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별세 ‘땅콩 회항’으로 시작된 한진家 비극
조양호 회장 별세 ‘땅콩 회항’으로 시작된 한진家 비극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9.04.0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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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렙]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사진)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LA 한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조 회장의 임종은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가족이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사인은 폐질환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실패한 지난달에도 건강을 이유로 미국 LA 뉴포트비치 인근 별장에서 요양 중이었다.

조 회장은 20년 전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이어받아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대한항공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도 같은 시기였다.

대한항공은 1990년대 베이징·모스크바 노선을 개설해 동토에 태극 날개를 펼쳤다. 2000년대에 국제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SkyTeam) 창설은 조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프랑스 루브르, 러시아 에르미타주,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한항공은 2010년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과 공식 파트너로서 대회 성공 개최를 견인했다. 조 회장은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대회 유치와 성공에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협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올해는 지난 1969년 조중훈 창업주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며 출범한 대한항공 50돌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반세기 동안 5대양 6대주에 태극 날개를 누비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실어 나른 승객은 국내 전체 인구가 13번 이상 비행기를 탄 것과 같은 7억1499만명, 화물은 8톤 트럭 506만7500대 분량인 4054만톤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광고대행사와의 회의에서 ‘물벼락 갑질’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전 이사장은 수행기사에게 폭언 등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도 크고 작은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20여 년 대한항공을 이끌어온 조 회장 자신도 의혹에 연루돼 지난해에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ㆍ사기,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 측은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ㆍ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 무역 등을 통해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세 자녀의 꼼수 주식 매매 의혹에 대해서도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2014년 8월 조현아ㆍ원태ㆍ현민씨가 보유한 정석기업 주식 7만1,880주를 정석기업이 176억원에 사들이도록 조 회장이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 측이 정석기업에 41여 억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이 같은 배임ㆍ횡령으로 모두 274억원 손실을 회사에 끼쳤다고 봤다.

이 같은 의혹은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 결정적 사유가 됐다. 지난달 28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찬성 64.1%로 연임을 위한 2/3에는 2.5%포인트 찬성표가 부족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최고경영자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주주권 행사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첫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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