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스님 지혜의 말씀 '회향'
광우스님 지혜의 말씀 '회향'
  • 불교닷컴
  • 승인 2009.07.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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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행해 참사람이 되자

광우 스님은 1939년 출가해 70여 년 동안 한결같이 포교에 매진하셨고, 2007년 종단 사상 처음으로 명사(明師)법계를 품서 받았다. 명사(明師)법계란 비구의 대종사에 해당하는 품계로 지금껏 모두 일곱 명이 품서 받았다. 뿐만 아니라 광우 스님은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의 전신인 ‘대한불교 비구니 우담바라회’를 결성하는 데도 앞장섰다. 이후 전국 비구니회관 건립 등 굵직굵직한 불사를 원만히 추진해 세간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렇듯 광우 스님은 한국불교 비구니의 위상을 찾고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

1958년, 당시 흔치 않았던 도심포교를 위해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정각사를 창건했다. 정각사는 정신(正信), 정행(正行), 즉 ‘바로 알고 바로 행해 참사람이 되자’는 것을 근본이념으로 삼았다. 정각사는 바쁜 도시 일상에 쫓겨 심신이 고단한 현대인의 쉼터였다. 또한 정각사는 한국불교의 산실이었고, 문인들의 문향(文香)이 가득했던 법당은 불교문학의 전당이었다.

문서포교 불모지에 《신행불교》를 펴내다

광우 스님은 당시 문서포교의 불모지였던 시대적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신행회〉를 설립하고 《신행회보》를 펴냈다. 등사판으로 시작된 《신행회보》는 공판에서 인쇄본으로, 제호도 《신행불교》로 바뀌었다. 1969년 2월부터 시작된 문서포교는 1996년까지 진행되었으며, 총 27년 동안 부처님의 말씀을 전했다. 휴간과 속간이 반복되던 불교 잡지계에서는 기록적인 장수였다.

『회향』은 《신행불교》에 연재된 광우 스님의 수행, 포교, 교리 등의 글을 모으고 모았다. 40여 년 전의 누렇게 바랜 《신행불교》는 도서관 깊은 곳에 위치한 한국불교의 역사였다. 『회향』은 한국불교의 산증인인 광우 스님의 이야기이자 한국불교 역사의 일부분이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광우 스님의 수행과 포교에 대한 열정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 책에는 광우 스님의 수행담과 함께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그리고 신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동안 광우 스님의 글을 기다렸던 신도들에게는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후배 스님들에게는 부드러우면서도 올곧은 당부의 말씀이 담겨 있다. 중생을 제도하지 못한다면 부처님의 은혜를 갚았다 할 수 없으리라

『부처님 법대로 살아라』로 보는 광우 스님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 한국불교 비구니계의 산증인이신 광우 스님의 문집인 『회향』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에 광우 스님 대담집인 『부처님 법대로 살아라』에 수록된 인터뷰 중 엑기스만 뽑아 광우 스님의 진면목을 보여드립니다.

1. 스님의 수행 70여 년은 너무 훌륭하십니다. 훌륭한 일을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랍니다.

훌륭한 수행자라고 말해주니 듣기는 좋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좀 민망합니다. 내가 과연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는 죽고 난 다음에 평가를 받아보면 알겠지요. 다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동안 아버지 스님의 훌륭한 이름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산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을 아버지로 둔 라훌라존자도 늘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라훌라가 출가했을 때는 나이가 어려서 개구쟁이였다고 합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에게 야단맞는 장면도 나옵니다. 라훌라는 사미가 되어 사리불존자를 시봉하면서 훈도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뒷날 부처님 성문(聲聞) 제자 중에서도 욕된 것을 가장 잘 참아내는 밀행(密行)제일의 칭호를 얻어 십대제자 반열에 오릅니다. 이것은 양육사인 사리불존자의 훈도가 훌륭하기도 했지만, 라훌라 스스로가 부처님의 명성을 욕되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의 다짐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거기에 나를 빗대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마음만은 늘 그런 점을 잊지 않고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2. 스님께서는 대학생 시절에 특이하게도 남복(男服)을 하고 학교를 다녔다고 하던데, 이유가 있었는지요?

당시만 해도 학교에 승복을 입고 나타난다는 것이 도리어 어색했습니다. 종립대학이고 불교학과인 데도 승복을 입은 학생이 없었습니다. 거의가 결혼한 대처였습니다. 거기다가 나는 비구니니까 여학생 신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여학생들처럼 머리를 기를 수도 없고 해서 상고머리를 하고 양복을 입었습니다. 활동하기는 그게 편했습니다.

3. 정각사를 창건한 것이 1958년이더군요. 계산해보면 거의 반 백년입니다. 심회가 어떠십니까?

33살 때 절을 지었으니 벌써 그렇게 됐군요. 참 세월이 빠르네요. 부처님이 열반하시면서 마지막으로 유교(遺敎)하시기를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니 상근정진(常勤精進)하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 말씀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별로 해놓은 것도 없으면서 5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니 아쉽습니다.

4. 해놓으신 일이 없으시다니요. 빈터에 절을 지어 51년 동안 한결같이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포교하신 공덕을 어떻게 작다고 하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기는 하지만 속마음은 여전히 아쉬움 그대로입니다. 처음 이곳에 절을 세울 때는 참 꿈도 많고 포부도 컸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욕심이 많았습니다. 서울에서 제일 포교를 잘하는 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항상 정법을 가르치는 법회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일을 하려고 정각사를 창건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몸도 늙고, 옛날처럼 법회도 잘 하지 못하니 변명조차 부끄럽습니다.

5. 인생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큰 복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삶의 방향을 바꾸어놓은 스승이라면 누구를 꼽으시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부처님이지요. 부처님은 모든 불자의 스승입니다. 우리는 아침저녁 예불을 할 때 부처님을 지칭해 ‘삼계도사(三界導師)’라고 찬탄합니다. 우리 인생을 바르게 이끌어주는 스승은 아버지 같은 부처님뿐이라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부처님을 또한 ‘사생자부(四生慈父)’라고 하는 표현은 아주 적절합니다. 부처님은 자애로운 아버지와 같다는 것이지요, 부처님을 스승이기도 하지만 ‘아버지’로 표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듭니다. 부처님이 아버지라면 나는 부처님 자식이라는 말이 되는데 이는 『법화경(法華經)』식으로 말하면 ‘불자(佛子)’라는 말이 됩니다. 불교를 믿는 신자를 우바새(優婆塞=淸信士), 우바이(優婆夷=淸信女)라고도 하지만 통칭해서 불자라고 합니다. 불자라고 부르는 것은 불교를 믿는 사람은 모두 ‘부처님의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신자를 부처님의 자식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특별한 뜻이 있습니다. 자식이란 처음에는 어리고 유치하지만 나이가 들고 노숙해지면 다 어른이 됩니다. 어린 사람은 언제까지 어린 사람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어른이 되지요. ‘부처님의 자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이 커서 어른이 되듯이, 언젠가는 반드시 부처님이 될 존재라는 겁니다. 불자로서 그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아버지로 받든다는 것은 행복하고 다행한 일입니다. 부처님은 비록 2천6백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이렇게 오늘도 우리 가슴 속에 살아서 우리가 가는 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6. 만약 다시 태어나신다면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저는 수행자입니다.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종의 목표입니다.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수행을 잘 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몸이 좋겠는가’라고 묻는다면, 수행을 잘 할 수 있는 몸으로 태어난다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습니다. 누가 더 선(善)한 심성으로 열심히 수행한다고 생각합니까. 여자입니까 남자입니까?

7. 과연 내생이 있을까, 정말 윤회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큰스님들을 뵈면 이런 문제를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내세가 있느냐 없느냐, 정말로 윤회를 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것은 교리공부를 하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말해주고자 하는 것은 내세가 있든 없든, 윤회를 하든 말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내생이 없으면 허무하고, 있으면 두렵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날마다 매순간 잘 살면 됩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잘 사는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아주 간단하게 대답하면 이렇습니다. ‘보람 있는 인생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말 것, 욕심이나 분노에 집착해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 것, 나와 남을 기쁘게 하는 자비희사(慈悲喜捨)를 실천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행복을 얻을 것이냐, 그렇게 하지 않고 속이나 끓이면서 살 것이냐 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누구든지 이렇게 한 생각 돌려서 살아간다면 결코 후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자 약력_광우(光雨) 스님
‘최초… 최초… 최초…’ 한국 비구니계의 산증인
 

1925년 경북 군위에서 출생, 1939년 15세에 직지사로 출가했다. 광우 스님에게는 ‘교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따라다닌다. 한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비구니강원의 제1회 졸업생이고, 한국 비구니로서는 최초로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하여 졸업했다. 2007년에는 조계종단 사상 최초로 비구니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명사 법계를 품서 받았다. 전국비구니회 회장 시절에는 전국비구니회관 건립의 기초를 놓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교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58년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정각사를 창건하고 도심포교를 시작해 각종 법회를 열고 《신행불교》를 27년간 발행하는 등 정법의 등불을 밝혔다. 법화행자로 『법화경』을 수지독송, 사경하며 법화산림을 부산 소림사에서 10년, 정각사에서 매년 열었고, 1986년 『묘법연화경』을 번역, 대승보살의 길을 가르쳤다. 2008년에는 출가 70년, 포교 50년을 맞아 대담집 『부처님 법대로 살아라』를 펴냈다. 현재 정각사에 주석하고 계신다.

본문 속으로

행이 있으되 믿지 않아 교만스레 되지 말고 신이 있으되 행 없어 어리석지 말고 육바라밀의 지침을 잘 받들어 수행해나가면 이생에서 저생으로 넉넉한 바람처럼 왕래하는 운수가 되리라. 마음의 끈을 다 풀고 하늘을 오르는 연처럼 이 속박된 세상에서 자유인이 되자. - 14쪽

모든 공간과 시간이 그 당체로서 그대로 진실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딛고 있는 바로 여기가 곧 온 세계와 다름없으며, 지금 이 순간이 곧 영원의 세계이다. 즉 바로 지금 여기를 떠나서 그 어느 곳 어느 때에서 진실을 구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 발심하는 순간이 곧 정각이며 지금의 생사가 곧 열반과 다름없음이니, 이러한 속스러운 삶을 떠나서 그 어디에도 성스러운 진리가 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행하는 바 모두가 수행이 된다. 경전을 읽거나 참선을 하고 있는 시간만이 아니라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순간도 수행인 것이다. - 38쪽

법의 비는 항상 온 허공에 가득 차 내리고 있건만 단지 자신의 그릇따라 받을 뿐인데 그 그릇을 옥조인 줄을 풀어 활짝 펼치게 되면 그릇과 외부와의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진실의 세계는 바로 다름 아닌 처음에 출발했던 그 자리가 된다고 하는 것이 저 유명한 의상조사 법성도의 가르침이다. - 40쪽

창밖의 빈 나뭇가지를 응시하며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만지고 내 행색을 훑어본다. 수없이 법(法)을 말해오면서 얼마나 법답게 살아왔는가. 얼마나 추운 사람들의 추위를 헤아려 보았던가. 아픈 사람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했던가. 억울한 이의 울음을 함께 울어 주었던가. 없는 자의 없음을 같이 시려했던가. 이어지는 물음에 다만 뭇 중생을 향한 참회의 합장을 올린다. - 229쪽

│광우 스님 글│248쪽│150×210mm(양장)│12,800원│조계종출판사 펴냄│02-720-0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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