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을 떠올리면 작은 추억 하나 만나는 것도 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꿈은 미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꿈이 우리가 이루고 싶은 것 혹은 잃지 않고 싶은 것을 의미한다면 유년의 추억과 감성 역시 아름다운 꿈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절의 아이들은 모두 부모를 떠나와 있다. 이제 초등학교 일학년에서 삼학년까지인 아이들은 이 절에서 아주 행복하다. 부모가 곁에 없지만 구김살 없는 마음과 몸짓들은 언제나 곁에 두고 산다. 아침이면 눈을 비비며 방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과 학교를 마치고 산길을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올라오는 아이들과 마주치면 그 풍경이 무척이나 정답게 투영되어 온다.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꿈에 대하여 묻는다. 너는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어, 하고 물으면 아이들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제일 어린 아이는 트럭 운전사가 되고 싶다고 하고, 그 다음 아이는 스님이 되고 싶다고 하고, 제일 큰 아이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한다. 나는 다시 아이들에게 왜 그것이 되고 싶은지 이유를 묻는다. 아이들의 꿈에 대한 답변은 소박하다. 트럭 운전수를 꿈꾸는 아이는 트럭을 타면 어디나 갈 수 있기 때문이라 하고, 스님이 되고픈 아이는 스님이 행복해 보이기 때문에 스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제일 큰 아이는 수줍게 웃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 입 안 가득 웃음을 머금고 고개만 숙이는 아이를 보면 그 수줍어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예뻐 보인다. 아이들의 꿈은 크지 않다. 그리고 화려하지도 않다. 트럭을 몰면 어디나 갈 수 있고 스님이 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아이들의 꿈을 보며 내게도 아직 꿈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지금의 나의 꿈 역시 아이들처럼 소박하다. 그러나 꿈이 소박함으로 얻는 자유는 크다. 그것은 부와 명리를 벗어난 꿈이 건네는 선물이기도 하다. 꿈에는 언제나 자유와 행복이 담겨 있어야 한다. 자유와 행복이 없는 꿈은 꿈이 아니라 단지 목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욕구의 산물이지 꿈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꿈을 꾸는 아이들과 함께 서서 바다의 노을을 바라보며 나는 이 이상일 수 없다는 행복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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