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 기해년 하안거 결제법어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 기해년 하안거 결제법어
  • 김원행 기자
  • 승인 2019.05.20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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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별봉조진(別峰祖珍)선사가 법석사(法石寺)에서 결제하는 날 법좌에 올랐습니다.

 "항상일로(向上一路)는 천성부전(千聖不傳)이라. 향상의 외길은 모든 성인들도 전하지 못했다."

다시 주장자를 높이 세우고 물었습니다.

"이와 같이 밝혔으니 십만 팔천의 법상(法相)과 도리는 궁극적으로 어떤 것인가?"

결제대중이 아무런 답변이 없자 양구(良久)하더니 스스로 대답했습니다.

 "도홍이백장미자(桃紅李白薔薇紫)인데 문착동군자부지(問着東君自不知)로다. 복숭아꽃 붉고 오얏꽃 희며 장미꽃은 자주색임을 봄바람에게 물었더니 그도 알지 못하는구나."

야부도천(冶夫道川)선사는 금강경 시작부분인 “일시에 부처님께서 사위국기수급고독원에 계시니.”라고 길게 읊고는 ‘일시(一時)’ 부분에 대하여 당신의 송(頌)을 붙였습니다.

"시시(時時)여! 청풍명월(淸風明月)이 진상수(鎭相隨)라. 도홍이백장미자(桃紅李白薔薇紫)인데 문착동군자부지(問着東君自不知)로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항상 서로 따르고 복숭아꽃 붉고 오얏꽃 희며 장미꽃은 자줏빛으로 피는 것을 봄바람에게 물었더니 그도 모르더라."

 '일시'란 특정한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일시는 금강경을 설하던 당시의 일시이기도 하지만 이후에 어떤 곳이건 금강경이 설해지면 어느 때라도 일시가 됩니다. 그래서 옛 일시와 지금의 일시는 같은 일시인 것입니다. 바람이 불고 달이 뜨고 꽃이 피는 것조차도 그 일시와 같은 일시입니다. 왜냐하면 그때도 복숭아꽃 붉고 오얏꽃 희고 장미꽃은 자줏빛으로 피었으며 또한 현재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사들은 괜히 쓸데없는 말로 평지풍파를 일으켰습니다.

"복숭아꽃 붉고 오얏꽃 희며 장미꽃은 자주색임을 봄바람에게 물었으나 그도 알지 못한다."라는 시를 억지로 빌려와 "분별이 없는 가운데 삼라만상의 차별상 하나하나가 모든 진리를 드러낸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어쨌거나 배우려는 사람들은 물어봐야 할 것은 물어봐야 합니다. 하지만 본래부터 그런 것을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이것은 삼십 방망이를 얻어맞을 일입니다.

그래서 반산보적(盤山寶積)선사는 별봉조진 선사의 법문을 빌려와 시중(示衆)한 것입니다.

 "향상일로(向上一路)는 일천 명의 성인도 전하지 못하거늘 배우려는 사람들은 공연히 헛수고를 하니 마치 원숭이가 물속의 달그림자를 잡으려는 것과 같으리라."

 향상을 위한 열쇠는 결국 내가 챙기는 화두입니다. 설사 바다가 일천성인의 입이라고 할지라도 전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전하려고 한다면 이것은 무쇠로 만든 배를 수미산 꼭대기로 끌고 가려는 일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결제 대중들은 여름 한철 애써 정진해서 공안을 타파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해야 인생문제, 생사문제가 해결되고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고 중생을 위하는 길입니다.

구상착래무교처(口上着來無咬處)인댄.

방지천성불능전(方知千聖不能傳)이리라.

입술을 위로 붙이고 아무 것도 씹지 않는 곳이라면

바야흐로 일천 성인도 능히 전하지 못한 것을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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