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원장의 힘? 직능대표 선출 "파행"
자승 원장의 힘? 직능대표 선출 "파행"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10.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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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직능대표선출위, 17대 종회 직능대표종회의원 20명 확정
야권 직능선출위원 추천후보 어거지로 바꿔치기
시민사회 부적격자 포함…14개 본사 무투표 당선 10곳만 경선

조계종 직능대표 중앙종회의원 선출시 ‘전문성’이 조건에서 배제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직능대표선출위원회에서 야권 소수 의견은 묵살되고 배후에 자승 전 총무원장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8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36차 직능대표선출위원회는 3시간 여 동안 회의 끝에 특정 선출위원이 추천한 후보를 다수의 힘으로 낙마시키고 특정인물을 낙점했다. 후보 추천과 선출 과정에서 전문성은커녕 관례마서 무시됐다.

이날 직능대표선출위는 17대 중앙종회 직능직 20명을 확정했다. 율원 각림‧도현 스님, 선원 심우‧종호 스님, 강원 도심‧대진 스님, 교육 혜일‧진각 스님, 포교 범해‧원묵 스님, 사회 일감‧보인 스님, 복지 보림‧탄웅 스님, 문화 태원‧도림 스님, 법제 초격‧만당 스님, 행정 자공‧연광 스님이 각각 선출됐다.

직능대표선출위원 중 유일한 야권 위원인 종호 스님이 각연·종호 스님을 후보로 추천했지만, 현응 교육원장은 심우 스님을 선출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종호 스님이 자신의 추천의사를 고수하자 3시간 여 동안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종호 스님이 추천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각연·종호 스님 선출을 요구한 뒤 자리에서 떠나자 나머지 위원들은 표결을 거쳐 각연 스님을 탈락시키고 심우 스님을 선출했다. 이는 현응 교육원장이 동료위원인 종호 스님의 권한을 강제로 박탈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호 스님은 “관례대로 각연 스님과 종호 스님 두 명을 추천했지만 갑자기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심우 스님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됐다”고 했다. 또 "이미 추천한 인사를 바꾸라는 것은 선출위원의 권한에 대한 월권행위이며, 교육원장은 자신의 추천권한만 행사하면 된다"며 “현응 교육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퇴장했다”고 했다.

이후 위원장 원행 스님(총무원장)을 비롯한 나머지 8명의 위원이 표결로 각연 스님 대신 심우 스님으로 결정했다는 것.

이 같은 행태는 4년 전처럼 자승 총무원장이 원하지 않는 인물을 탈락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4년 전 직능대표 선출위는 후보자 21명 가운데 탈락자 1명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이암 스님을 탈락시켰다. 당시 여권 선출위원 6명이 이암 스님을 탈락자로 지명했었다. 이른바 희대의 '배제투표'였다. 당시 이암 스님은 중앙선관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자승 총무원장이 장악한 직능대표선출위는 쌍계사에서 명진 스님이 직선직 종회의원으로 무투표 당선하자 그 보복으로 이암 스님을 탈락시킨 것으로 해석됐다. 삼화도량은 “6명의 선출위원이 낙선자로 이암 스님을 적어냈다는 것은 이미 6명의 선출위원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로 사전에 모의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 직능대표 종회의원 20석은 조계종 직능대표선출위원회 위원은 모두 9명이 결정한다. 현재 선출위원은 원행 총무원장, 현응 교육원장, 지홍 포교원장 등 3원장과 종열·도법·영조·심경·성월·종호 스님 등이다. 보통 총무원장 4석, 나머지 8명의 위원이 각 2석씩을 추천해 모두 20명을 선출한다.

36대 총무원장 선거는 물론 17대 종회의원 선거마저 자승 전 총무원장이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직능직선출위에서 자승 전 원장 영향력 밖에 있는 인사는 종호 스님 한 명 뿐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자승 전 원장과 직능대표선출위원들은 한 몸처럼 종단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직능대표 종회의원 후보는 31명이 출마해 가섭 스님이 분담금 미납 사유로 후보자격이 박탈됐고, 오심·현법·성효 스님은 기획실장, 문화부장, 호법부장 서리로 각각 임명돼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27명이 최종 후보로 선출위원회 테이블에 올랐다. 하지만 선출위원들은 미리 정해 놓은 후보를 추천하면서 아예 회의에서 거론조차 되지 못한 인물이 6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6대 전반기 종회의장인 성문 스님(4선), 수암·태관 스님(3선)이 떨어졌고, 평정·혜우·원오 스님이 첫 종회 입성에 도전했지만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각연 스님은 사실상 선출될 수 있었지만, 다수의 힘에 의해 탈락했다.

제17대 조계종 중앙종회 직능직 종회의원 및 비구니 종회의원 당선인
제17대 조계종 중앙종회 직능직 종회의원 및 비구니 종회의원 당선인

직능대표선출위는 불교개혁행동이 발표한 종회의원 부적격자 가운데 만당·초격·심우 스님을 직능대표 종회의원으로 선출했다. 또 도법 스님의 상좌인 원묵 스님과 도법 스님이 수년 전부터 직능대표 종회의원으로 밀었던 일감 스님이 17대 중앙종회에 다시 입성하게 됐다. 자승 전 원장 상좌인 탄웅 스님도 입성했다. 16대에서는 탄원 스님이 자승 원장의 상좌로 종회에 입성했다.

선출위는 직능대표 종회의원 정수에 맞는 인물을 먼저 추천하고 선출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고서야 분야를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 75조 3항은 직능대표 종회의원은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종사자를 선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 전문성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전문성’과 관련해 교계 한 언론에 따르면 직능대표선출위는 “‘해당분여의 전문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고, 선출방식에 대한 규정도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지만, 나눠먹기식 직능대표 종회의원 선출을 그대로 증명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직능대표 종회의원 제도 개선 또는 직능대표 종회의원직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직선직 14개 본사 무투표 당선, 10개본사는 11일 선거

17대 직선직 종회의원 선거는 11일 오후 1~3시 각 교구본사별로 진행된다. 10일 현재 14개 본사가 무투표 당선했다.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곳은 직할교구(법원‧도성‧덕현‧현민), 신흥사(삼조‧정현), 월정사(효림‧설암), 수덕사(주경‧정범), 직지사(장명‧묘장), 불국사(종민‧성행), 해인사(제정‧경암‧원돈), 쌍계사(효명‧이암), 범어사(무관, 보운), 금산사(일원‧화평), 화엄사(연규‧우석), 송광사(일화‧진경), 관음사(함결‧인오), 봉선사(호산‧법일) 등이다.

용주사‧법주사‧마곡사‧동화사‧은해사‧통도사‧고운사‧백양사‧대흥사‧선운사 등 10개 본사에서는 선거 운동이 치열하다. 용주사는 2명 정수에 5명이 출마했고, 은해사는 4명 입후보했다. 동화사는 지거 스님이 사퇴해 선광, 호암, 지우 스님 3명이 경쟁 중이고, 통도사는 명본‧진각‧각성 스님이, 백양사는 석장, 광전, 원명 스님이, 대흥사는 법상‧정상‧법원 스님이 각축하고 있다.

직능대표선출위는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회가 추천한 상덕, 대현, 정운, 철우, 정관, 진명, 정운, 혜도 스님 전원을 선출했다. 미등록사설사암 논란에도 진명 스님은 선출됐다. <선거법> 23조 2항은 종회의원 보궐선거를 매년 2월과 8월 넷째 주 목요일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국비구니회가 추천하지 않은 2명의 비구니대표 종회의원은 실시될 내년 2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출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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