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을 깨면 참회가 안 된다
화합을 깨면 참회가 안 된다
  • 법응 불교사회연구소
  • 승인 2019.04.23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법응 스님

[뉴스렙] 보광정견여래는 전도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에 참회해서 없애기 어려운 다섯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첫째는 아버지를 죽임이요, 둘째는 어머님을 죽임이요, 셋째는 태아를 죽임이요, 넷째는 부처님의 몸에서 피를 냄이요, 다섯째는 화합한 대중을 깨뜨리는 일들이니, 이와 같은 나쁜 짓은 그 죄를 없애기 어려우니라."(爾時普光正見如來,告顛倒言 世間有五種,懺悔難滅. 何等為五 一者殺父,二者殺母,三者殺胎,四者出佛身血,五者破和合僧,如此惡業,罪難消滅) <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佛說長壽滅罪護諸童子陀羅尼經>에 나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으나 논쟁의 여지가 다분하고, 불교계의 제대로 된 입장 정리가 필요함에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종단운영 행태가 경직되더니 교계단체들의 활발성이 사라져가고 있다. 종단이 큰 틀에서 이슈의 리더 역할에 미흡하거나 단체들에 대한 자율성을 조금이라도 강제한다면 불교계는 약체화로 치닫게 된다.

옛 시절에도 사례가 있으나 근자 부모와 형제를 살해하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가족이나 타인을 해하는 뉴스가 비일비재한 세태에 종교계는 생명중시에 대한 자기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이 경에서 넷째와 다섯 번째는 불교계의 문제로 ‘부처님의 몸에서 피를 내는 것’과 ‘화합한 대중을 깨뜨리는 행위’다. 부처님 몸에 피를 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교주 석가모니부처님께오서 대열반에 드신지 이미 오래전 일이니 시대상으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부처님 가르침에 누가되는 짓을 하지 말 것과 희생의 자세로 호불호법(護佛護法)하라는 의미로 정리해본다. 

다섯째인 ‘화합한 대중을 깨뜨리는 행위(破和合僧)’도 결코 죄가 소멸되지 않는다. 현대의 종단사를 돌아볼 때 화합을 깨뜨리는 행위는 한마디로 작당과 삼보정재의 편취(호용죄 互用罪)라 할 수 있다. 승려가 위력 내지는 온갖 술수로 파벌을 조성하고 그 권력의 힘으로 종헌과 종법 위에 군림하면서 인사와 재정권을 쥐락펴락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파벌의 조성과 삼보정재의 사유화는 그 자체로도 큰 문제이거니와 이 땅에서 불교의 파멸시키는 근원적인 요인이다.

종단이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확대만 안 되면 된다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사고, 그리고 권력에 주눅 들어서 반드시 처결해야 할 사건을 외면 내지 축소하려 한다면 이 역시 ‘파화합’에 해당되기에 참회가 안 되어서 없애기 어려운 죄목이다. 화합을 명분으로 아래 위 사람에게 압력을 넣어 악덕과 죄업을 은폐하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것 또한 매우 중차대한 파화합의 죄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 만력38(1610)년 삼각산 중흥사 판본이다. 이 중흥사 판본은 아직은 국내 유일본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 만력38(1610)년 삼각산 중흥사 판본이다. 이 중흥사 판본은 아직은 국내 유일본으로 파악되고 있다.

 

‘목불은 불을 건너가지 못하고, 토불은 물을 건너가지 못한다.’는 가르침이 있다. 지금 살아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특히 공적인 지도자들의 자세다. 종단 집행부는 파화합의 죄를 가벼이 여기는 고질병이 근절되도록 혁신에 과감해야 한다. 이를 외면한다면 그 어떠한 외형적 불사도 큰 의미가 없다.

/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newsrep21@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