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고공농성 10일차
농성일자 앞자리가 바뀌었습니다.
고공의 하루는 길고도 짧습니다. 벌써 10일차를 맞이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10일동안 총장과 법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이 농성의 앞자리가 얼마나 더 바뀌어야 학생들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을까요.
오늘 정말 많은 분들이 목요문화제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추운날씨에 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인사 드립니다. 우리의 싸움은 이제가 시작입니다. 총장직선제와 한태식 연임반대라는 대학민주화의 싸움은 고공만의 싸움이 아닌 우리 모두의 싸움입니다. 총장과 법인이 아무리 우리를 무시하고 회피한다 한들 우리의 결집된 요구와 싸움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래에 있는 친구들이 집회 준비를 참 잘합니다. 그리고 발언실력, 공연실력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간절한 한마디 한마디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편으로 그동안 우리가 참으로 길고 질긴 싸움을 해왔다는 증거인거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태식이 연임하고, 기존 간선제가 유지된다면 학생들은 더욱더 험난한 투쟁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제는 동국대의 적폐와 악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거리에서의 투쟁을 끝내야 합니다.
한바탕 바람이 불면 조명탑이 거세게 흔들립니다. 흔들림이 멈추면 추위가 엄습합니다. 바람도, 추위도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를 고민합니다. 한태식 총장의 욕심이 멈춰야, 종단의 아집이 멈춰야 학생들에게 불어오는 바람이, 학생들을 둘러싸고 있는 추위가 멈춥니다. 동국대를 사랑한다면,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하루 빨리 욕심을 내려놓고 결단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공농성을 시작하면서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큰 죄책감이 듭니다. 하루 빨리 이곳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대학의 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싸워갔으면 합니다. 목요문화제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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