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품을 땐 언제고 민주노총에 적개심 드러낸 조계종
한상균 품을 땐 언제고 민주노총에 적개심 드러낸 조계종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9.04.10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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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 의장단·상임분과위원장 성명 “노조는 정치집단”
“개가 코끼리 옷 입고, 남의 세력 빌어 위세를 떤다” 비난

조계종 중앙종회가 법률이 정한 노동조합 활동을 맹비난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마이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품었던 조계종이 민주노총에 적개심을 드러냈다. 국회 격인 조계종 입법기구이자 행정부를 비판 감사 견제해야 할 중앙종회가 ‘개가 코끼리 옷을 입은 줄 안다’는 뜻의 ‘구피상피(狗被象皮)’라는 말까지 쓰면서 열악한 현실에도 이른바 ‘신심 페이’로 일하는 재가불자 종무원들을 ‘민주노총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0일 오후 의장단(의장 범해 스님)과 상임분과위원장 명의 성명을 통해 민주노총 조계종지부(지부장 심원섭, 이하 조계종노조)가 자승 전 총무원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하고, 단체교섭에 불응한 원행 총무원장을 제소한 것을 “종단 전복과 혼란을 노리는 정치적 활동”이라고 비난했다. 법률이 정한 노조의 합법적 활동까지 ‘종단 전복’ ‘혼란’ ‘정치적 활동’으로 치부한 것이다. 오랜 동안 신심으로 일한 종무원들이 가입한 노조마저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해종 세력’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조계종 노조는 종단이 아닌 제3자에게 수익이 흘러들어가도록 한 의혹을 받는 자승 전 총무원장을 고발한 이유는 “삼보정재가 바르게 쓰이고 종단이 투명하게 운영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조계종단이 아닌 자승 스님 개인을 고발한 것”이라고 했다. 또 원행 총무원장이 제소된 것은 국가 법령인 '노동조합 및 노동 관계 조정법'에 따라 조계종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사용자를 상대로 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다.

중앙종회는 조계종 노조의 활동에 “종단의 위신을 실추시킴으로써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준비에 여념이 없던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부처님오신날을 강조한 것은 분담금을 내는 전국 사찰 스님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노조는 지난 2018년 9월 20일 출범선언문을 통해 ‘자유로운 의견표현이 어려운 조직문화 개선, 부당한 종무행정 지시나 불이행에 따른 부당한 처우 개선, 종무원들의 권익향상, 근로조건 개선’ 등을 취해 노조를 설립했다고 밝혔었다.

"해종세력에 동조하던 외부세력과 결탁, 정치적 목적"

그런데 중앙종회는 “시기상 해종세력들의 종단 흔들기로 인한 10개월여에 걸친 심각한 종단혼란상을 극복하고 차기 총무원장선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노조를 가입했다.”면서 “해종세력에 동조하던 민주노총에 가입한 점부터가 그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민주노총을 해종세력에 동조한 집단으로 보고 여기에 가입한 조계종 노조 역시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 것이다.

중앙종회는 종교단체인 조계종에는 “노동조합 설립이나 외부 노조 지부로의 가입 등이 적합하지 않으며, 노동조합법의 직접적 적용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종회는 또 조계종단이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와 같은 사업체가 아니고, 시주금을 힘들게 모아 낸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종단에서 노조를 설립하고, 전·현직 총무원장을 고발·제소한 행태는 조계종 노조가 정치적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결성된 단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종회는 “2018년도의 종단 혼란상을 극복하고 모처럼 종단이 안정되어서 제방의 종도들이 다행스러워 하고 있는 이때에 노조활동을 가탁하여 외부세력과 결탁하여 종단을 혼란에 빠뜨리고, 종단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들려고 하는 자들은 조계종의 구성원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으니 조고각하하여 발로참회하고 조계종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을 외부세력으로 보고 종단을 혼란에 빠뜨리는 세력으로 취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앙종회는 노조원의 징계까지 언급했다. 법을 수호해야 할 중앙종회가 국가법을 어기고 공익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내부 고발한 노조원들을 징계를 언급하며 탄압에 나선 것이다.

▲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는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승 전 총무원장을 고발했다.

단체교섭 말라는 중앙종회, 노조를 '개'에 비유 

중앙종회는 “민노총 조계종 지부는 노조라는 형식을 빌려 정치운동을 하려는 종단 종무원그룹 내의 새로운 재가정치운동단체”라며 “그 가입자는 종무원법 제33조, 신도법 제40조에 의해 엄중 징계 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장이 단체교섭에 응하면 민주노총이 종단의 상급단체가 된다는 상식 밖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중앙종회는 “이대로 노조지부를 인정하고 총무원이 단체교섭에 응한다면, 총무원장스님이 민주노총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되고 종단의 수장인 총무원장스님과 종단의 위상이 곤두박질칠 것”이라며 “종국에는 민주노총이 우리 종단의 상급단체가 되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앙종회는 노조를 정치집단으로 폄훼하면서 이들의 활동을 “종단의 위상실추는 아랑곳 하지 않고 종단혼란과 전복을 통한 종무행정 실권을 장악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해 가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출가수행자들로 구성된 중앙종회가 재가종무원들을 ‘개’에 비유해 아연실색케 했다.

중앙종회는 “구피상피(狗被象皮, 개가 코끼리 옷 입고 있는 착각한다, 어처구니없다는 의미)한 행색으로 호가호위(狐假虎威,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떤다)하는 행태에 참으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개’에 비유된 조계종 노조가 민주노총의 힘을 빌어 위세를 떤다는 의미로 보인다.

노조와 종무원조합 대립 구도? 분담금 납부 거부 동참

나아가 중앙종회는 ‘조계종 노조’와 ‘종무원조합’의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듯하다. 

중앙종회는 “우리 종단은 일반직 종무원들의 종무환경을 보호하고 그 처우를 개선하고 협의하기 위한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조합’이 결성되어 잘 운영되어오고 있다.”면서 “종단 집행부와 종무원조합은 적정선에서 근로기준법을 원용하여 실현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근로환경과 조건에 관한 종책 및 종무행정 방향도 종무원 차팀장들 중심으로 실질적 결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지부 종무원들의 이러한 일방적 움직임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신심과 종단에 대한 애종심으로 맡은 바 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종무원들과 위화감을 조성하고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 기회를 빌어 중앙종회는 묵묵히 인내하며 종무소임을 성실히 수행하시는 대다수 종무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총무원은 이 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중앙종회 의장단·상임분과위원장 명의 성명은 ▷조계종 종단은 불교종교단체라는 특성상 노조를 인정할 수 없고 ▷총무원 집행부는 민주노총 조계종지부의 왜곡 변질된 행동들에 대하여 빠짐없이 파악하여 종헌종법대로 강력히 대처하라 ▷종단 사정기관을 통해 부당행위를 바로잡지 않고 국가기관에 고발하여 조계종단이 또 다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게 한 종무원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관련자들을 엄중히 징계하라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조합’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보장하라고 했다.

중앙종회는 분담금 거부도 언급했다.

중앙종회는 “노조문제로 인한 분란이 원만히 수습되지 않으면, 전국 본말사와 종도들의 중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분담금 납부거부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 때 종도들의 대의기구인 저희 중앙종회는 종도들의 결정과 판단을 따라서 분담금 납부거부 등의 저항을 지지하며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자승 전 원장을 민주노총 대척점에 세운 중앙종회 

중앙종회는 노조 활동에 종헌종법 개정까지 언급했다.

중앙종회는 “종무원 내부에서 노조 설립이나 외부 노조 가입 등을 통해 종단 혼란을 획책하는 파렴치한 행동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중앙종회는 원로의원 큰스님들 및 본사주지스님들과 종단 중진스님들, 그리고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해 종헌종법 개정을 통해 종단의 구조와 운영방식을 큰 틀에서 전면적으로 개편할 수도 있음을 천명한다.”고 했다.

중앙종회 의장단·상임분과위원장 명의 성명은 자승 전 총무원장이 제3자에게 이익을 주도록 지시했다는 논란은 애써 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조계종 총무원이 자승 스님의 개인 문제에 대대적으로 변호하는 모습은 실세 총무원장이라는 세간의 소문이 확인되는 것 같다.”는 노조의 이야기를 증명하는 듯하다.

신대승네트워크는 10일 성명을 통해 “조계종단은 철저한 조사를 해서 있는 그대로 사실을 종도들을 비롯한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종헌 종법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해야 현 총무원이 전 총무원장 영향력 아래 있다는 의구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중앙종회는 전 총무원장을 드러내지 않으려다가 결국 자승 전 원장을 민주노총의 대척점에 세워 다투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에 드러낸 적개심은 결국 자승 전 원장을 고발한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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