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노조 결성, 민주노총 지부로 출발
조계종 노조 결성, 민주노총 지부로 출발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09.21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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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에 심원섭 팀장, 40여명 참여…‘개혁정신 실종’“종단 안정은 특정정치 세력의 안정, 쇄신은 무책임”
▲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 출범 기자회견.

대한불교조계종 재가종무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이하 조계종 노조)는 20일 오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범을 대외에 공포했다. 노조지부장(위원장)은 심원섭 포교원 전법팀장이 맡았다. 심주완 호계원 사무팀장이 사무국장을 맡았고, 20일 기자회견 기준 40여 명의 종무원이 노조에 가입했다. 조계종 노조는 산별노조다. 사업장 노조가 아니어서 중앙종무기관, 산하기관, 지역사찰 등 조계종 소속기관과 상관없이 조계종 일반직 종무원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 출범

조계종 노조가 출범을 선언하자 조계종 총무원은 대변인 논평으로 “노동조합이라는 형식으로 종단 내부의 문제를 접근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종단의 자율적 논의 구조를 무시한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데 치중했다. 반면 신대승네트워크는 노조 결성 환영 논평을 통해 “조계종은 헌법에도 보장되어있는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칠 것을 기대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처사로 인해 국민과 불자들의 불신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설립은 조계종 재가종무원들의 ‘꿈’으로 그쳐왔다. 과거 종무원 노조 결성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고, 차선책인 ‘종무원조합’이 있었을 뿐이다. 조계종단의 재가종무원의 삶은 팍팍한 게 사실이다.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그리고 사찰 종무원의 처우는 천차만별이다. 근로기준법은 통용되지 않는 게 다반사였고,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신심페이’로 일해야 하는 사찰 종무원이 태반이었다. 농경시대의 음력 기준의 일상이 여전히 통용돼 왔다. 비정규직 문제도 때마다 터졌지만 정규직 전환 대신 무기 계약직이라는 편법으로 인력을 운영해 왔다. 고용안정은 94년 종무원 제도가 정착된 이후에도 화두였다. 성평등 개념이 희박한 출가자에게 시달리는 여성종무원들의 말 못할 사정도 많았다. 더욱 문제는 정치화된 종단 운영 구조에서 종무원들이 이유도 모른 채 끌려 다녀야 했다는 점이다. 종단 현실은 종권의 변화와 지속된 적폐에 따라 종무원의 지위와 위치가 흔들리는 것이었다.

"종단 안정과 쇄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조계종 노조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종단 현실에 문제의식을 담았다. 조계종 노조는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을 ‘소요(騷擾)’라고 말하면서도 “지난 9개월의 소요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돌이켜보면 이 소요의 원인은 수십 여 년 세월 동안 축적되고 지속되어 온 것”이라며 “종단의 ‘안정과 쇄신’은 그 말 자체의 절실한 여망에도 불구하고 모든 종도들을 인질처럼 붙잡아 두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조합 출범 선언문]

“개혁불사 초심 상실, 애종심은 수단·도구로 전락”

또 “‘종단의 안정’은 곧 특정한 정치적 세력의 안정, 그들만의 종단을 의미하는 것 이었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종단 쇄신’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무엇을 자성하고 쇄신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언 손과 발을 녹여가며 1000배를 해야 하는 것도, 잃어버린 절 땅을 어떻게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른 채 한여름 땡볕에 도로를 점거하면서 서울시청까지 삼보일배를 하는 것도 종무원들의 몫이었다”며 “더욱 답답한 것은 이렇게 흘린 종무원들의 땀방울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혁불사 초심으로 종무에 대한 책무를 다하고자 했으나 우리의 자긍심은 순응적인 문화, 줄서기 문화 속에 무너져 버린 지 오래”라며 “애종심과 쇄신은 누군가에 증명이라도 해야 할 듯 거리에서 사찰에서 우리 스스로를 수단과 도구로 전락시키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종무행정은 갈수록 줄어들고, 신도를 수동적인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고백했다.

노동자 권익 보호, 비정규직 정규직화 직장내 성평등 실현

조계종 노조는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고 ‘종단과 사찰이라는 일터를 안식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단순조력자가 아닌 소신 있는 종무행정 중심축 실현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어려운 조직문화 개선 ▷종무원 인권 및 권익 향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안정 ▷직장 내 성평등 ▷근로조건 개선 ▷사부대중의 평등한 공동체 실현 ▷불자와 국민에게 신뢰받는 종단 구현 ▷참된 민주주의의 구현 ▷한반도 평화통일과 민족공동체 실현 위해 사회적 연대 적극 추진 등에 힘쓰겠다고 선언했다.

김성환 전국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은 출범 기자회견에서 “오늘 이 자리는 조계종이 지향하는 부처님의 자비 실천과 민주노총의 사회 개혁 실천이라는 공동선이 만나는 자리다. 정화불사와 94년 개혁불사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조계종과 사회 개혁을 실천하려는 민주노총의 만남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면서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의 발전과 조계종의 발전을 깊이 응원한다”고 말했다.

“개혁불사 정신과 사회 개혁 실천의 만남”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종교계에서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그리고 개혁을 위한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오늘 노조 결성은 대단히 의미가 깊다”면서 “불교계를 시작으로 다른 종교계에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사찰 종무원, 개별 복지기관 종사자를 제외한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종무원 수는 약 350명이다. 노조 출범에 동참한 인원은 40여 명이다. 노조에 참여할 종무원이 그만큼 많다.

조계종 노조 출범 예고는 알려지지 않았다. 노조 결성이 준비단계부터 알려졌을 경우 출범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그만큼 신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심원섭 지부장은 “조계종을 둘러싼 일련의 문제는 수년간의 문제가 축적된 결과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조계종이 국민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그 책임이 결코 스님들에게만 있지 않다는 인식을 서로 공유하게 되면서 그것이 노조 출범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종단 내부 문제 공동으로 풀어가겠다”

또 “40여 명이 뜻을 모아 출범을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고 호응이 높다. 오늘을 기점으로 인원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직 종무원이라면 말단 직원에서부터 차·팀장까지 모두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인사, 운영 등 주요 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을 경우에는 가입을 하더라도 해당 소임을 맡는 동안 노조 자격이 일시적으로 중지된다”고 했다.

또 “산별노조 출범에는 중앙종무기관 외 단위 사찰 및 지역 사찰 종무원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 외에 불교계에 벌어지는 내부 문제를 공동으로 풀어가자는 취지도 담겨있다”면서 “불교계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인재를 육성하고 나아가 미래의 희망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교계는 조계종 노조 설립 배경을 궁금해 하면서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신대승네트워크는 20일 노조 출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환영 논평을 냈다.

“조계종 노조는 종도주권 실현 수단, 개혁 주체로 서야”

신대승네트워크는 “조계종 노조 설립은 1994년 종단개혁의 성과인 종무원제도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신대승네트워크, 조계종 노동조합 출범 환영 논평]

그러면서 “1994년 종단개혁 당시 종도가 직접 종단의 모든 의사 결정과 집행에 참여할 수 없기에 종도를 대리하여 이를 수행할 인적 제도적 장치로서 종무원제도를 도입했다”며 “종무원제도는 또 다른 종도주권의 실현수단이기에 종무원은 오직 종도들의 입장에 서서 종헌 종법에 따라 전문적이고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종무수행을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승 네트워크는 “작금의 종무원들의 모습은 출범선언문에서 나와 있듯이 그 사명을 망각하고 종도들을 잊은 지 오래”라며 “이제 다시 개혁불사의 초심으로 돌아가 오직 종도들의 입장에서 종단개혁의 주체이자, 추동자로서, 원력보살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조계종 총무원은 노조 설립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조계종 총무원은 대변인(기획실장) 학암 스님 명의로 발표된 입장문을 통해 노조 설립을 ‘종단 내부 문제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이자 ‘종단의 자율적 논의구조를 무시한 것’으로 폄훼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재가종무원의 고민에 미치지 못하는 황당한 논리로 노조 설립을 깎아내리는 모양새다. 더욱이 최근 종단 문제는 출가자들이 원인을 제공하고 이를 해결할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도 또 ‘혁신’을 내세우면서 종무원들의 노조 설립을 불쾌해 했다.

“노조로 종단 내무 문제 접근 우려, 자율적 논의 구조 무시”

조계종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종단 내부에서 노동조합이라는 형식으로 종단 내부의 문제를 접근하려는 움직임에 종단 집행부는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종단은 내부 문제로 인해 너무도 힘들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며, 또한 새로운 총무원장 선출이라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고, 더욱이 종단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종단이 올곧게 화답함으로써 종도와 국민여러분께 희망의 도반이 되어야 하는 막중한 상황”이라며 “이렇듯 종단적으로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누구보다도 종무의 최일선에 있는 재가 종무원들의 노동조합 결성 소식이기에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관련기사: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조계종 대변인 입장문]

나아가 “소통의 여러 방안이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종단의 자율적 논의 구조를 무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적폐청산과 청정종단 구현을 염원하는 불자들을 ‘해종’으로 모는 어이없는 태도로 일관한 것처럼 조계종 노조가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로 가입한 것을 마치 노조와 민주노총이 연계해 종단 정치 문제에 개입하는 냥 취급한다는 점이다.

총무원은 “최근 민주노총의 지도부는 오히려 종단이 혼란한 시기에 종단을 음해하는 세력에 동조했고, 불교 내부 문제에 연계하여 종단 정치 문제에 관여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의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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