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호계원 호법부가 불신을 자초하는 이유
조계종 호계원 호법부가 불신을 자초하는 이유
  • 윤남진
  • 승인 2009.09.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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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논리 철학 제도적 결함...호계원에 ‘정책법원’ 신설을

‘사법정치(司法政治)’와 법리(法理)

최근 조계종단의 호계원과 호법부 등 사직당국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그 이유를 종합하면, 사직당국 특히 법원격인 호계원이 종단정치 역학상의 파벌적 이해관계 혹은 연고주의에 휘둘리는 판결로 사법불신을 키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종단의 계율과 기강이 문란해지고 승풍의 추락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는 불교의 사회적 신뢰를 좀먹고 불법홍포에 막중한 장애가 되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직당국의 판결이나 처분에 대해 ‘유권(유전)무죄 무권(무전)유죄’라는 비난이 일었던 경우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아가 그 의결의 용이함으로 치자면 ‘사법(호계원)정치’가 ‘종회정치’를 능가한다는 비아냥거림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심각성의 정도가 좀 깊어 보인다.

한 가지 극명한 예로, 세 곳의 교구본사에서 저질러져 사회법적으로 유죄의 판결을 받은 유사한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2001년 부산 범어사에서 발생한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에 대해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였고 총17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하여 결국 범어사에서 피고인을 대신하여 2007년 14억원을 구청에 납부했다. 이 건에 대해 재심호계원은 ‘공권정지 4년’을 선고했다.

반면 2006년 충남 마곡사에서 발생한 같은 종류의 사건에 대해 법원은 징역1년에 추징금 4억6천만원을 선고하였는데, 이에 대해 재심호계원은 ‘제적’의 징계를 내렸다. 최근 같은 죄목으로 법원에서 징역3년(집행유예5년)에 추징금 3억의 선고를 받은 (전남 화엄사) 건에 대해 호법부는 공권정지 6년을 구형했다. 화엄사의 경우는 피고가 직접 13억원을 반환했다고 한다. 물론 단순한 횡령액의 크기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피고의 죄질이나 조직적인 피해상황 등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형량의 편차를 이해하기 어렵다.(교단자정센터,2009)

다른 사례 하나를 더 보자. 노선배를 폭행한 본사 교역직종무원에 대해 호법부에서는 기소하기 전에 당사자간 합의가 되지 않았고, 공식적인 참회가 없었다는 등으로 인하여 공권정지 7년을 구형했는데 이에 대해 호계원은 초심과 재심 모두에서 문서견책이라는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다. 사회법의 경우는 참회의 정이 없는 이런 종류의 공직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법적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조계종 호계원은 오히려 ‘공직(권력)우대’가 돋보이는 판결을 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판례를 만들었다.

민주정치체제가, 그리고 94년 개정된 조계종 종헌이 공히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3권 분립이다. 이는 입법, 행정, 사법의 3권이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법권 분리의 정신이 실현되려면 입법, 행정의 정치적 혹은 정책적 논리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사법판결의 논리가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분립의 대전제가 아닐까 한다.

사회적으로는 법철학 또는 법리학이라는 철학의 갈래가 있어서 분석적이고 논리적 차원에서, 정의와 윤리의 차원에서, 사회학적 차원에서 근원적인 탐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이런 탐구의 성과들이 반영되어 판례의 변경 또는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내는 배경적 이론이 되고 있다.(브리태니커, '다음'검색)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상이나 논리에서도, 정의나 윤리관에서도 월등하다고 자부하는 불교교단인 조계종의 사법부(호계원)는 독자적인 판결의 논리가 없는 듯하고, 나아가 판결의 배경적 사상과 논리를 탐구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그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호계원 판결이 이와 같이 수준미달 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해 전통적으로 계율문제를 다루는 ‘율원의 태만’을 지목한다. 물론 조계종단의 율원이 활발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오히려 명맥을 유지하는 데에도 숨이 가쁘다는 지적이 있으며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된 사회와 그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현상들이 반영된 계율의 재해석과 더불어, 계율의 사회적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에 대해서까지 예측하고 탐구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언감생심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주요원인을 ‘율원의 주체들’에게로만 돌리는 것은 포괄적 의미의 책임회피이거나 조직(사회)발전에 있어서 정치경제의 핵심적 역할을 도외시하는 주장이라고 본다. 물론 근본적인 이유는 조계종단 내에 만연해 있는 계율 무시풍조, 깨달음의 활발발(活潑潑)한 드러냄의 한 방법인 ‘무애행’을 욕망의 충족을 위한 부도덕한 파계행위인 ‘막행막식’과 동일시하는 저급한 ‘선사입네~주의’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적하는 것으로는 문제의 개선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다소 정치적이고 정책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호계원 구조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하는 초심과 재심 외에 ‘정책법원’ 역할을 수행하는 일종의 ‘대법원’을 두어 '판결의 법리'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현재 헌법재판소 같은 역할을 하는 ‘법규위원회’를 두고 있으나, 현 종헌의 체계가 헌법과 같이 주권재민의 원리등이 명시되어 있는 총강이나 국민의 기본권 같은 것들이 전제적으로 기술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기구가 별도 독립기구로 존재할 의미가 크지 않다.

따라서 호계원에 ‘정책법원’을 신설하고 이곳에서 그(법규위원회) 역할을 수행함과 더불어 재판관은 전원 중앙종회에서 2/3 이상의 동의로 임명, 독립성을 보장하면 될 것이다. 물론 재판관 구성에 있어서 율장과 그 현대적 적용에 해박한 분들을 포함토록 강제한다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훌륭하고 법다운 판결의 논리가 정립될 것이다.

두 번째는 징계정책적 차원에서 사회법적으로도 효력이 보장되는 형식의 화해_중재기관을 설치해야 하며, 징계가 확정된 자에게 지정된 장소에서의 수행 혹은 봉사를 이행할 경우 징계경감과 사면, 복권의 기회를 주어 ‘징계확정이 곧 징계기간 중 모든 징계로부터의 해방’으로 되는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사법부(대법원)의 판결의 범위를 둘러싸고, ‘우리는 모두 헌법 하에 있다. 그러나 헌법은 법관이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美 대법관 휴즈)고 하는 적극적인 ‘사법활동주의’를 지지하거나, ‘우리는 신이 아니다, 입법부가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헌법에 금지되어 있지 않는 한 그것은 우리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美 대법관 홈즈)면서 ‘사법자제주의’를 지지하는 두 갈래의 입장이 있다고 한다.(서정갑, 1999)

사법의 적극적인 ‘활동’이나 소극적인 ‘자제’ 모두 사회적 정치과정의 일부로서 법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보았을 때 ‘사법정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사법부가 ‘활동’을 하던 ‘자제’를 하던 그것은 일관된 법리,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다양한 탐구와 소통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법부 격인 호계원이 그 역할을 다하게 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정치(입법부=중앙종회)가 그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여 이를 제도화(입법화) 할 때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입법부(중앙종회)의 수준이 그 조직(사회)의 수준을 대표한다. 그리고 입법부의 수준은 그 조직(사회) 구성원, 직접적으로는 유권자의 전반적 수준의 반영이기도 하면서, 또한 거꾸로 그 조직(사회) 구성원의 전반적 수준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된다. 입법부의 분발을 통해, 호계원이 불법(佛法)의 윤리관 및 정의관의 전통으로 현대적 문제들에 재해석하고 적용하는 뛰어난 법리를 배경으로 판결함으로써 더욱 고급의 크고 본질적인 ‘사법정치’를 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윤남진 NGO리서치부소장

※이 글은 월간 <참여불교> 7/8월 호에도 실렸습니다.

   

윤남진_불교시사 블로거

전국불교운동연합, 깨달음의 사회화운동, 조계종총무원과 포교원 등에서 일했다. 현재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에서 종교 및 NGO 분야로 특화된 사회통계 및 여론의 조사/분석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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