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 "화두가 배급입니까?"
명진 스님 "화두가 배급입니까?"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8.11.21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지불회 11월 법회 "대자유인 되기 위한 수행 얽매임 없어야"
▲ 사진작가 김성헌

단지불회는 18일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에서 11월 정기법회를 봉행했다.
행사에서 명진 스님은 진실과 자유, 수행과 다움에 대해서 설법했다.

스님은 큰스님에게 화두를 받아야만 정진할 수 있는 한국불교 수행문화를 비판했다. <우리말 반야심경>을 본보기로 들며 한국불교가 진리의 말씀을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단지불회 법회는 의무적으로 꼭 가야하는 법회 아니라,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법회이길 바라. 부처님도 없는 법당 아닌 공간에서의 법회지만, 편하게 함께 진리를 탐구하고 사유하는 법회로 남겠다"고 했다.

▲ 사진작가 김성헌

다음은 스님의 법문 가운데 일부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쓴 서평 가운데 "모든 것을 의심하라. 상식이 된 이념 과학 등을 의심하는 근본적 의심"을 인용하면서 "이는 단지불회와 같다"고 했다.

허망한 생각과 잘못된 견해가 거짓. 진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
한국불교는 거룩한 말을 쉽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봉은사를 나올 때 1만원씩 내는 회원이 800명을 넘었다. 윤봉길 기념관 법회를 할 때는 300여 명, 법회를 찾는 도반들이 점점 줄고 있기는 하다. 나는 이 자리에 수많은 사람이 모이든 상관않는다. 내 말에 인생을 어찌 살아갈지를 제대로 함께 고민하는 분들이 한분이라도 있다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다.
 
단지불회 법회는 의무적으로 꼭 가야하는 법회 아니라,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법회이길 바라. 부처님도 없는 법당 아닌 공간에서의 법회지만, 편하게 함께 진리를 탐구하고 사유하는 법회로 남겠다.

봉은사를 나오면서도 그렇고 계속해서 사람들에 회자가 되고 있지만, 나는 "도대체 부처님 가르침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살고 있다.

쓸쓸하다. 인생이 뭘까에서 시작된 의문이 아니라, 한국불교 풍토는 구속과 속박이 많다.

선방에서는 큰스님에게 화두를 타야만 했다. 10여 년 전만해도 위빠사나 수행은 외도 취급 당해 몰래 수행하곤 했다.

▲ 사진작가 김성헌

내가 젊어서 선방에 갔을 때 큰스님이 물었다.
"화두를 어디서 탔는가?"
내가 답했다.
"화두가 6.25전쟁 당시 배급입니까? 배급품 타듯이 화두를 탑니까?"
어린 승려였던 내 대답에 큰스님은 기가 막혀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인생이 뭘까" 하는 "뭐지? 왜 사는거지?" 하고 들어왔던 생각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느끼는 무상 등 그 막막한 심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막막함은 너와 나, 인종 사상 등 온갖 차별이 무너진 상태이다. <반야심경>의 공과 같다.

나를 묶고 있는 것이 끊어진 완전한 해방의 자리, 궁극의 자리 이것이 해탈이다.

한국불교 폐단은 알 수 없는 궁극의 자리에서 언제가는 깨달을 것이라는 관점(구속)을 심어준데 있다. 깨달음을 향한 욕망이나 다른 세속적인 대상을 향한 욕망과 욕망인 점은 같다. 욕망이 해방 해탈의 길을 막고 있다.

내겐 절집안엔 스승이 없다. 세상 사람들, 재가자가 내 스승이다. 백우 거사란 분에게 스승 제자 관계는 아니었어도 나는 늘 배우는 마음으로 찾았다.

그분이 70대, 내가 20대일 때였다. 만날 때마다 나를 괴롭혔다. 나는 그 괴팍한 노인을 이기고 싶었다. 그 노인이 내겐 선지식이었다.

거사는 99세에 돌아가셨다. 어느날 몸이 좋지 않다며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하시더니, 순간 "틀렸다 차를 돌리자"고 하시더랬다. 그리고는 바로 원적에 들었다.

내 은사 탄성 스님도 중다운 분이셨다. 스님이 암투병하실 때 병원에서는 수술하면 6개월 더 살 수 있다면서 입원을 권했다.

그 때 내가 스님께 말하기를 "아니, 스님. 스님은 신도들에게 인생이 무상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자신의 몸에 칼까지 대면서 6개월을 더 살라고 하십니까?"라고 했다.

탄성 스님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스님은 "네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참 섭섭하구나"라고 했다. 그러시더니 스님은 시봉에게 입원수속을 취소하라고 했다. 그 후 스님은 두어달 있다가 열반하셨다. 중이라면 이래야 한다.

해탈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강을 건넌 뗏목을 버림과 같다. "나의 말도 강을 건너는 뗏목과 같으니 강을 건너면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다른 것이랴"라는 부처님 말씀은 해탈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늘 끝없이 "나는 무엇인가" 고민하고 연습하는 자리, 편안하게 물을 수 있는 자리, 자유의 자리로 단지불회는 남겠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cetana@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