 원장이 컨트롤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자승 전 원장이 원하는 인사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자승 전 원장과 부딪힌다. 그러면서 이런 초유의 사태가 난 것이다. 모든 것은 뒤에서 자승 전 원장이 조정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총무원장 직인을 보관하던 직원이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총무원장 직인 보관 금고 비밀번호 바꾸고 담당자 사라져"

이에 대해 장 씨는 “총무원장 직인이 들어 있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직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라며 “자승 전 원장을 따르는 종무원들이 비번을 바꾼 것 같다. 오늘 임명을 하려 했지만 부실장 모두가 보이콧했다”고 했다.

또 “원장 스님은 처음에 사표를 내라고 했지만,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나중에 사표를 내겠다고 하고, ‘이런 사람을 인선하면 사퇴하고 보이콧 하겠다”고 하더라.

장 씨는 “언론이 이것은 알려 달라. 설정 스님이어서 여기까지 버틴 거다. 다른 분이면 그전에 도망가거나 자승과 딜(거래)을 하거나 합의 보셨을 것”이라며 “설정 스님은 정말 개혁하고 싶었다. 자승에게 벗어난 조계종을 만들고 싶었다. 자승 전 원장과 부딪치면서 사달이 벌어진 것이다”고 강조했다.

MBC가 공정성 결여된 보도? 종단 우롱한 것은 총무원 종무원들

이 같은 소식은 현장 취재를 한 MBC 뉴스데스크 취재팀이 기사화했다.

MBC 기사에 발끈한 조계종은 홍보국을 통해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불교닷컴>과 <MBC> 뉴스데스크 취재팀, <MBC> PD수첩 취재팀과 인터뷰한 장 씨를 ‘가공의 인물’이라는 보도 자료를 뿌렸다.

조계종은 “설정 총무원장 측 관계자라 주장하며 MBC 뉴스에 출연한 인터뷰이는 종단과 전혀 무관한 가공의 인물로 확인됐다”며 “MBC가 공정성마저 결여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스를 접한 설정 스님이 “MBC PD수첩에 이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내보내는 것은 종단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단호한 조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불교닷컴> 등이 마치 있지도 않는 인물을 인터뷰한 것처럼 공표한 것이다. 또 총무원의 보도자료는 총무부장과 호법부장 임명과 관련된 내용을 담지 않았다.

17일 저녁 10시 현재 설정 총무원장은 머물고 있는 법련사에 사실상 고립됐다. 상좌와 총무원 부실장, 국장, 재가종무원에게 또 둘러싸여 옴짝달싹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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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2018-08-18 13:01:16
자승의 막강하고 일방적인 횡포를 막을 수 있도록 종도들 모두 힘을 모아주세요
이건 단지 조계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불교계에 뿌리 깊은 비리와 적폐와 파계입니다
창피한 일이지만 널리 알려서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여태까지 종단은 물론이고 언론까지 나몰라라 했는데
이번 총무원장과 자승의 대립이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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