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대 조계종 집행부 무엇을 할 수 있나?
36대 조계종 집행부 무엇을 할 수 있나?
  • 법응 스님
  • 승인 2018.10.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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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작부터 잡음, 성공과 실패 원행 스님 몫
▲ 조계종이 총무원으로 사용 중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집권(集權)의 반대는 분권(分權)이다. 집권은 권한이 한 곳으로 집중된 운영 형태를 말한다. 대칭 개념인 분권은 의사 결정권이 지방자치체나 하급기관에 주어진 형태다. 현 조계종은 그 행정체계나 운영이 중앙집권적이다.

종단의 모든 의사결정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법 규정여부와 상관없이 소수 권력자 또는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종단은 스스로 폐쇄적 조직이 되어버렸고 혁신은 요원하기만 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여 평등, 일체, 화합이 종단 운영의 근간이 되어야함에도 아집과 소집단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무엇보다 전문가 소양을 갖춘 건실한 사판승의 양성에 실패 했으니 이는 2,000년 이후의 모든 원장과 종단 운영진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중화합이나 불교의 융성, 사회적 신뢰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권력을 장악한 이들이 그 힘을 종단발전에 좋게 활용한다면 어느 정도 희망을 가져볼만 하지만, 권력을 점하고 누리고자 하는 욕망만이 충천하니 퇴보를 향한 질주가 지속되고 있다. 총무원장이 누구라도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외면하고서 할 수 있는 일이나 이룰 수 있는 업적은 없을 것이다.

우선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거론되는 지방분권화만 해도 그렇다. 각 교구가 고유한 전통과 정체성을 잘 유지해가도록 이 부분에 대한 총무원장의 이해 및 기득권의 포기가 뒤따라야 하고, 종법으로 성문화하는 작업을 병행함으로써 실제 교구의 독립과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종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이는 국가 행정조직과의 조화도 고려해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다. 총무원장으로서 분권화에 대한 신념과 의지, 고도의 정치적 노력 즉 탁월한 능력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총무원장은 종단을 통리하는 행정 수장이다. 종헌과 종법에 의거하여 종단을 운영하고 미비한 점은 보완해야하며 넘치는 곳은 제어를 해야 하는 기능이다. 또한 총무원장은 인사, 재정, 징계권을 휘두르는 막강한 힘이 부여돼 있으니 이 권한들을 합리적으로 잘 운영하면 조직이 발전적으로 원만하게 운영될 것이나 그러하지 못하면 무능하거나 독재 또는 허수아비의 자리로 전락하게 된다. 이는 우리 종단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게나 적용되는 사례다.

중앙종회의 협력 없이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좋은 표현으로 의논이지 정치세력과 지방토호들의 눈치도 보아야 한다. 혁신을 염원하는 대중의 바람도 무시할 수 없다. 불자와 출가자는 감소하고 사실상 대안은 부재하다. 종단이 활용 가능한 우수한 인력이나 재정도 열악하다. 총무원장이라는 자리가 어려운 자리가 분명하다.

원행 스님은 전임 원장에 대한 불신임(탄핵) 안이 가결될 때 당신의 손으로 가결확정을 선언하는 목탁을 친 분이다. 전직 원장 탄핵사태의 중심에 서 있었기에 권력의 무상함, 그 자리의 무게감 그리고 불안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원행 스님은 그 당선 소감에서 “당선의 기쁨보다는 우리 종단과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라고 했고, “사부대중만을 믿고, 사부대중과 함께, 안정과 화합 그리고 위상제고를 위한 원력을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절차에 따랐으되, 만인의 공감과 인정 속에 정상적으로 치러졌다고 볼 수는 없는 선거였다. 안정적인 출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선 후 행한 첫 인사에 대한 잡음과 들려오는 소문들이 벌써부터 집행부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 했는데 과연 첫 단추를 잘 꿴 것인지 의문이 든다. 급박하게 진행된 선거이며 당선이라 하나, 급할수록 쉬어가고 목이 마를수록 천천히 들이켜야 한다.

역사의 무게감과 더불어 갈 길이 멀고 바쁜 조계종이다. 당선 소감에서도 표현했듯이 소수가 아닌 사부대중과 함께 할 때만 종단이나 총무원장 개인에게도 희망이 보일 것이다. 과연 원행 스님의 총무원 집행부가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무능과 오명을 남길 것이지는 전적으로 원행 스님의 몫이다.

/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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