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 총무원장 선거 무력화…찬반 투표도 못해
중앙종회, 총무원장 선거 무력화…찬반 투표도 못해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9.03.2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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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1인 시 무투표 당선인 결정…종회의원 위상 스스로 포기?직능대표선출위에 선출 권한 무한정 부여…견제 장치 해제
▲ 중앙종회 본회의 모습.(16대 후반기 종회 불교닷컴 자료 사진)

조계종 중앙종회가 사실상 선거법을 무력화시켰다.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는 27일 21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총무원장 선거에서 1인의 후보자가 등록한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규정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여기에 중앙종회는 중앙종회의원 직능대표 결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종사자’를 삭제했다. 특정세력에게 종권을 영구히 장악하도록 길을 열어 줬다는 혹평도 나온다.

총무원장 후보자가 단일 후보인 경우 투표를 하지 않고 당선인을 결정하는 것은 마치 산중총회법에서 교구본사주지가 단독후보자일 경우 투표없이 결정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총무원장은 종단의 종무행정을 통리하는 자리로 ‘불교대통령’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총무원장 후보자에 대한 찬반 또는 가부를 묻지 않고 당선인을 결정하는 것은 절집에서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종권을 특정인 내지는 특정계파가 장악하고 있는 경우 종권을 헌납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는 기호1번 혜총 스님과 기호3번 정우 스님, 기호4번 일면 스님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종단 기득권 세력의 불합리한 상황을 목도하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면서 동반사퇴했다. 당시 단독후보가 된 원행 스님은 선거인단 318명 가운데 315명이 참석한 투표에서 235표로 당선했다. 무효표가 80표가 나왔다. 특정인과 특정계파가 장악한 종권 현실에도 80명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조계종 일부 종도들은 원행 스님의 총무원장 당선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민의를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찬반 투표조차 할 수 없어 민의를 드러낼 방법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만약 후보간 매수 행위가 이루어지면 종법을 무력화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힘들게 선거 운동을 하지 않고도 상대 후보를 매수하면 무투표 당선이 가능해질 수 있다. 조계종에서 후보자 매수 등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찾아 보기 어렵다.

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처럼 종단 기득권 세력의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특정 세력이 총무원장 자리를 독식할 수도 있다. 2인 이상의 후보자가 후보 등록했을 경우 특정 세력이 상대후보를 뭍밑에서 낙마시키면 무투표로 총무원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 자격심사를 한다지만 그 내용과 결과가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느끼지 않는 게 조계종 현실로 보인다. 여기에 특정 게파가 중앙선관위원회까지 장악할 경우 기득권을 쥔 적폐 세력이 종권을 장악하는 것을 선량한 종도들이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더구나 총무원장 선거인단인 중앙종회의원들의 권한은 크게 약화될게 뻔하다. 계파 간 견제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 계파만 장악하면 반대 세력이 나서기 어려운 게 종단 현실이다.

중앙종회는 이번 임시회에서 중앙종회의원들의 위상과 권한의 큰 부분을 스스로 포기해 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말사주지를 제외한 상호 겸직금지에 해당하는 종무직을 가진 종무원은 후보등록 시작일 전까지 그 직을 사직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면서 말사주지를 겸직한 종무원들의 눈앞의 이익을 취하는 데 급급해 종권을 특정세력에게 헌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혹평까지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중앙종회는 특정 기득권 세력의 권한과 종권 유지를 도운 상황을 만들었다. 중앙종회의원 81명 가운데 20명이나 되는 직능대표 종회의원의 자격에서 ‘전문성’을 삭제하면서 직능대표선출위원회에 선출 권한을 사실상 무한정 부여한 셈이다.

그동안 직능대표 종회의원 선출 과정에서 ‘전문성 결여’는 늘 문제였고 지켜지지 않았다. 모호한 규정과 선출 절차가 없어 문제였지만 ‘전문성’이란 규정을 지키지 않는 기득권 층에 종도들이 비판하고 감사하던 최소한의 견제장치마저 풀린 것이다. 이제 직능대표선출위와 여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인은 종도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직능대표 종회의원은 특정인에게 잘 보이면 선출이 가능한 자리라는 인식이 높다. 교구에서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종회의원과 달리 특정인과의 밀약으로 중앙종회에 입성한다는 인식이 파다하다. 이제 중앙종회가 ‘전문성’까지 삭제하면서 종도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능대표선출위원회와 특정인의 입맛대로 직능대표 선출의 길이 열린 셈이다. 

계파 나눠먹기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의원들이 최소한의 법적 테두리마저 해제해 버린 셈이다. 직능대표 종회의원 1석의 값어치가 더욱 높아져 희망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에게는 큰 이권이 될 가능성도 열릴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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