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웰빙한방] 프랙탈이론과 인체
[황치혁의 웰빙한방] 프랙탈이론과 인체
  • 황치혁
  • 승인 2006.01.31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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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 상태가 좋지 않으시네요. 간의 기능은 상당히 좋은 편이시구요."
지인의 추천을 받고 찾아간 곳에서 마사지를 받다가 엉뚱하게도 건강진단을 받았다. 마사지사는 발 마사지를 하면서 발의 특정부위 통증반응을 보고 나름대로 건강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발바닥과 연결된 우리 몸의 장부를 설명한 그림을 본 적이 있지만, 한의사들은 발바닥에 침을 거의 안 쓰는 편이라서 재미있게 설명을 듣고 왔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한의학의 진단법에 대해 일반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해봤다. 손목의 한 부분만 잡고 건강진단을 하는 한의사. 얼굴만 보고 병증을 말하는 한의사에 대해 환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반신반의할 거란 느낌이 새삼스레 들었다. CT, MRI는 물론이고 초음파, 내시경 그리고 혈액과 소변검사로 환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는 양방에 비해 한의학의 진단법은 전문가들만 알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자기는 볼 수 있어도 환자에겐 보여줄 수 없는 게 한의학 진단의 맹점이다. 자기 눈으로 확인하길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겐 비과학적인 의학이라고 폄하 당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런 답답함을 풀어주고 한의학이 비과학적이지 않다는 걸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론이 현대 물리학에는 존재한다. 아직은 가설단계에 있지만 프랙탈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부분이 전체를 대변한다’는 프랙탈이론은 우주의 생성 과정이나 모습을 밝힐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랙탈이론은 언제나 부분이 전체를 닮는 자기유사성을 가진다고 본다.

거시적으로 보면 별-은하-은하군-은하단-우주에 구조적인 유사성이 있고, 미시적으로 보면 소립자-원자-분자-세포 소기관-세포- 인체부위-인간도 크기는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는 것이다.

프랙탈이론과 한의학의 논리는 아주 유사하다. 한의학에선 ‘인체는 소우주’라고 말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인체의 각 부위는 전체를 반영한다고 본다.

손목의 맥을 상중하로 나누어 상부의 맥인 촌(寸)맥은 상체의 병증을 점검할 수 있고, 중초의 맥인 관(關)맥과 하초의 맥인 척(尺)맥은 각각 중간과 하부의 인체증상을 점검하는 곳이라고 보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또 맥을 살짝 눌렀을 때의 부(浮)맥은 감기와 같은 가벼운 체표의 병을 감별하고, 깊이 누르는 침(沈)맥은 내장의 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인체의 특정부위 맥박 상태를 보고도 전반적인 건강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프랙탈이론은 인체에도 적용이 된다.

얼굴을 보고 진단을 하는 망진도 마찬가지다. 얼굴의 특정부위와 인체의 장부를 서로 연결해서 진단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마는 심장에 해당되고 턱은 신장, 코는 비위, 좌측관골은 간, 우측관골은 폐에 해당된다고 본다.

각 부위의 얼굴색에 문제가 있거나 피부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으면 그 부위에 해당하는 장부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자세히 진단을 하게 된다. 얼굴만을 전체 몸과 연결시켜 침을 놓는 침법이 있다.

중국에서 개발된 면(面)침법이다. 눈썹 가운데의 약간 위인 인당부위를 폐부위로 보고, 그 위는 인후와 머리 부위로 판단한다. 인당 아래로는 심장과 간으로, 콧망울은 비장에 배속시키는 등 인체의 각 부위를 얼굴의 특정부위와 연결시켜 치료한다.

폐결핵이나 폐렴 등의 질환이 있다면 폐의 진액이 부족해져 관골부위에 핑크 빛의 예쁜 색이 돈다. 전체적으로 건장하고 튼튼해 보이지만 안색이 지나치게 붉다면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조심해야 할 사람으로 분류해 문진을 한다.

이 환자가 혈압까지 높다면 요주의 환자다. 나이까지 많다면 중풍의 위험이 높다고 분류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얼굴을 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소인상법이 있다. 눈썹 가운데의 약간 위인 인당혈을 인체의 머리로 보고 눈썹을 양팔, 코를 몸통, 입가의 주름인 법령을 양 다리로 보는 방법이 바로 소인상법이다. 임상에서 많이 활용하진 않지만 소인상법을 기본으로 해서 발달된 침법도 있다.

코의 특정부위를 인체와 연결해서 치료하는 비(鼻)침이 바로 그것이다. 면침과 유사하긴 하지만 코의 특정부위와 인체를 모두 연결시킨다는 점이 다르다.

면침과 비침은 임상에서 결코 효과가 나쁘지 않다고 한다. 다만 얼굴과 코에 침 맞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고 혹시 침 치료 후 얼굴에 멍이 들면 환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이외에도 프랙탈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침법이 여러 가지 있다. 한의사가 개발하지 않았지만 널리 알려진 수지침도 손바닥을 인체의 각 부위로 나누어 부위별로 대응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귀에다 침을 놓는 이침도 프랙탈이론이 적용된 침법이라고 봐도 된다.

특이하게도 동양이 아닌 프랑스에서 개발된 이침은 귀는 태아의 거꾸로 된 형상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임상에서는 금연침 등에서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프랙탈이론이 소립자부터 우주전체까지 모두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대부분 물리학자들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한의사들이 인체와 인체의 부위라는 아주 작은 영역에선 나름대로 열심히 검증해 놓았다는 생각이다.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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