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스님이 풀이한 수행자 필독서 '치문'
원순스님이 풀이한 수행자 필독서 '치문'
  • 불교닷컴
  • 승인 2009.04.07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중진스님이 한 인터뷰에서 요즘 불교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뼈있는 말을 던졌다.
 
“부처님 가르침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그렇다고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다 훌륭한가? 부처님가르침이 훌륭하니까 스님들과 불교신자도 따라서 훌륭하다는 잘못된 착각에 빠져 사는 이들이 꽤 있다. 마치 ‘사자를 올라탄 여우’의 형국이다. ‘승중즉법중(僧重則法重)’이요 ‘승경즉법경(僧輕則法輕)’이다. 불교도들이 훌륭하면 법도 훌륭하게 비춰지고 전달되기도 하지만, 불교도들이 시원찮으면 법도 시원찮게 비춰지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여기서 인용된 ‘승중즉법중 승경즉법경(僧重則法重 僧輕則法輕)’은 바로 <치문(緇門)>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스님 되려는 사람들이 처음 배우는 책

<치문경훈(緇門警訓)>에서 ‘치(緇)’는 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은 검소한 수행자를 뜻하고, ‘문(門)’은 올곧은 수행을 통하여 부처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말하며, ‘경훈(警訓)’은 이러한 수행을 도와 줄 수 있는 덕 높은 스승들의 따끔한 가르침을 가리킨다.

조계종 스님이 되기 위해 출가한 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책이 바로 <치문>이다. 행자교육을 마치고 사미(니)계를 받고 예비승려가 되면 전통강원에 들어가 4년동안 스님이 되기위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

강원 1년차에서 배우는 책이 <치문>인 것이다.
예비스님들인 사미(니)들은 수시로 <치문>을 들여야 보며 달달달 외워야 한다. 하루에 몇 쪽씩을 지정받으면 그것을 다 외워야 하고 외운 것을 점검받은 후에야 강사스님이 풀이를 해준다.

<치문>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면 그때서부터 차근차근 경전과 어록들을 공부해가는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치문>은 난자(難字)가 많아 어렵기로도 소문난 책이다. 이 책만 잘 공부해 놓으면 다른 한문으로 된 불서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치문‘ 이 만들어지기까지
 
<치문경훈>은, 중국 북송 때 택현온제(擇賢蘊齊) 선사가 편찬한 <치림보훈(緇林寶訓)>이라는 좋은 책이 없어졌을 때, 원나라 환주암 지현영중(智賢永中) 스님이 흩어지고 없어진 글들을 모으는 가운데 부처님 가르침을 크게 일깨워 줄 수 있는 글을 조금 더 보태어 <치문경훈>이라는 이름으로 황경(皇慶) 2년(1313년)에 발간된 것이다.

영중 스님은 중국에 불교가 들어온 뒤로 진晉, 유송劉宋, 양梁, 북주北周, 수隨, 당唐, 송宋, 원元, 명明에 이르기까지 전해오던 불교에 관한 좋은 글들을 보충해 아홉 권으로 편집 간행했다.

그 뒤 명나라때인 1474년, 여근(如巹)스님이 한 권을 증보하여 열 권으로 만들었다.

고려말 공민왕 때 왕사였던 태고보우 스님이 중국 남쪽 지방으로 공부하러 돌아다니다가 이 책을 만났을 때 그 내용이 무척 좋아 장차 본국에 돌아가 널리 알려서 나라와 백성들을 이롭게 해야 되겠다는 뜻을 굳히고 석옥청공 선사의 법을 이어받은 뒤 1348년 귀국하면서 이 책을 가져왔다.

이런 인연으로 몇 년이 흘러 1378년 명회 스님과 도암 스님을 만나 책을 찍고 법보시를 하게 되면서 <치문>이 절에서 널리 읽혀졌다.

조선 숙종 1695년에는 성총 스님이 <치문경훈>을 추려 원문에 상세하게 주해를 덧붙여 상중하 세 권으로 구성된 <치문경훈주>를 출간했다. 그 뒤부터 <치문경훈주>는 불교 전통강원에서 반드시 공부해야 할 교재가 되었다.

1936년부터 현재까지 불교 전통강원에서 교재로 사용해 온 <정선 현토치문>은 진호 스님이 백암성총 스님의 <치문경훈주>가 분량이 많다고 생각하여 그 안에서 중요한 내용만 간추린 것이다. 진호 스님은 이 책을 13장으로 나누어서 한문 본문과 한문 주해에 현토를 달고 부록으로 전기(傳記)와 계고(稽考)를 덧붙여 한 권으로 편집해 출판했다.

현대인들을 위해 상세한 주(註)와 쉬운 우리말로

원순 스님은 <치문경훈>을 세 권으로 묶었다.

첫 권 ‘스님들이 가야할 길’ 에는, 따끔한 훈계를 주는 글을 모은 1장 ‘경훈(警訓), 힘이 닿는 대로 부지런히 내전과 외전을 공부하라는 글을 모은 2장 ‘면학(勉學)’, 제자나 후학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남겨둔 3장 ‘유계(遺誡)’가 들어 있다. 여기에는 참선수행자들이 꼭 읽어야할 필독서로 삼는 위산영우 스님의 ‘위산경책’도 포함돼 있다.
 
<치문> 2권의 부제는 ‘수행은 중생의 복밭’이다. ‘수행을 완성하여 중생의 복밭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마음에 늘 새겨두고 살아야 할 글을 모아놓은 4장 ‘잠명(箴銘)’, 공부에 관한 편지글을 모아놓은 5장 ‘서장(書狀)’, 여러 사찰 건축물에 대한 기록을 모은 6장 ‘기문(記文)’, 서문이 있는 책들 가운데 훌륭한 서문만 골라 수행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글을 모아놓은 7장 ‘서문(序文)’, 이산혜연 선사와 산곡 거사의 발원문이 있는 8장 ‘원문(願文)’이 들어있다.

<치문> 3권의 부제는 ‘모두 함께 깨달음을’ 이다.

선문에 관한 내용을 모아놓은 9장 ‘선문(禪文)’, 선사들의 가르침을 모아놓은 10장 ‘시중(示衆)’, 백시랑과 사마온공의 게송을 모은 11장 ‘게찬(偈讚)’, 황제들이 불법을 따르고 지키려는 내용의 12장 ‘호법(護法)’, 기타 신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글인 13장 ‘잡록(雜錄)’, 인과응보를 설파하여 수행자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내용들인 마지막 부록 ‘전기(傳記)’와 ‘계고(稽考)’를 한데 묶었다.

<치문>의 뛰어난 점은 당대 선지식의 안목으로 인용한 다양한 종류의 귀감이 되는 글들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불교 경전과 어록은 물론, 사서삼경 등 중국의 지성사가 온전히 녹아 있어 두루 섭렵할 수 있지만 또한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으면 걸림 없이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원순 스님이 풀어쓴 <치문>은,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한문과 한글을 바로 대조해 편집해 놓았고 한문본에는 독음(讀音)을 달아 한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를 대조해 보며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성총 스님의 주해에 덧붙여 본문 내용에 맞춘 상세한 주(註)를 더하여 당시 글을 쓴 스님들의 간절한 뜻이 현 시대에도 온전히 이어지도록 했다. 

그리고 한문(漢文)투의 문장을 지양하고 현대인들에게 맞는 운율과  쉬운 우리말 풀이 번역에 역점을 두었다.

원순 스님은 “어렵다고 알려진 치문이 사실은 무척이나 신심 나는 이야기이다. 역대 선지식들이 불교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비스럽고 상세하게 올바른 가르침을 내리고 또 강조하고 있는 명문(名文)으로, 불교수행자는 물론 공부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도 일독(一讀)한다면 삶을 바르게 정립하기 위한 공부에 좋은 지침이 될 것” 이라고 말한다.

<치문>은 출가자가 수행의 첫 길에서 배워야 하는 책이지만 스님이 아니더라도 부처님을 따르고 보살행을 실천하고자 하는 불교수행자라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가까이 해야 할 간절한 가르침이다.

도(道)에 들어가는 첫 걸음이요, 어리석음을 일깨워주고 깨달음으로 인도해주는 나침반과도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역대 선사들이 깨침의 길에서 노래한 유문들이므로 자기 수행의 완성을 통하여 그 인연으로 모든 중생이 함께 깨닫고 행복해져 부처님 세상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선지식들의 노파심절하고 자비스러운 마음을 전편에서 느낄 수 있어 그 길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책이다.

* 원순 스님 약력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출가했다.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참선정진 했으며 <禪스승의 편지> <선요> <한글 원각경> <육조단경> <몽산법어> <선가귀감-선수행의 길잡이> <연꽃법화경> <깨달음에 이르는 길-돈오입도요문론> <마음닦는 이를 위하여- 초발심자경문> 등 다수의 불서를 펴냈다.

난해한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 소 ․ 별기>를 <큰 믿음을 일으키는 글>로 풀이하는 등 경전과 어록을 알기 쉽게 우리말로 옮긴 공로로 2003년도 행원문화상 역경부문을 수상했다.

조계종 교재편찬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조계종 기본선원에서 어록을 강의하는 교선사(敎禪師)이다. 1996년부터 송광사 인월암에서 안거중이다.

│원순스님 저│총 343쪽│2만원│도서출판 법공양│02-764-020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