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눈치 본 대법원 판결 또 있다?
일본 눈치 본 대법원 판결 또 있다?
  • 백찬홍/씨알재단 운영위원
  • 승인 2018.12.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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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주의 찬양·협력 일본 불교 허용... 대법 재상고심 앞두고 독립운동단체 취소 촉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부 대법관들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관련 대법관들이 전범 종교인 일련정종 계열 종교단체 허가를 다투는 재판의 직접 당사자로 일본을 의식한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한국독립유공자협회·독립유공자유지계승회유족회·안중근기념사업회·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흥사단·희망시민연대 등 15개 독립운동 및 시민단체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일련정종 계열 구법신도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법인설립 취소처분 취소소송에 사법농단에 연루된 박병대·권순일·고영한 대법관이 강제징용 소송 때처럼 대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판결을 내린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 독립운동 및 시민사회단체의 법원규탄 광고 한국독립유공자협회·독립유공자유지계승회유족회·안중근기념사업회·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흥사단·희망시민연대 등 15개 독립운동 및 시민단체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일련정종 계열 구법신도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법인설립 취소처분 취소소송에 사법농단에 연루된 박병대·권순일·고영한 대법관이 강제징용 소송처럼 대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판결을 내린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백찬홍

실제 2016년 8월 18일 고법에서는 서울시가 승소했으나 특별3부(박병대·권순일 등 4명)의 심리에 이어 박병대 대법관 퇴임 후 재배당된 특별 2부(조희대·권순일·고영한 등 4명)는 2017년 12월 22일 사건을 파기환송해 고법으로 내려 보냈다.

대법원 판결 후 구법신도회는 2018년 1월 18일 자신들이 발간하는 일련신문에 일본 일련정종 본부 헌납을 위한 "사단법인 한국불교 일련정종" 설립을 해냈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또 "사원 건립을 위해 종교법인이 절대 필요했습니다. 예하님께 호소합니다. 사단법인 한국불교일련정종은 일련정종 종문이 하지 못한 대업을 위해 설립한 것입니다"라는 호소문을 일련정종 본산인 일본 대석사에 보내기도 했다.

이후 고법은 2018년 10월 17일 서울시의 항고를 기각했고,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대법원에 재상고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15개 성명 참여단체 중 하나인 사단법인 독립유공자유지계승유족회 김삼열 회장은 "구법신도회가 낸 소송에 박병대·고영한·권순일 등 3명의 대법관이 연속으로 심의·배정된 것은 서울시가 승소할 경우 일본과의 외교관계에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한 양승태 시절 대법원이 의도적으로 사건 배당을 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희망시민연대 관계자도 "과거 군국주의를 지지한 종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서울시와 소송중인 구법신도회는 전범종교인 일련정종 계열 

현재 서울시와 법적 다툼을 하고 있는 구법신도회는 정식명칭이 '한국불교일련정종구법신도회'로 단체 정관 제3조에 "1. 본회는 일련정종 본문계단의 대어본존을 신봉하고 일련정종 교의에 의거하여 행사, 신도의 교화, 육성 및 포교를 목적으로 한다. 2.회원의 쾌적하고 보람 있는 종교활동 및 포교활동, 봉사활동에 어울리는 회관건립에 전념한다. 3.일련정종의 이념을 사회에 구현하여 인류사회의 평화와 행복 및 안전에 봉사하며, 평화로운 불국토건설에 매진한다"고 되어 있을 정도로 일본 일련정종에 기반하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일련정종 이름하에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구법신도회가 관계를 맺고 있는 일련정종은 13세기 일본 가마쿠라 시대 승려 니치렌 선사를 종조로 모시는 일련종에서 파생한 종파로 과거 일본군국주의에 협조해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구체적으로 태평양전쟁 당시 침략전쟁 찬양과 황국정신 고양, 시국인식 선전을 위한 보국단 운영, 승려·신도의 참전 선동, 전쟁자급물자 지원은 물론 신사참배장려 등 조선 식민지 침탈에 적극 협력했다. 

법주(法主) 스즈키 닛코의 경우에는 1941년 12월 8일 일침략전쟁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훈유문(訓諭文)을 공포했는데 내용에는 "(천황께서) 미국, 영국에 선전포고를 발표하시어 감격하나이다. 제국은 충용무쌍 육해군이 있어 경탄할 전과를 거두었다. 본종 종도는 대전(大戰)에 필승을 기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태평양 전쟁당시 일왕숭배와 군국주의를 지지한 일련정종 법주 스즈키 닛쿄와 그의 훈유문 태평양전쟁 당시 일련정종 법주였던 스즈키 닛쿄(사진 왼쪽)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불교의 근본교리인 불살생을 어기고 침략전쟁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훈유문을 공포했다.(사진 오른쪽)ⓒ 백찬홍

일련정종 외에도 정토진종, 조동종 등 일본 주류불교는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해  이른바 전시교학(戰時敎學)을 만들어 전쟁 참여를 독려했다. 또한 중국과 아시아 나머지 지역의 불교는 후진적이고 수동적이며 사회의 요구에 무관심한 반면, 일본불교는 능동적이고 사회 참여적이며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며 침략을 정당화했다. 

최대세력을 가진 정토진종의 혼간지파 종주(宗主)인 오타니 고쇼는 "황국을 위해 한 번 순직함은 참으로 의용(義勇)의 절정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자신의 신도들에게 "자식을 전쟁터로 내보내는 일은 황국에서 살아가는 영예"라고까지 했고, 선종계인 조동종의 다카하시 츠쿠메이는 이른바 전쟁선(戰爭禪)이라는 이름으로 "전쟁터에서 죽는 일은 선의 정수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불상생을 최고의 가르침으로 삼는 불교가 살생을 거침없이 주장했다는 점에서 일본 불교는 평화 대신 파시즘을 선택을 한 것이다. 특히 전시교학을 통해 국가의 대외정책에 동참하고, 자국민은 물론 피식민지 국가의 국민마저 제국주의에 동조하도록 한 것은 치명적인 과오였다.

<전쟁과 선>, <불교파시즘>의 저자인  브라이언 다이젠 빅토리아는 일본이 불교를 앞세워 침략을 강화한 것은 "동아시아 민족들을 통합하는 데 범아시아적 종교인 불교가 유용한 도구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태평양전쟁 시기 승려들이 제식훈련을 받는 장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불교지도자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에 사상적 바탕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군국주의를 옹호하면서 일본군의 침략과 살생행위를 옹호했고 사찰에서 군사훈련까지 받게 했다.ⓒ 백찬홍

전후 일본불교 지도자들은 1947년 5월에 도쿄 츠키지 혼간지에서 개최된 전일본종교평화회의에 참석해 신헌법의 전쟁포기와 평화준수의 사상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하고 참회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맥아더 사령부 감독 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진심어린 사과는 아니었다.

그 중 일련정종은 교단 차원의 참회나 사과는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국 내 포교활동을 위해 승려를 지속적으로 파견하면서 외환관리법과 출입국관리법 등을 위반해 신도회연락사무소 폐쇄, 강제 출국 등의 처벌을 받기도 했다. 특히 2003년에는 3.1운동의 주요 거점이었던 안성시 삼죽면 진촌리 일대 임야 1만여 평 부지에 일본식 사찰과 수련원을 건립하려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아베의 군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시기에 전범 종교 침투 막아야"

이 같은 사례에 근거해 서울고등법원은 2016년 8월 18일 구법신도회가 공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설립허가를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강제징용소송 관련 사법농단 의혹이 있는 대법관들이 배정된 대법에서는 "사회적으로 갈등이 생길 염려가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당해 법인의 목적사업 또는 존재 자체가 공익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며 파기환송처분을 내렸다.

한신대 사회학과 연구교수인 임미리 박사(정치학)는 "아베의 군국주의 노선이 노골화되고 있고 그 첨병으로 전범 종교단체들이 참회는커녕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침투해 각종 탈법행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를 무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강제징용소송 개입 의혹이 있는 대법관들이 일본을 고려한 판결을 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독립운동 및 시민사회단체는 대법의 최종판단을 앞두고 "군국주의 시절의 만행에 대한 반성이 없는 어떤 일본세력도 대한민국을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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