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나는 꽃들의 이름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꽃들의 이름을 알게 되면 한결 더 꽃들과 가까워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꽃들과 통성명을 하고 나면 매일 만날 때 마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넬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사람 사이에서도 이름을 알게 되면 더욱 친해지듯이 꽃과 사람의 관계도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서 더욱더 친숙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나는 사로잡혔다.
꽃들의 이름을 알고 싶은 기대에 나는 야생화 도감과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꽃들의 모양과 이름을 하나씩 익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물의 이름을 도록을 통해서 알기는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도록을 통해서 자신 있게 익혔다고 생각 되는 꽃들도 산길에서 만나게 되면 그 모습과 이름이 퍼뜩 떠오르지 않았다. 저게 그 건가 하는 의문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야생화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 산길을 거닐면서 실물을 직접 보고 하나씩 이름을 익히는 것이 가장 분명하고 빠른 길일 것만 같았다.
나는 야생화에 대해서 잘 아는 원주스님에게 산길을 함께 걸으며 야생화의 이름을 가르쳐 주기를 청했다.
바쁜 중에도 스님은 기꺼이 내 청을 들어 주었다. 스님은 그 산에 있는 야생화의 이름을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산길의 초입에서부터 끝까지 우리가 만난 야생화는 족히 열 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스님이 이름을 가르쳐 주면 나는 그 이름을 몇 번이고 되풀이 했다. 양지꽃 별꽃 꿩의바람꽃 남산제비꽃 개별꽃 솜방망이 산자고 괭이눈 현호색 할미꽃 등의 이름을 나는 즐겁게 되새겼다. 그리고 무덤가에 누군가 심어 놓은 수선화 한 송이는 내 눈에 오랫동안 슬픈 여운을 남겼다.
그 날 이후 나는 산길에서 꽃들을 만나면 하나하나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를 한다. 그러면 꽃들도 꼭 내게 답례를 하는 것만 같다. 꽃이 피는 기간이 짧고 모습 또한 약하고 작지만 그들은 첫 햇살을 머금고 피어난 하늘의 첫 선물이기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키를 땅에 붙이고 살아도 바람에 안쓰럽게 흔들려도 야생화는 마치 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야생화를 보고 있노라면 작고 흔들리는 우리들의 삶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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