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웰빙한방] 수족냉증
[황치혁의 웰빙한방] 수족냉증
  • 황치혁
  • 승인 2006.01.2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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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 손발이 시렸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초중학교 야외 졸업식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빨리 행사가 끝나길 기다리던 추억도 있을 것이고, 꽁꽁 언 손끝을 아랫목이나 난로에 녹였던 아스라한 기억도 떠올릴 수 있다.

나이 드신 분들 중엔 이런 느낌을 매일, 아니 항상 느끼는 분들도 있다. 손발이 차가워져서 늘 괴롭다고 하는 분들이다.
“발끝이 시려서 벌써부터 양말을 두 켤레나 신고 있어.”
며칠 전 만난 고등학교 동창생의 어머님은 몇 년 전부터 발이 차서 힘들다고 호소했다. 여름을 제외하곤 손발 특히 발끝에 피가 통하지 않는 느낌이란다. 10월 들어서 기온이 좀 내려간다고 발끝이 시려지니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낼 지 걱정이라는 말씀이셨다.
젊은 사람들은 이 고통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날씨가 좀 추워졌다고 벌써부터 그러시면 어쩌냐며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연로한 어머님들이 느끼는 증상은 심각하다. 한겨울 손발이 꽁꽁 얼어 괴롭던 경험이 있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손발 끝이 차지고 감각도 무뎌지던 그 느낌이 계속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증상을 한방에선 ‘수족냉증’이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수족냉증이 남자들보단 여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경우 몸이 차다고 하더라도 추위를 타거나 소변이 잦아지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비해 여자들의 경우엔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수족냉증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몸의 난방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 우리 몸은 사계절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뱀 등의 파충류는 외부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화하지만 인간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항온동물이다. 사막과 같이 더운 곳에 가면 땀을 통해 체온을 내리고, 추운 지방에 가면 열 발생을 더 시켜서 체온을 유지시킨다. 이런 작용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자율신경계다.

우리의 의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있는 센서가 체온의 변화를 인지하고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다. 손발의 체온이 낮아진다면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도 된다. 그래서 양방에서는 수족냉증을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또 다른 원인은 감각기에 이상이 있는 경우다. 냉증은 날씨가 추워지면 심해지지만 일부 환자들은 한여름에도 손발이 시린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은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겼다기 보다는 감각기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한방에선 대부분의 수족냉증을 허증으로 본다. 몸에서 열을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기계의 노후화처럼 인간에게도 노화가 진행된다.

나이가 들면 피로회복능력, 근력, 반사 등의 여러 부분에서도 기능이 저하되는 것처럼 체온을 생산할 능력도 떨어지는 게 자연의 섭리다.

자율신경계에서 체온의 변화를 느끼고 체온을 정상화시키려 해도 몸 안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보일러’가 노후해 체온을 원하는 만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수족냉증인 것이다.
수족냉증과 동반되는 증상도 대부분 허증이다. 손발이 차거나 시린 증상과 함께 무릎이나 허리도 시리다면 증상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배가 차거나 전신이 쑤시고, 몸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느낌도 허증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몸에 양기가 부족해 나타나는 한증이다.

물론 몸의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면서 나타나는 실증의 수족냉증도 있다. 감각이상으로 인한 수족냉증은 허증이 아닌 실증으로도 나타난다.

손발이 찬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손쉬운 것은 ‘핫팩’이다. 몸에서 열을 생산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몸에 열을 넣어주면 된다.

핫팩을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따뜻하게 만든 후 수건에 싸서 배 위에 올려 놓으면 된다. 복부의 혈액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면 결국 손발 끝으로 따뜻한 혈액이 갈 수 밖에 없다. 매일 10분만 해도 증상이 호전된다.

요즘에 유행하는 반신욕이나 각탕을 해도 수족냉증에 도움이 된다. 전신에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발이 찬 분들에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반신욕이나 각탕을 할 경우엔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에 지나친 발한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반신욕이나 각탕시간을 15분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발과 다리를 지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장의 경락과 비장의 경락이 지나는 종아리를 주무르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발 안쪽의 복숭아 뼈 약 10㎝위에 있는 삼음교혈을 비롯해 근육과 뼈가 만나는 전체부위를 눌러주면 된다.

수족냉증이 심한 경우엔 뜸이나 침 치료도 좋다. 관원 기해 등 복부에 자극을 주는 것도 효과가 좋고 다리 쪽으론 족삼리 삼음교 태충혈 등에 뜸을 뜨는 것도 좋다.

허증에는 한약효과도 좋다. 양방에는 허증에 마땅한 약이 없지만 한방에는 아주 다양한 보약이 있다. 몸이 허할 때에 필요한 부분을 보하는 약을 적절하게 써주면 수족냉증은 물론이고 소변빈삭, 소화기장애, 변비 등의 동반증상도 병행해 치료할 수 있다.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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