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거취문제에 대한 입장발표
이사장 거취문제에 대한 입장발표
  • 동국대이사장 영배
  • 승인 2009.03.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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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동국대학교의 문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전적으로 저의 불찰과 경솔함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추호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의 이사장이라는 책무는 종단에서 위임받은 엄중한 권한입니다. 이를 깊이 성찰하여 학내 구성원들과 종도들의 뜻을 받들고, 함께 하시는 임원 여러분들과도 항상 논의하고 협의하려는 노력에 혹시 소흘함이 없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위 교부금 문제에 있어서 직접 또는 간접적인 책임당사자로 오늘날의 결과가 저의 인과와 무관하지 않음을 직시할 때 모든 책임에 대하여 자책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다수의 이사님들이 저의 이사장이라는 위임된 권한을 행사함에 교만한 마음이 있지는 않았는가, 그리고 부족하고 모자란 점은 없었는가에 대하여 이를 비난하고 경책한다면 기꺼이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본인의 교부금 요청이 동국대학교의 명예와 위상에 상처를 남긴 것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에 일찌기 수행자다운 결단을 내려야 했음에도 내용이 본질과 다르게 희화화되고 구성원들에게도 걱정을 끼치게 된 점에 대하여는 어찌보면 본인의 어리석음에 있지는 않았는가를 뒤돌아 보게 됩니다.

이제 저의 이러한 경솔함, 부족함이 있었다면 이를 벗어버리고자 합니다. 저와 함께 동국대학교의 이사회를 함께 해오신 임원님들 앞에, 그리고 학교구성원들과 종도들 앞에 깊은 참회를 올리고자 합니다. 널리 해량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본인 한사람의 인과에 의하여 종립대학인 학교가 혼란에 처하고 종단의 정치질서가 희화화 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뒤돌아보면 제가 학교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 어언 8년여 전이 아닌가 합니다. 학교에 발을 디디게 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 종립 동국대학교는 위기가 아닌 순간이 없었습니다. 주인이 없는 학교, 종단정치에 의하여 좌우되는 학교,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운 학교라는 태생적 멍에를 절감하였습니다.

이에 급변하는 교육환경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초조감과 상대적으로 경쟁 대학에 비하여 뒤처진다는 안타까움에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항상 학교의 미래비전에 대하여, 그리고 학교 변화관리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교수사회와의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였으며, 종단 일각의 따가운 시선과 여론의 질책을 들어야 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2006년 저의 이사 재임 당시 장윤 스님을 비롯한 저의 문중에서까지 물리적 힘을 동원하여 가로막아 나설 때는 학교에 대한 충정심으로 버티기도 하였습니다. 학교의 개혁과 변화를 위하여 외부총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는 교수사회와 정면으로 대립하면서 단호한 원칙으로 상황을 극복했습니다.

이제 세삼 시절인연의 무상함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부금 요청에 의하여 본인에 대한 대법원 형의 확정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사회 내부의 역학관계가 변하자 뜻을 함께 해오신 이사님들조차 저를 비난해 나서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제가 이러한 무상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이합집산이 우리 종립대학의 운명을 벼랑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오늘 동국대학교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 있습니다. 이러한 동국대학교의 위기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마이다스의 손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중 몇가지 원칙이 있다면 우선 학교운영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문제를 화합과 공의라는 승가적 규범을 염두에 두고 풀어주실 것을 감히 간청 드리고 싶습니니다. 우리가 현하의 사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은 종립 동국대학교의 10년, 20년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이고, 우리 종단의 미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문제를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서는 제가 지켜야할 원칙이 있고,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되는 몇가지 사항이 있음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사장직은 물론 이사직도 하루 빨리 던져버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어찌보면 저의 도덕적 책임감만의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종단정치의 변화에 따른 학교권력의 교체도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국대학교는 학교조직 이전에 우리종단의 산하조직이기도 합니다. 조직이 조직의 면모와 위의를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하는 조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학교조직이 단순한 종단권력의 종속변수로 대상화 된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불행하게 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이사회도 열리기 전에 “이사해임 및 이사장선출”이라는 차기 이사회 소집요구안을 만들어 와서는 온갖 수사와 명분으로 본인을 질타하였습니다. 나아가 이사회 자체적으로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를 정치권에 압력을 넣고, 감독관청에 진정하여 “이사해임 및 임원승인취소”까지 요청하였습니다. 어디 그뿐 이겠습니까? 아마도 이러한 결과에 이르기 까지는 편을 가르고 패를 나누는 은밀함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선동과 비난이 바다를 이루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종립학교인 동국대학교를 권력투쟁의 대상으로 만드는 간계와 치졸함으로 학교와 종단의 자주성을 스스로 짖밟는 행위는 해교, 해종행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추한 정쟁에 모든 이사님들이 뜻을 함께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를 선동하고 주도한 사람이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응당 이러한 사람이 있다면 동국대학교의 미래와 종단의 안정을 위하여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누가 뭐라고 주장하든 저희들이 법률적으로 검토한 내용에 따르면 저의 이사장 및 임원자격은 법적으로 유효합니다.

다만 학교안정과 종단발전을 위해서 본인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백번 동의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동국대학교문제를 추한 정쟁으로 만든 당사자가 있다면 저와 함께 책임지고 이사직을 사퇴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수행자집단 다운 위의를 지키고 우리의 조직을 건강하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대화와 협의를 통하여 최적의 답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종단의 자정능력이라는 한계에 봉착하기도하고, 우리종단의 정치과잉과 이합집산, 그리고 권모술수 등으로 세인은 물론 종도들로 부터도 비난을 듯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학교문제가 또다시 이러한 우리의 한계와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승가집단은 물론 학내구성원 모두의 불행으로 결과지어지리라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열고 대화하여야 합니다. 학교발전을 위해서 어떠한 것이 최적의 길이고, 오늘의 학교를 추스러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를 깊이 있게 논의하여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논의가 보장되고 나아가 담보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문제에 대한 어떠한 책임 추궁이나 비난도 스스로 감수하고, 이사 및 이사장직을 사퇴할 것입니다.

다시한번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상식과 순리를 벗어나 오늘의 사태를 추한 정쟁으로 몰고 간 직접당사자와 함께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 3년여간 이사장 직에 있었던 저의 학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이에 대하여 “발목잡기”다, “임기연장 음모다”라는 비난이 있다면 이를 감수하겠습니다.

부디 이러한 저의 무뢰에 대하여는 우리 조직의 신뢰와 건강성을 담보하기위한 저의 마지막 충정임을 깊이 헤아려 주시기를 거듭 간청드립니다.

2009. 3. 13

소 납 임 영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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