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교육원장 현응스님)이 2016년에 내놓은 승가교육교재 『불교상용의례집』은 2013년에 발간했던 것을 표준 우리말 의식을 더해 개정판으로 출간한 것이었다. 의식의 통일화 및 표준화와 관련해서 중요한 출간이며 종단적 불사라 할 것이다.
상용의례집에 대해 추측해 보건대, 조선시대에는 사찰에 목판 인쇄된 의식집이 있어서 각종 재(齋) 의식을 거행할 시 활용하였거나 또는 승려가 전체 내용을 암기해서 집전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다가 서양의 인쇄기법이 유입되기 시작한 근세부터 활자 인쇄나 등사판을 이용한 유인본(油印本 /철필판본鐵筆版本)이 쓰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용성 스님 등 선지자들이 소위 롤지에 불경을 인쇄하여 대중의 학습과 포교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일부 사찰에서는 휴대에 용이한 상용의례집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을 것이고 대중의 요구도 점차 증가함에 따라 소위 철필 등사로 이를 해결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얼마 전 1960년대 전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용 상용의식집을 입수하게 되었다. 범어사에서 발행한 것이었다. 이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것이 근현대에 이르러 다량으로 발행되기 시작한 각종 휴대용 상용의식집의 최초 사례로 여겨지기 때문이고, 아울러 불교의식 집전 및 포교와 관련하여 상용의식집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로 13cm 세로 18cm 크기의 휴대용이며 “상용의식”이라는 제목이 있고 겉표지 우측 하단에 ‘범어사’라는 고무인이 찍혀있다. 목차 포함 총 98면으로 되어 있는데, 조송주(아침송주), 석송주, 반야심경, 예불, 조례종성, 석례종성을 비롯해서 식당작법, 제불통청, 중단헌공, 관음시식, 구병시식 그리고 경허스님의 ‘중노릇 잘하는 법’ 등이 아울러 실려 있다. 범어사 차원에서 공적으로 발행한 것으로 지질이나 인쇄형태, 세월의 흔적 등으로 보아 1960년대 전후에 제작된 게 아닌가 한다. 혹은 누군가 발행해서 배포한 것을 범어사가 소장용으로 고무인을 날인 했을 수도 있다.
상용의식집 편찬은 시대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의식의 내용이나 편집의 형태는 물론 가지고 다니기에도 어렵지 않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모바일 시대에 휴대폰이나 다른 전자도구를 통해서, 혹은 전자책 형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여법한 형식으로 열람이 용이하도록 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어린이와 청소년용 불서와 의식집의 발간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교계차원에서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의식집의 발전, 전개에 대한 전시 및 관련 학술대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