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나게 하기 위해"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나게 하기 위해"
  • 월암 스님/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 승인 2018.08.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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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전국승려결의대회 봉행사
▲ 전국승려결의대회 봉행사를 낭독하는 월암 스님.

제불보살과 역대조사이시여, 세존께서 영산회상에서 염화하시니 가섭존자가 미소하심으로부터 이심전심하신 정법안장이 역대전등하여 오늘의 조계종이 되었습니다.

정법이 없는 세상을 말세라 일렀습니다. 세존이시여. 삿된 마근은 날로 치성하며 정법은 날로 파괴되는 이 말세를 당하여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제자 등이 어찌 참회의 피눈물을 뿌리지 아니하오며 어찌 용맹의 본분 일대사를 반성하지 아니하오리까.

오직 원하옵건데 대자대비의 삼보께옵서는 자비를 드리워 저희 제자 등의 작은 외침을 들어주소서. 견성오도 광도중생의 대원력을 본받아 머리 숙여 발원하오니 호념의 가피를 내리시어 염화미소의 정법이 천하총림에 다시 살아나게 하시고 요익중생의 자비가 온 우주의 생명들을 거듭 적시게 하시옵소서.

아 우리 조계종은 망했는가, 정녕 조계의 깃발은 찢어지고 말았는가. 생사를 해탈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하고자 부모형제를 떠나 출가의 본지를 서원하였건만 오늘 우리의 일탈은 스스로 사자충의 역할을 자초하고 있다.

오늘 조계의 적자들이 모여 적폐청산과 청정승가를 목놓아 외치는 날, 천 길 낭떨어지에서 두 손을 뿌리치는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참회의 절을 올린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새벽시간에 첫울음을 터뜨리는 머슴새의 깨어있음으로 철부지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자리를 두 손 드리워 청소하는 어머니의 열려있음으로 오늘 이 자리의 참담함을 온 몸으로 참회하고자 한다.

조사가 외치시길 “땅에 쓰러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라”고 하셨다. 비장한 각오로 오늘 승려결집대회에 참가한 우리 사부대중은 자신을 일깨우고 조계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굳게 맹서하였다. 나고 죽음이 본래 없는 불생불멸의 중도를 체득하여 일체 생명을 본래부처로 섬기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 출가 사문의 본분사요, 허물의 인과를 철저히 깨달아 허물을 돌이켜 바른 행을 닦는 것이 수행자의 행리이다.

“용과 뱀이 뒤섞여 있고 성인과 범부가 동거하는 곳이 승가”라는 고칙에 기대어 뱀을 돌이켜 용이 되게 하고 범부를 바꾸어 성현이 되게 하는 것이 불법의 묘용이라 변명한들 작금의 이 조계종의 후안무치는 불교라는 울타리와 무관하게 온 나라 국민들의 심기를 어지럽힌 과보를 떨쳐낼 수 없게 되었다.

유마의 침묵이 불이의 법문이 되고 달마의 면벽이 안심의 종지가 되었음을 알고 있으며 청자의 자리 권함에 귀를 씻은 허유와 귀 씻은 구정물을 먹이지 않은 소부의 기개를 어찌 모르리오만은 어둠이 밀려오는 어지런 날에 횃불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천둥번개가 치는 굳은 날에 우산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으로 말법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소리 내어 한국불교의 개혁을 외치고자 한다.

고인은 경계하기를 “눈밭을 걸어가는 수행자여, 발걸음을 함부로 옮기지 말라. 오늘 나의 행적이 뒤사람의 이정표가 된다”고 하였다. 이 작은 자성의 외침은 천하의 눈 밝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조금이나마 면하고자 함이며, 오직 부처님을 믿고 승가를 따른 죄로 지금 망연자실 비분강개하고 있는 이름 없는 불자들을 위로하고자 함이다.

부처님은 <유마경>에서 비구들을 향해 “믿음을 가질 것이며, 스스로 부끄러워 할 줄 알 것이며 남에게 부끄러워 할 줄 알 것이며, 더러움이 없는 깨끗한 행을 갖출 것” 등의 일곱 가지 법을 설하여 정법이 오래 머물기를 부촉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조계 후학들은 부처님의 유지를 저버리고 세속의 오욕을 탐닉하여 거룩한 출가정신을 훼손하고 신심 있는 불자의 유지를 욕되기 하여 거룩한 출가정신을 훼손하고 신심 있는 불자의 귀의를 욕되게 하여 정법의 당간을 무너뜨리는 무간지옥의 업보를 연출하고야 말았다.

지난 10년 동안 종단을 장악한 일부 권승들은 말로만 ‘자성과 쇄신’을 외쳐왔다. 그러나 누가 자성을 해야 할 주체이며 누구를 향한 쇄신의 강요였던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수행과 교화에 열중하고 있는 일반종도들은 정작 침묵하고 있다. 닭 벼슬보다 못한 권력과 불조가 고구정녕 경계한 명리에 오염되어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자각치 못하고 비불교적이며, 비승가적이며, 비상식적인 행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부류들이 종단의 지도층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알고 있다.

이제 구악을 청산할 때가 되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한계를 더 이상 수수방광 할 수 없다. 정화의 참뜻을 살려내지 못하고 자행되어 온 무지와 폭력과 권모와 술수의 유산을 떨쳐내고 불조의 정법이 살아 숨 쉬고 수행과 자비가 올곧게 진작되는 새로운 조계의 승풍을 만들어가야 할 전화위복의 시절인연이 도래했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 속에 새 시대 새 불교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으로 누적된 적폐를 청산하고 청정승가를 이루어 승가공동체 회복을 다짐하는 바이다.

종헌종법을 봉대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종헌종법 준수라는 미명 아래 이미 짜여진 각본에 따라 기득권 유지와 나눠먹기의 음모로 달팽이 뿔 같은 종권을 연장하려는 술수는 엄연한 적폐의 연장일 뿐이라는 것을.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하게 겁박한다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민주정부 시대에 이 무슨 유신과 식민시대의 망령이란 말인가. 도도히 흐르는 문명사의 강물이 뒷불이 앞물을 밀어 바다에 나아가듯, 지금 여기 모인 사부대중의 발심과 원력으로 감히 조게종과 한국불교의 개혁을 선언하고자 한다.

가슴으로 우는 새는 소리가 없다. 이에 오늘 결의대회에 함께한 결사대중은 가슴 저미는 아픔으로 화두를 씹으며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종단의 중앙을 향해 다시 한 번 종단개혁을 촉구하는 바이다.

불기2562년 8월 26일
전국승려결의대회 봉행위원장 월암 화남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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