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스님 성전] 매순간 선택하는 삶
[미소스님 성전] 매순간 선택하는 삶
  • 김영태
  • 승인 2006.07.19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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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에서 연세가 제법 든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계곡이 좋아 내려 간 곳에 할머니 한 분이 남루한 집을 배경으로 서있었다. 나의 출현이 할머니에게는 의아스러운 것이다. 팔이 없는 속옷 차림의 할머니는 내가 인사를 하고서야 비로소 내게 말을 건넸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나는 그냥 계곡이 좋아서 내려 왔다고 했다. 할머니는 나의 말에 별 말없이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사시니까요. 그리고 고추 농사도 굉장히 많이 지으셨네요.” 할머니는 나의 물음에 하나도 좋지 않다고 답했다. 농사는 남의 것이고 자신의 밭은 저기 뙈기밭이라고 손을 가리켰다. 할머니가 가리키는 그 곳은 10평 남짓의 작은 밭이었다. 나는 다시 할머니에게 어떻게 사시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답했다. “텔레비전 하고 살지요.”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외로움이 묻어났다.

정작 내가 행복한 곳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사는 할머니의 대답은 쓸쓸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는 할머니와 더불어 얘기를 나누면서 늙어서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지금의 이 할머니처럼 외로워 텔레비전을 껴안고 살지, 아니면 홀로 사는 것이 여전히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똑같이 산 중에 홀로 살아도 누구는 그 혼자인 삶이 죽도록 버겁게 다가오고 누군가에게는 봄날의 바람처럼 즐거움으로 다가서는 그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학식이나 재산의 차이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삶을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일 것이다. 홀로인 삶을 선택한 사람에게 혼자 산다는 것은 즐거움이 되지만 떠밀려 혼자가 된 사람에게 혼자라는 것은 불행과 끝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같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혼자인 것이다. 그래서 매순간 삶을 선택해 사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곧 의미를 쫓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삶을 선택할 만큼 인생이 여유롭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다. 설사 우리가 원치 않는 삶이 우리에게 왔을지라도 우리가 기쁘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리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일을 멈추지 않는 다면 우리는 삶을 선택해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산 중에서 혼자 사는 것을 그려 보고는 한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러기에는 지금까지의 내 삶이 무의미 하고 번잡하다. 지금 보다는 훨씬 고요하고 깊어져야 할 것만 같다. 그래야 산 중에 홀로 사는 내 꿈의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맑은 계곡에 내 꿈들이 즐겁게 잠긴다. 머물지 말고 한없이 흘러가라고 한다. 나는 양 손에 꿈을 가득 담아 먼지 낀 얼굴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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