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과 창피함 모르면 사람 아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 모르면 사람 아니다"
  • 옥복연
  • 승인 2018.08.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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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성불자들이여, 더 이상 침묵하지 말자.
▲ 불교개혁행동이 주최한 전국재가불자총결집대회

불교가 한국에 전래된 이래 1700여 년 동안, 여성들은 교단을 수호하고 출가자를 외호하며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또 발전시켜왔다. 아녀자가 절에 가면 곤장 백대라는 엄격한 국법이 있던 조선시대에도 여성들은 곡식을 이고 절에 갔으며, 궁궐 여성들은 불사를 일구는 대화주였다. 일제시대 대처를 거부한 독신승을 한국불교의 자존심으로 지지했고, 정화운동 과정에서 조계종단의 성립을 위해 현수막을 들고 경무대 앞에서 시위를 했다. 청정독신 비구, 비구니가 조계종단의 근간임은 종법에서도 못박고 있으니, 은처나 성범죄가 드러나면 그 즉시 출가자는 바라이죄로 승단에서 쫒겨나야 한다. 

여성불자들의 신행은 포교에 앞장서고 사찰을 유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군홧발에 법당이 짓밟혔던 법난과 개혁 종단 탄생 등, 종단의 고비마다 온 몸을 던져 종단을 수호했다. 공양간과 법당 청소는 당연시했고, 지극한 경배의 대상으로 스님들을 대했으며, 곳곳의 불전함을 지나치지 않고 시주하고, 출산이나 자녀 입시 등 생애 주요 시기마다 기도하며 붓다의 가르침 속에 살고자 했다.

하지만 오늘날 종단은 어떠한가? 종단의 지도부의 상습 도박과 파벌· 금권선거가 뉴스로 방송되고, 은처와 숨겨둔 자식 사진을 사찰 입구에 걸어놔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주지 임기를 마친다. 비구니자매 성폭행사건을 호소했지만, 해당 비구는 모함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피해 비구니들은 숨어 지낸다. 교육원장은 여직원 성폭행 의혹을, 포교원장은 여직원과 성희롱 문자로 신도들로부터 사찰 출입이 봉쇄되었다. 애초 의혹을 가지고 출발했던 총무원장은 재가불자들의 강력한 반대운동과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종단 실세에 의해 임기 10개월 만에 하차했다.

사상 최초로 총무원장의 불신임이 통과된 바로 그 날 총무원장 선거를 공고하고, 닭벼슬보다 못한 중벼슬을 움켜쥐기 위해 권모술수가 난무한다. 심지어 불신임된 원장이 종단 실세의 간교한 계략을 폭로하고자 기자회견을 하려다, 자신의 상좌들에게 둘러싸여 이마저도 못했다. 권력을 위해 아귀처럼 싸우는 그들은 오늘날 종단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적폐세력임이 분명하다. 대중 공의와 자자· 포살이라는 교단의 전통은 종단 권력자들에 의해 징계와 협박으로 점철되고, 청정교단을 향한 대중들의 촛불법회는 맞불법회로 조롱당하고, 전국승려대회를 불법이라며 거부당하고 있다.

붓다께서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고, 이들은 고개를 떨구고 밥을 먹어야 할 자들이라고 하셨다. 출가자라 함은 사소한 잘못에서도 두려움을 알고, 잘못을 저지르면 계율에 비추어 스스로 그 죄를 물어야 한다. 이권과 타협하거나, 권력 앞에 입 다물거나, 애종심 운운하며 침묵을 강요하는 출가자는 더 이상 출가자가 아니다. 이들이야말로 종단의 존립을 뒤흔드는 훼불세력으로, 여성불자의 스승은 커녕 경배의 대상도 될 수 없다.

붓다는 악을 행하는 수행자들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화합해서 물리쳐야 하고 쓰레기처럼 날려 버려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수행자가 아니면서 수행자인 체하고, 악한 욕망에 사로 잡혀 악을 행하는 자들은 쌀겨처럼 날려 버리라고 하셨다. 인간평등과 존중을 실천하는 교단에서,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아야 할 가르침에 신분차별이 어디 있으며, 성차별이 웬 말인가? 그동안 여성불자들은 종단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방관하거나 외면해온 것을 반성하고, 그 책임 또한 통감한다. 그리고 여성불자 스스로가 불성을 가진 존재로, 신앙의 주체로서 일어서야 함을 자각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여성불자들은 예속과 굴종의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구중심, 출가자 중심의 종단을 거부해야 한다, 업이 많아서 여성으로 태어났다며 열등한 여성관을 강요하거나, 무조건적인 복종과 봉사를 강조하며 여성 신행을 폄하하거나, 깨달음의 과정에서 성범죄는 사소한 거라며 여성불자의 인권을 짓밟는 일체의 행위들은 잡초를 뽑듯이 교단에서 쓸어버리고, 깨어있는 여성불자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출가자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정의로운 분노’를 표출하고, 계율이 성성하게 살아있고 종법이 분명하게 적용되는 청정 종단이 되도록 감시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여성불자들은 여성을 폄하하는 출가자의 반말이나 성차별적인 언행 등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종단의 조직 규범이자 출· 재가자를 규율하는 종법을 성평등하게 개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비리가 있는 출가자에게는 경배는 물론 법문도 청하지 말아야 하며, 청정하지 못한 출가자에게는 붓다 재세시처럼 보시거부운동을 펼쳐야 한다. 성평등불교연대의 성범죄 신고전화(02-733-1366)를 적극 운영하여 성범죄 근절에 여성불자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여성불자의 권리는 여성불자 스스로 지켜야지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전국승려대회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한다. 총무원장 직선제, 비구니와 재가불자 종단운영 참정권 확대, 승려 복지, 삼보정재 투명한 사용을 실현하는 청정교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여성불자들이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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