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성은 불이중도(不二中道)이다
견성은 불이중도(不二中道)이다
  • 김태완
  • 승인 2019.04.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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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완 원장.

육조 혜능이 말하는 견성(見性)이 왜 성불(成佛) 즉 깨달음일까? 육조는 견성이 곧 불이법(不二法)이고 중도(中道)라고 말한다. 불교의 깨달음이 불이법이고 중도임은 모든 경전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육조가 견성이 곧 불이중도임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육조단경》에서 살펴보자.

광주의 법성사에서 《열반경》을 강의하던 인종은 혜능이 오조(五祖)에게 법을 받은 육조임을 알고서 이렇게 물었다. “오조께서는 법을 어떻게 가르쳐주십니까?” 혜능이 말했다. “가르쳐 주시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견성을 말할 뿐이고, 선정과 해탈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왜 선정과 해탈을 말하지 않습니까?” “이법(二法)이기 때문에 불법(佛法)이 아닙니다. 불법은 불이법(不二法)입니다.”

이법과 불이법은 서로 상대되는 말인데, 이법은 둘로 분별된다는 뜻이고 불이법은 둘로 분별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 선정이 따로 있고 해탈이 따로 있다면 그것은 둘로 나누어 분별하는 것이니, 분별인 이법이지 깨달음인 불이법은 아니다. 삼라만상 즉 만법(萬法)의 자성(自性)인 법성(法性)은 깨달음에 의하여 밝혀지기 때문에 불성(佛性)이라고도 하니, 자성과 법성과 불성은 세계의 참된 본성(本性)을 가리키는 동일한 이름이다. 그러므로 혜능은 이렇게 말했다.

“불성은 좋은 것도 아니고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니, 이것을 일컬어 둘 아니라고 한다. 범부는 세계를 둘로 분별하여 보지만, 지혜로운 자는 세계의 자성에는 둘로 분별할 것이 없음을 밝게 안다. 둘이 없는 자성이 곧 불성이다.” “밝음과 어둠을 범부는 둘로 보지만, 지혜로운 자는 그 자성에 둘이 없음을 깨닫는다. 둘 없는 자성이 바로 참된 본성인 실성(實性)이다.”

그러므로 혜능의 가르침은 언제나 불이중도인 자성으로 이끄는 가르침이다. 혜능의 말을 보자. “도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좋다는 생각 나쁘다는 생각을 마땅히 몽땅 없애야 한다. 이름 붙일 만한 이름이 없는 것을 일러 자성이라 하고, 둘 없는 자성을 일러 실성이라고 한다. 실성 위에 모든 가르침의 문을 세우니, 말을 듣고서 곧장 스스로 보아야 한다.”

불이중도인 자성으로 이끄는 가르침은 둘로 분별되는 양쪽을 모두 부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혜능이 말했다. “그대가 만약 마음의 요체를 알고자 한다면, 다만 모든 좋고 나쁨을 전혀 생각하지 마라.” “삿됨과 바름을 모두 물리쳐 버리면, 깨달음의 본성이 또렷하다.”

그리하여 혜능은 제자들에게 선종(禪宗)의 근본 뜻인 종지를 잃지 않으려면, 사람들의 분별을 제거하여 불이중도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이제 그대들에게 설법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우리의 종지(宗旨)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겠다. 설법할 때에는 항상 자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누가 법을 묻는다면 말을 하되, 언제나 서로 상대가 되어 짝을 이루는 둘을 세워 둘이 서로 상대의 원인이 되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두 원인을 제거하여 마침내 양쪽이 모두 사라져서 다시는 분별할 수 없게 하여라.”

“만약 누가 그대들에게 있음을 물으면 없음으로써 대답하고 없음을 물으면 있음으로써 대답하며, 중생을 물으면 부처로써 대답하고 부처를 물으면 중생으로써 대답함으로써, 두 말이 서로 원인이 되도록 하여 마침내 중도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하라. 가령 어떤 사람이 ‘무엇을 일러 어둠이라고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밝음과 어둠은 서로 원인이 된다고 답하여 밝음으로써 어둠을 드러내고 어둠으로써 밝음을 드러내어 마침내 중도를 이루도록 하라. 나머지 물음도 모두 이와 같다. 그대들은 뒷날 법을 전함에 이것에 의지하여 가르쳐서 종지를 잃지 않도록 하라.”

모든 분별은 ‘이것’과 ‘이것 아님’의 둘로 나누는 것인데, ‘이것’과 ‘이것 아님’을 분별하면 이 둘은 서로 의지하여 동시에 함께 이루어지고, 분별하지 않으면 ‘이것’도 ‘이것 아님’도 모두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므로 분별 속에선 삼라만상이 이루어지지만, 분별에서 벗어나면 한 물건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연기법이자 불이중도의 법이 곧 깨달아서 밝혀지는 세계의 실상이다.

김태완 | 무심선원장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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