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히면 밟히는 조계종
밝히면 밟히는 조계종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9.04.0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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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승 전 원장 '감로수' 커넥션 의혹 관련 종무원 징계시도에 부쳐
▲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지부(지부장 심원섭)는 4일 자승 전 총무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종단 손해를 막기 위해 고발한 사람들을 상을 줘도 시원찮을 판에 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어떤 단체든 그런 규정은 없다.”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들의 법률대리인 시정기 변호사의 말이다. 시 변호사는 “조계종에도 법률 변호사가 있을 텐데 쉽게 징계 절차를 밟지 말고 법률전문가를 통해 (종무원들의 자승 전 원장 고발이) 징계 사유가 되는지 먼저 검토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민주노총 조계종지부(지부장 심원섭) 등 종무원들은 지난 4일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검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승려복지를 위해 시판 중인 생수 가운데 하나인 ‘석수’를 ‘감로수’라 판매하면서 수익금 일부를 ‘주식회사 정’(전 레알코)로 지급케 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이트진로 내부자료가 고발 근거이다.

노조에 따르면, 500ml 감로수 1병을 팔면 100원이 조계종 수익금, 50원은 조계종이 홍보회사라고 주장하는 ‘주식회사 정’ 몫이었다. '주식회사 정'은 자승 전 총무원장의 속가 동생이 이사로 있었다. ‘주식회사 정’에는 지난 2011~2016년 동안 감로수 수수료가 입금됐다. 5억 7000여 만원이다. 

▲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지부장 심원섭)가 공개한 하이트진로음료(주)의 내부문건 일부

조계종은 자승 전 총무원장을 고발한 이들 종무원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현재 종무원 5명의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다. 총무원법 제33조, “종헌종법 기타 법령을 위반하거나 종무원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가 있을 때’, ‘종단의 합법적 인사명령, 행정명령과 지시를 거부하고 종단 대표자를 상대로 민형사간 소송을 제기해 종단의 위신을 실추시켰을 때’ 등에 해당되는 때 종무원을 징계할 수 있다”가 징계 근거이다.

조계종은 그동안 신성지역이었던 소도인 양 치외법권을 주장하고 행사해 왔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무시한 채 <불교닷컴>에 ‘해종언론’ 낙인을 찍었다. <불교닷컴>이 국정원과 결탁했다고 누명을 씌웠다. 자승 전 총무원장 때부터 <불교닷컴>을 대상으로 자행한 취재금지, 출입금지, 접속금지, 광고금지, 접촉금지 등 5금 조치는 9일 현재 1253일째이다.

조계종이 <불교닷컴>을 ‘해종언론’ 낙인을 찍은 배경은 당시 자승 총무원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의 쌍둥이 관련 보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 영담 스님은 지난 2014년 11월 11일 조계종 제16대 중앙종회 제200회 정기회 임시의장으로서 신상발언을 마치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로비에서 참회정진을 했다 (불교닷컴 자료사진)

파사현정. 조계종 치부를 드러내 볕을 쬐려는 움직임은 지난 2006년에도 있었다. 당시 중앙종회의원 영담 스님은 (현재 조계종 총무원청사로 사용 중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불교중앙박물관 건립 사업을 ‘40억원 날린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보고서를 펴내 이를 폭로했다. 영담 스님 역시 자승 전 원장과 대척점에 있다는 이유로 후배 종회의원들에게 험한 꼴을 당해야 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영담 스님을 무리하게 징계했다가 법원의 명령이 있고서야 징계를 취소했다.

영담 스님도, 종무원들도, <불교닷컴>도 모두 종단과 불교를 사랑해 비불교적 적폐를 청산하고 불이익으로부터 종단을 지키려 했다.

조계종은 삿됨을 물리치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사람을 철저히 짓밟았다. 승속을 가리지 않았다. 이것이 조계종에선 가풍처럼 굳어지고 있다. “도둑 잡아라”라고 소리친 사람을 되레 “시끄럽다”고 나무라는 풍토가 조계종에 만연했던 근래였다. 

운서주굉 스님은 “돈을 벌려 하지 말고 모아 두지도 말고 장사하지 말며 귀중한 칠보로 옷과 기구를 장식하지 아니하면 가히 옳거니와, 그렇지 아니하면 죄가 더욱 무거울 것이니 슬프다. 어찌 경계하지 않으랴”고 했다.

“제가 이제 일심으로 청정수를 올리오니 감로의 차로 변해 삼보께 바쳐지이다(我今淸淨水 變爲甘露茶 奉獻三寶前 源垂哀納受).” 새벽예불문의 ‘감로다’ 구절이다. ‘갈증을 해소하는 물’, ‘부처님 앞에 올리는 물’이라면서 ‘감로수’라 이름 붙인 생수가 종단 고위직을 지낸 한 승려의 더러운 축재 수단으로 의심받고 있다.

“흰 천에 얼룩이 있으면 모두 그것을 쳐다본다. 선을 닦는 수행자는 작은 허물이 털끝만큼만 있어도 태산같이 크게 보고, 늘 청정함을 구한다”고 했다.

“일은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 작은 불씨가 만 리 들판을 태우고 한 방울 물이 견고한 돌을 뚫음과 같다. 작은 것이 많은 것이 되고 적은 것이 큰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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