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첫회, 약 잘 사주는 예쁜 여자? 혹은 밥누나 시즌2?
봄밤 첫회, 약 잘 사주는 예쁜 여자? 혹은 밥누나 시즌2?
  • 칼럼니스트 엠마K
  • 승인 2019.05.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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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인물구도 화면 연출까지 기시감 가득

MBC 수목드라마 ‘봄밤’이 인물 구도는 물론 화면 연출, 올드 팝 느낌의의 OST까지 안판석PD와 김은 작가의 전작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시종일관 비슷한 분위기로 기시감 가득한 내용의 아쉬운 첫 방송이 그려졌다.

여주인공이 손예진에서 한지민으로 바뀌었을 뿐 주요 인물의 절반 가까이 전작의 배우들이 출연에 주인공들의 캐릭터의 분위기까지 비슷하다. 전작에서 여주인공 회사 동료였던 인물이 여기서는 동생으로 나오고, 여주인공 아버지였던 인물은 이번엔 남주인공 아버지로 등장한다. 여주인공 엄마 역은 전작과 동일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분명 다른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도 문득 문득 봤던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화면의 톤, 올드팝 느낌의 OST까지 흐르니 기시감이 더 짙어진다.

이야기 구조도 비슷하다. 오래된 애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 별다른 계기 없이 단번에 사랑에 빠지는 상황도 비슷하다. 전작에서는 딸의 결혼에 목매는 엄마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삐걱거렸다면, 이번엔 아빠가 그런 것으로 남녀 역할이 바뀐 정도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가족 몰래 사랑을 하게 되고, 그것이 밝혀지고 나면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겠구 라는 예상이 쉽게 그려진다.

문제는 서정적인 영상과 음악, 멋진 비주얼을 보여주는 배우들로 그들의 사랑을 한껏 예쁘게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 두 사람의 사랑이 마냥 설레고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인에게는 비록 익숙함과 심심하고 지루함이 커지고 있다고는 하나 결혼을 약속한 오래된 연인 기석이 있다. 그는 손예진의 전남친처럼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거나 폭력을 휘두르거나 문제의 원인을 여자에게 미루는 찌질한 마마보이가 아니다. 회사에서 성실하고 토라진 애인을 나름 달래주려 애쓰기도 하며, 결혼을 재촉하는 아버지에게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어른스럽게 선을 그을 줄도 아는 평범한 30대 남자다.

오히려 바람의 기운을 풍기고 있는 건 정인이다. 숙취를 해결하려 들어간 약국에서 약을 마신 후 가방에 지갑이 없어 당황해 하는 그녀에게 불쑥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택시를 기다리는 그녀에게 택시비까지 챙겨준 약사의 친절에 마음이 흔들린다.회사에 와서는 계속 그 남자를 떠올리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유지호에게 보낼 문자를 남자친구인 권기석에게 보내는 실수를 한다. 그리고는 남자친구의 전화에 업무 문자를 잘못 보냈다고 둘러댄다.

그 이후 정인이 기석에게 보이는 태도는 바람 난 사람이 보이는 패턴의 전형을 보여준다.기석의 차를 타고 퇴근하는 길, 기석이 “우리 슬슬 결혼얘기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을 꺼내자 “뭐라고 대답해줄까?” “뭐야 또?” 라며 신경질적으로 받는다.

같은 상황에 긴 연애로 권태기에 빠진게 여주인공이 아닌 여주인공의 남자친구였다면, 그 남자친구가 회사 회식으로 다음날 출근 길 숙취로 힘들어 들린 약국에서 젊은 여자 약사가 친절하게 그를 챙겨주고 그런 모습에 설레임을 느끼며 오랜 연인인 여주인공이 결혼 얘기를 꺼내자 짜증을 냈다면 과연 어땠을까?  

아마도 그 남자친구는 여성 시청자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 있을 것이고 여 약사는 손님한테 약만 팔 것이지 여시같이 들이댄다고 욕을 먹었을 것이다. 바람을 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보니 바람을 설레는 로맨스로 포장한다. 주인공 두사람이  우연한 만남을 반복하고, 약을 사며 한번 본게 다인 두사람이 이틀만에 깊은 감정에 빠진 모습이 되어 있다. 주변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설레야 사랑이다’ ‘사랑은 미쳐야 한다’ 를 강조하고 무난하고 평범한 연애는 지루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전작과는 달리 결정적인 결함이 보이지 않는 남자친구 기석의 존재, 그리고 아들이 있는 미혼부인 유지호의 핸디캡으로 인해 정인이 이들 사이에서 어장관리녀가 될 공산이 크다.결혼할 남자가 있다고 말하면서 친구하자는 제안을 하는 이정인의 태도는 그녀가 상대의 상황보다 자신의 감정이 더 중요한 이기적인 인물로 느껴지게 한다. 

이제 막 시작한 이 드라마가 첫회에서 보여진 우려들이 우려로 끝날 수 있기를, 두사람의  사랑이 주변 사람들을 상처주는 이기적인 사랑이 아닐 수 있도록, 여주인공을 자기만 아는 비호감 캐릭터가 되지 않도록 감정의 변화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주길 바란다.

[뉴스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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