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설립 종교단체 특수성·자주성 침해”
“노조 설립 종교단체 특수성·자주성 침해”
  • 조계종 차팀장
  • 승인 2018.10.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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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차팀장]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 설립에 대한 우리의 입장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 설립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리 일반직 종무원은 94년 개혁 이후 현재까지 종단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해 왔습니다. 중앙종무기관의 종무행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신심과 종단에 대한 애종심을 근간으로 우리 모두가 소통하고 일심으로 노력한 결과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차·팀장들은 종·법령상 규정된 제한적 권한 이외에도 실제로는 예산 및 사업계획 수립과 조정, 인사평가를 포함한 인사관리 및 일상적 종무행정 관리 등과 같이 폭넓은 권한을 위임 받아 실무 종무행정을 총괄해 왔으며, 각종 현안에 대하여 수시로 협의하여 종단 발전과 종무원의 권익 향상을 도모해 왔습니다.

하지만, 근래 일부 차·팀장들이 주도하여 일반직 종무원 일부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형식으로 조계종 지부를 설립하였다는 사실을 접하고 당혹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지난 시기 종단의 자주권 수호와 종교단체에 종사하는 종무원으로서의 특수성을 강조하였던 일부 선배들이 노조 지부 개설에 앞장 선 것에 대하여는 마음의 상처가 깊습니다.

이에 우리는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 개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민주노총 산하 노조 지부 개설로 단체협약 등 노조 활동에 필연적으로 제3자인 산별노조 관계자가 참여하게 되고 최종 합의도 산별노조 위원장이 체결하게 됩니다. 이는 종단과 무관한 제3자의 개입과 참여로 일반직 종무원의 자주성 침해는 물론 종단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2. 노무 영역은 사회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산별노조 가입과 지부 개설은 일반적이며 합법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종단의 모든 영역에서 그 어떠한 특수성도 인정될 수 없으며 모든 부분에서 일반적으로 동일하게 사회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동일한 것으로 이는 우리 종단이 갖는 종교단체로서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3. 왜 이 시기에 어떠한 사유로 지부가 개설 되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개설에 앞장섰던 분들께서는 부당한 종무행정 지시나 그 불이행에 따른 부당한 처우가 무엇인지,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어떤 부분에서 불합리하고 개선이 필요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입니다.

4. 노조 지부 기자회견이나 출범선언문을 보면 종단 개혁 등 종단 상황에 대한 언급이 대부분이며, 일반 사기업으로 보면 중간관리자급이라 할 수 있는 차·팀장들이 노조 지부를 개설하고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조라는 형식을 빌려 종무원들로 구성하는 새로운 재가운동단체를 구성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5. 노조 지부를 주도하고 있는 차·팀장들은 그동안 총무차장이나 기획차장 등 주요 소임을 각 수년간 맡아 왔습니다. 당시에는 종무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하여 도대체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총무차장이나 기획차장 재직 시 노조 설립을 추진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들이 총무차장이나 기획차장을 하면 노조가 필요 없다는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차·팀장은 현실적으로 우월적 권한을 부여 받고 팀원들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종무원이 아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앞세우기 위해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 설립을 주도하신 차·팀장들은 그 직책과 권한을 내려놓음이 타당합니다. 노조원으로서의 이익도 취하고 차·팀장으로서의 이익도 취하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부끄럽게도 현재의 상황을 불러온 것은 지금 여기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자 책임입니다. 그간의 일반직 종무원으로서의 삶을 스스로 되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픔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모두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누구나 지금의 위치에서 선배와 후배가 있습니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해 왔더라도 지난 시간을 이끌어준 선배의 실력과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도약해온 후배들에 늘 고마워 한다는 것 또한 우리들의 자긍심입니다. 후배에게 작든 크든 긍지를 넘겨주지 못하고 후배들에게 더 넓은 바탕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것에 지금 이 순간 한없이 미안하고 반성하는 마음입니다.

오늘 이 마음을 함께한 종무원들은 한편으로는 아프게도 일부가 되어버렸지만, 그러함에도 지금까지 하루의 참회와 하루의 기도가 딱 하루만을 지지해 줄만큼이어서 턱없이 부족하였다면, 앞으로는 매일 참회와 기도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열어가자고 다짐합니다. 일상의 종무행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따듯한 시선을 지켜보고 인정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늘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불기2562(2018)년 10월1일
강문정 공승관 권대식 김용구 김정호 김한일 박주현 양원준 윤승환
윤효원 이선화 이용윤 전인동 전창훈 정유탁 정종모 지정학 황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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