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인 '1등국민' 시대
개신교인 '1등국민' 시대
  • 윤남진
  • 승인 2009.08.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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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합사회조사2008' 결과 읽기] "근본 되돌아봐야할 때"

한국에 거주하는 종교인 중에서 개신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불교인의 비율을 넘어섰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서베이리서치센터>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한국종합사회조사」의 결과이다. (다단계지역활률표집, 총표본수 2,500명, 유효사례수1,508명)

3년 전인 2005년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개신교인이 오히려 감소했던 결과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이어서 교계언론 등에서 심각한 논조로 다루어지곤 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두고 세부분석 없이 평면적으로 2005년도 인구센서스와 비교하여 개신교 교세의 신장을 점치는 것은 경솔하다. 조사의 특성과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한 수차에 걸친 조사결과, 조사 당시의 사회적 환경 등을 두루 감안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인의 독특한 응답 특성도 존재한다.     

우선 조사방식에 있어서, 통계청에서 해마다 실시하는「인구주택총조사」(이하, 센서스)는 전수조사이며 가구별 방문을 통해 실시되므로 대체로 방문 시 재택가구원에 의해 전체 가구원의 종교에 대해 응답되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결과를 읽을 필요가 있다.

반면「한국종합사회조사」(이하, 종합조사)는 표본조사이며 표집단위가 가구와 개인의 복합체(가구 리스트를 표집틀로 해서 먼저 가구를 표집한 후 표집된 가구 내에서 한 가구원을 무작위로 선정하는 방식_同 조사보고서에서 인용)이므로 응답자 개인의 소신, 직업 등 사회적 위치 등이 응답성향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정도를 생각하면서 조사 결과를 읽으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표1]에서 2005년도 '센서스'와 '종합조사' 결과를 먼저 비교해 두는 것이 좋겠다.

2005년도 서로 다른 양대 조사에서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무종교인과 천주교인의 비율이다. 무종교인의 비율이 '서스'에서는 46.9%였는데 반해 '종합조사'에서는 29.2%로 나타났고, 불교와 개신교의 경우는 '종합조사' 결과가 '센서스' 결과보다 인구비율이 높은데 반해, 천주교는 오히려 '종합조사' 결과의 비율이 낮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추리를 하자면 '센서스'에서 무종교라고 응답한 비율 46.9% 중에서 '종합조사'와의 편차인 7.7%가 줄어든 것과 유사한 만큼 불교와 개신교인이라는 응답이 늘어난 것(각각 6.0%, 3.6%)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2008년 '종합조사' 결과를 보면 개신교인의 비율이 25.9%로 2005년의 같은 조사 결과보다 4.5% 늘었고, 천주교인은 9.0%로 2005년도의 '종합조사'와 비슷한 수준인데, 불교인은 23.8%로 5.0% 낮아졌다. 무종교인의 비율이 2005년 '종합조사'에서 39.2%였는데 2008년 같은 조사에서 39.6%로 거의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대체로 개신교인이 늘어난 만큼 불교인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2005년 '센서스'와 2008년 '종합조사'를 서로 비교해 보자. 불교는 22.8%(센서스)에서 23.8%(종합조사)로 1% 높아졌고, 개신교는 18.0%에서 25.9%로 7.9%, 천주교는 10.9%에서 9.0%로 오히려 1.9% 낮아졌다. 무종교인은 46.9%(2005년,센서스)에서 39.6%(2008년,종합조사)로 7.3% 낮은 수치이다. 이렇게 '센서스'와 '종합조사'의 결과를 다방면으로 비교해 볼 때에, '무종교'라고 응답한 비율의 변동과 불교 또는 개신교라고 응답한 비율의 변동이 상호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분석결과를 토대로 해서, 글머리에서 제시한 조사방법 및 표본특성에 따라 감안해야 할 요소를 접목시켜 볼 때에, 2008년도의 '종합조사' 결과는 지속적인 종교별 인구변동 추세를 반명하기 보다는 조사 당시의 특정한 사회적 환경, 상황에 따라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좀 더 다면적인 분석을 해보아야 하겠지만 개신교계가 총력을 기울였던 후보인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 해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이런 분석을 염두에 두고 아래의 [표2]를 보자. 2008 '종합조사' 결과에서 개신교인구가 차지하는 총비율이 2005년도의 '센서스' 결과와 비교할 때에 7.9% 정도 증대한 것은 단기적 상황변수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2008년도 '종합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불교인구의 총비율과 사회주도적 직업군 비율 사이의 격차는 단기적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도 '종합조사' 결과에서 각 종교별 응답자를 직업에 따른 비율로 분석하여 볼 때에, 관리/전문직에서 불교인이 차지하는 비중에서 불교 7.1%인데 반해 개신교가 35.3%, 천주교가 11.8%로 나타났다. 이러한 직업구성에서 불교인구의 불균형 현상은 사무/준전문직에서도 나타나서, 이들 직업의 불교/개신교/천주교인의 비율이 각각 18.8%/26.9%/7.2%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불교는 판매서비스직에서 31.2%를 차지하여 전체불교인구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이명박 정부 출범을 직전부터 공공연히 전개된 기독교기관장을 중심으로 한 홀리클럽 및 성시화운동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고위 관리직 및 전문가층에서 세력화되어 굳혀져 가고 있는  한 표징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사무/준전문직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지역별 직업(생계)망과 연계한 종교조직화 전략까지 결합되면서 결국에는 소규모 지역사회(읍,면,동 수준의 시장 및 상가) 단위의 판매서비스직으로까지 도미노현상이 일어날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예고하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이 2008년도 '종합조사' 결과의 지역별 인구비율을 보면 서울 19.4%, 경기 21.0%, 영남권 26.7%인 것에 비추어 불교세가 절대적인 영남권을 제외하고 수도권의 결과만을 별도로  분석하다면 그 심각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또한, 같은 [표2]에서 ‘대학교 이상’ 학력을 가진 종교인구 비율을 보면 불교가 15.4%, 개신교가 28.9%, 천주교가 10.1%로, 대체로 관리/전문직과 사무/준전문직을 합한 비율과 유사한 비율을 보였으며, 월평균 근로소득별로 분석해 보아도 불교는 월소득 200만원 미만이 30.0%로 3대 종교별 총인구비율에 비례하여 매우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종교에 따른 계층분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인 바, 천주교인의 중상위 계층화가 두드러진 가운데, 개신교의 경우는 중상위 계층에 의해 중하위 계층이 종교조직적으로 연계된 유형을, 불교의 경우는 중상위 계층과 중하위 계층이 상호 종교조직적 연계가 느슨한 가운데 중하층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읽을 수 있겠다.      

이상 단편적이지만 종래의 조사들과 비교하여 2008년도 '종합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았다.

종교인구 통계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다. 더욱이 통계 수치를 분석 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숫자는 숫자일 뿐이기도 하거니와 나아가 숫자를 왜곡하여 해석하면 과학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돌변한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는 일정한 추세를 인구통계학적인 측면, 사회심리적인 측면에서 세심하게 분석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그 자체로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번 조사결과와 과거 여러 조사들을 비교해 볼 때에 대체적으로 '새천년의 첫 10년 가운데 중반기의 어느 시점을 분기점'으로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적인 주도계층_관리/전문직, 중상류층에서 불교의 영향력은 현저히 쇠퇴해 가는 추세임에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는 그 동안 불교계가 인재양성과 사회여론형성층의 조직적인 관리 등을 방치해왔거나 그들로부터 외면당해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 하나 만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 하나만을 생각하는 대응전략은 효과적이지도 바르지도 않다. 우리가 숨을 길고 깊게 고르며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한 번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꿰뚫어 해결하는 전략적 지혜,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정책적 선택의 능력을 어떻게 조직적으로 배양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2008년도 이 '종합조사'의 시행 시점에 반영되지 않았을 '8.27 범불교도대회' 등으로 결집되었던 역량을 어떻게 하면 '불자 대각성의 물결'로 도도히 흐르게 할 것인지 집중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사람을 키우자’고 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너무 늦은 구호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더구나 불교는 태생적으로 그렇게 억척스럽지 못하다. 이럴 때 일수록 오히려 불교의 사상적 근본, 불교의 사회적 가치의 기반, 불교를 떠받치고 있는 우리의 발밑을 더욱 확고히 살피고 굳건히 할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윤남진(NGO리서치 소장)

※필자 주 : 이 글의 전문은 월간 <참여불교>에 연재되고 있는 '통계이야기'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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