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 탐하면 진정한 법당 아냐…정정법회가 가장 큰 법당”
“보시 탐하면 진정한 법당 아냐…정정법회가 가장 큰 법당”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10.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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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조 스님 ‘정정법회’ 개원…“미래 적폐근절 위해 재정통제해야”
▲ 설조 스님의 정정법회가 12일 개원했다.

‘맑고 바르게’를 지향하는 정정법회가 공식 개원했다. 설조 스님의 정정법회는 1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안국동 정정법회 법당에서 개원법회를 갖고 조계종 적폐청산과 청정교단 구현을 위한 새로운 활동에 들어갔다.

설조 스님은 개원법회에서 불교의 사회적 위상을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서는 교단의 적폐를 청산하고 재정투명화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조 스님은 “우리 민족이 3.1운동 때처럼 종교를 가리지 않고, 집안을 가리지 않고, 빈부를 가리지 않고, 겨레의 숙원인 독립을 외쳤던 심정으로 마음을 열어야 하며, 이웃을 사랑하고 함께 통일을 염려하는 배달겨레의 후손다운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그 큰 민족의 대업에 부끄러움 없이 참여하려면 우리 교단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개원법회서 인사말 하는 설조 스님.

스님은 설정 총무원장에서 원행 총무원장으로 종단 집행부가 바뀌었지만, 교단이 제자리를 잡는 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재정 공개 투명화’ 조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설조 스님은 “원장이 바뀌었지만 총무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제가 기대한 말이 없었다”며 “제가 기대한 말은 불자들의 성금(보시)를 말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통제해 교단의 병폐를 근정하자는 것이었다”며 “교단을 부패하고 걱정거리로 만든 것은 재정투명화 등 재정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적폐를 저지르는 당사자들 보다 미래의 적폐를 근절하기 위해서 돈은 투명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제 바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바람이 실행될 때까지 이 법회가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부탁드린다”고 했다.

개원법회에는 안충석 신부, 함세웅 신부,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원인 스님, 대청 스님, 정일태 언론사불자연합회장, 김형남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박정호 불교개혁행동 상임대표를 비롯해 단식 정진장에서 개별적으로 봉사한 불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안충석 신부는 “알에서 깨어나려면 자생적으로 되지 않는다. 껍질을 스스로 다 깨지 못하고 밖에서 도와야 한다”며 “불교계 정화는 한국종교계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역사이고, 오늘 그 역사가 다시 시작됐다. 그 역사가 완성되는 날까지 불교 뿐 아니라 한국종교가 민족의 종교로 깨어나고 민족의 얼을 되찾게 하는 데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고 했다.

함세웅 신부는 “단식의 의미는 목숨을 건 결단이며 자기와의 싸움이고 극기라는 첫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배웠다”며 “설조 스님의 단식은 한 사람의 종교인으로서 깊은 성찰을 하도록 했다. 스님의 가르침을 간직해 가톨릭 개신교 모두 민족공동체로 정화되길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인 스님은 “정정법회가 한국사회를 밝히고 교단을 맑게 하는 법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종철 이사장은 “국민에게 감동을 준, 41일간 단식 정진한 설조 스님이 정진장을 떠나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 옮겼다. 1천만 명의 신도가 있던 조계종은 이제 절에 가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재정 운영이 불투명해 시줏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조계종의 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라는 생각으로 설조 스님과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정법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법당이다. 큰 건물에 금칠한 부처님을 모시고 신자들의 보시만 탐하는 곳은 진정한 절이 아니다. 맑고 바르게 법당이 가장 큰 절”이라며 “정정법회가 조계종을 청정한 교단으로 되도록 힘쓰고 사회 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법당이 될 것을 기대한다. 스님과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 정성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정일태 언론사불자연합회장은 “설조 스님 단식 때 정진장에서 많은 꿈을 꾸었지만 절반의 성과를 이루고 끝났다”며 “이제 개혁 방향을 두고 불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바르고 맑은 법을 세워 불교개혁의 길을 이곳에서 열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하재길 대불련 동문행동 대표는 “지난여름 거리에서 여러분들과 지냈다. 많이 부딪쳤고, 앞으로도 많이 부딪치며 일해야 한다. 우리 모두 웃으며 옆 도반들을 바라보면서 함께 가자”고 했다.

이날 법회는 애국가 제창을 시작으로 불교의례와 축사, 설조 스님 인사말 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정정법회 개원법회 설조 스님 인사말 전문

많이 걱정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들을 모시고 ‘맑고 바르게’ 개원법회를 갖게 돼 대단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함세웅 신부님, 안충석 신부님, 김종철 이사장님 그간 많은 염려해 주셨는데, 실은 그 염려가 제게는 채찍이었습니다.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교단이 여러분들의 걱정거리가 된 것은 제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제가 여법하게 수행했다면 제 주변이 맑고 정의로웠을 텐데 실은 그렇지 못하고 제 속이 검어 제 주변도 검고 교단을 제대로 감내하지 못하고 사회에 기여하지 못해 온통 걱정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 교단이 사회에 청량제가 되어주지 못하고 근심거리가 되고 걱정거리가 되고,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2천년 가까이 우리 민족과 호흡을 가까이하며 어려운 동포들의 의지처가 되고 길잡이가 됐던 우리 교단이 이렇게 비참하게 걱정거리 조소거리가 되는 데 저도 방조하고 동조했고 공범이었던 제 입장은 부끄럽고 죗값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해 부끄럽게도 이 도량을 마련했습니다. 우리 교단은 더 고칠게 없을 만큼 훌륭한 말씀을 남기신 부처님을 교주로 합니다. 그분의 마음은 참되시고 넓으셨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가르침을 시작하기 전에 인도 전통종교에도 격이 없으셨습니다. 큰마음 바른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생소한 일이지만 식순에 애국가를 먼저 제창하게 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전두환 정권 때 미국으로 도망가서 현지에서 훌륭한 선각자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분은 동포들을 계도하기 위해 당신의 유학의 꿈을 접고 동포들을 앞장서 이끄셨습니다. 그분은 소년기부터 기독교를 믿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분이 회관을 만들고, 대한인 국민회관을 만들고 그곳에서 전도사를 초청해 예배를 볼 때 첫 시작이 애국가였습니다. 그분에게는 예수님의 가르침도 우리 겨레를 바르게 복되게 정의롭게 이끄는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제 생각도, 오늘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다면 부처님도 우리 민족을 바르고 정의롭게, 따뜻하고 평화롭게 이웃 간의 벽을 없애고 우리 겨레의 숙원인 통일을 대비하자고 하지 않으실까라고 생각합니다. 도산 선생과 같은 겨레 사랑을 하지 않으실까. 앞으로 우리 교단도 옛날 신라 고려의 훌륭한 선각자 스님을 본받는 것처럼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겨레의 통일도 걱정하는, 성숙해 지면 불교인이나 기독교인이나 대종교인이나 무종교인도 다 한 겨레로 한 식구같이 넓은 마음 따뜻한 마음으로 임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애국가를 먼저 하게 했습니다.

혹자들은 애국가는 태극기 부대가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요새 소위 보수라고 하는 태극기 흔드는 그분들의 원조가 이승박 박사인데 도산 선생은 이승만 박사를 지지하는 분들에 의해 공산당으로 몰려 처자를 남겨둔 채 미국으로 혼자 떠나셨던 분입니다. 도산 선생의 뜻을 기리고 그분의 족적을 사랑하는 일은 태극기 부대는 아닙니다. 우리 민족이 3.1운동 때처럼 종교를 가리지 않고, 집안을 가리지 않고, 빈부를 가리지 않고, 겨레의 숙원인 독립을 외쳤던 심정으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이웃을 사랑하고 함께 통일을 염려하는 배달겨레의 후손다운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큰 민족의 대업에 부끄러움 없이 참여하려면 우리 교단이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원장이 바뀌었습니다. (총무)원장 입에서 나온 말 중에는 기대했던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기대한 말은 교단이 부패하고 걱정거리로 만든 것은 불자들의 성금을 맑고 투명하고 통제하지 못하도록 한 현 조계종의 근본 종헌상의 문제에 있습니다. 관습의 문제도 있습니다. 돈을 분명하게 공개하고 통제해서 이런 병폐를 근절하자는 그런 말이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이래가지고는 교단이 제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적폐 담당자들 보다 미래의 적폐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돈은 꼭 투명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 바람이 실행될 때까지 이 법회가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계속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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